**편집자 주 : 베트남에서 열리는 ASEM 5차 회의의 민간포럼에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의 변정필 동지가 자유무역협정/WTO반대
국민행동의 대표로 참가하였습니다. 아래는 민간포럼에서 열리는
대안적 지역주의 워크샵에서 발제하게 될 발제문 초안이며,
그동안 전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블럭화에 대한
기획기사의 마지막 내용입니다.
[ASEM People's Forum5 Workshop]
Democratization and Regional Integration-Is Another
Regionalism Possible?
투쟁을 통한 아래로부터의 연대가 대안이다.
변정필(Korean People's Action against FTA & WTO)
1. 지역통합무엇을 의미하는가?
1970년대 말 세계자본주의는 다시 과잉생산에 따른 축적위기에
돌입하였다. 그러나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금융세계화를 통해 자본의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뿐만 아니라,
투기적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법제화하는 ‘개혁과 개방’의
과제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 뿐만 아니라 소위 제3세계의
민주화 이행과 맞물려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세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것이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ld
Bank), 세계 무역기구(WTO)와 같은 국제레짐(international
regime) 혹은 기구를 중심으로 추동되는 지구화이다. 그러나
세계 자본주의 위기 극복전략은 세계적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지역적 차원에서도 진행되고 있는데, 이것을
지역화(regionalization), 또는 지역통합(regional
integration)이라고 부른다. 즉, 지역통합의 과정은 달러와 유로
그리고 엔의 자본간 경쟁시스템에 대한 지역 정치적 차원의
대응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2. 세계화의 일환으로서의 지역주의
세계화의 한 측면에서는 WTO가 주도하는 범지구적인 단일시장
건설이, 그리고 또 다른 한 측면에서는 지역적 차원에서
국가들의 협력과 조직화를 추구하려는 움직임이 1980년대부터
진행되어 왔다. 유럽에서의 마스트리히트조약,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아시아에서의 아태경제협력(APEC),
남미에서의 남미공동시장(MERCOSUR)은 전세계적인 지역주의의
확산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세계화와 지역통합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다. 세계화와 지역통합은 상호 배타적인가? 그렇지 않다면
지역통합은 전략적, 혹은 전술적 차원에서 세계화에 대항할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가?
WTO는 MFN(Most Favored Nation)의 예외사항으로 지역협정을
두고 있으며, 각 지역협정이 WTO 규정에 합치되는가를 검토하기
위해 통보의 의무를 두고 있다. 지역협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무역이 세계무역의 약 50%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각의
경제블록 단위별로 무역자유화를 실현하고, 하나의 경제블록이
다른 경제블록과의 지역협정을 통해 더 큰 자유무역 경제권을
높여 나가는 효과를 주목하기 때문이다. 지역협정은 WTO
다자무역체제를 보완하는 시스템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역협정을 세계화에 배치되는 흐름으로서
지역주의가 아니라, 세계화의 한 과정으로서 지역통합을
인식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WTO와 같은 다자주의적인 자유무역질서 창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미국이 NAFTA나 APEC과 같은
지역경제협력체제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지역통합을 미국을
비롯한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이 세계화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때만이 설명 가능할 수 있다. 미국이
NAFTA를 확대시켜 중남미를 포함한 미주 전역을 하나의
자유무역지대로 묶는 FTAA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NAFTA에게
결국은 전 세계 자유무역화의 디딤돌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 하나의 사례는 APEC이다. 미국은
APEC의 출발 때부터 개방적 지역주의의 원칙을 고수해 오고
있다.
3. 아시아의 정세적 배경과 지역통합의 흐름
최근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이 부상하고 이에 대한 일본의 견제
양상을 띠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역내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ASEAN을 포섭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일본 뿐만
아니라 미국, 인도 등 역외 주요국가들의 ASEAN에 대한 접근이
경쟁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ASEAN에 대한 중국과 일본의
적극적인 대응을 보면서, 한국 정부 또한 ASEAN과 FTA를
추진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은 한-싱
FTA를 우선 체결하고 이를 발판으로 해서 ASEAN과의 FTA를
체결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최근의 가장 주목받는 ASEAN+3를 중심으로 해서 아시아
지역통합의 흐름을 먼저 살펴보자. 1998년 ASEAN 정상회담이
열린 하노이에서 아세안 9개국과 한, 중, 일 삼국간의
정상회의가 열렸고, 여기서 ASEAN+3회의를 상설화하기로
함으로써 동남아와 동북아간의 협력이 제도화되었다. 2003년
10월 발리에서 개최된 ASEAN+3정상회의에서 ASEAN은 2020년까지
공동체 형성을 목표로 하는 발리협약Ⅱ를 채택했으며, 동아시아
정상들은 EASG(East Asia Study Group)보고서의 성실한 이행과
ASEAN 통합, 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 형성을 위해 노력할 것을
재확인했다. 한편, 한중일 정상들은 역사상 최초로 3국간 협력
강화를 위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3자 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뿐만 아니라 ASEAN과 중/일/한/인도 간의 각각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중국과 ASEAN은 2010년까지 관세 완전철폐를 목표로 현재
FTA협상이 진행중이며, ASEAN과 인도는 2011년부터 대부분의
품목에 대한 관세철폐를 목표로, ASEAN과 일본은 2012년까지
대부분의 품목에 대한 관세철폐를 목표로 2005년부터 FTA교섭을
개시하기로 했다. 한-ASEAN의 경우에도 FTA를 포함한 포괄적
경제협력강화 방안에 관해 전문가 그룹을 구성하여 공동연구를
실시하는 데 합의하여, 2004년 11월 29-30일까지 열리는 한
ASEAN 정상회의에 공동연구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한-ASEAN
FTA에서는 특히 서비스 분야의 자유화에 주목하고 있으며, GATS
plus 방식이 올바르다고 연구그룹은 주장하고 있다. WTO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자유화를 요구할 것이 예상된다는 의미이다. 현재
동아시아에서는 ASEAN과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들이 불붙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ASEAN과의 관계를
축으로 해서 진행되는 지역통합은 각국간의 FTA에 의해 더욱
추진력 있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그렇다면 남-남간의 지역통합 또는 FTA에 대해서
전술적, 또는 전략적 활용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그러나 EAEC(East Asia Economic Group)가 일단은
좌절된 상태에 있는데, 그 원인이 무엇인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EAEC 구상의 실질적인 무산은 일본이 미국과 갈등관계를 원하지
않았고, 미국의 압력과 한국을 포함한 여타 아시아 국가들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이었다.
ASEAN은 1997년 동남아시아 금융위기를 전후로 동남아 지역 내
이슈들, 예컨대 회원국 확대문제, 인도네시아의 산림화재로
초래된 연무문제, 역내 경제위기 극복문제, 동티모르 독립문제
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무력감을 드러났고, 특히 경제위기로
인해 그 동안 동남아 지역의 안정과 번영 그리고 평화를
유지하는 데 기능을 수행하고자 했던 아세안의 활동이 위축되고
역내 국가들간 내부적 단합이 이완되는 현상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렇게 무력해진 ASEAN을 대신해서 ASEAN+3협력체제가
동아시아에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이 협력체의 등장이 바로
197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핵심인 자유무역지대의
형성과 괘를 같이하고 있다.
4. 정치적․경제적 함의
‘아세안+3’ 지역레짐이 동아시아에서 형성되는 정치경제적
의미가 아시아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별다르게 인식될 수
있을까? 개혁과 개방을 가속화하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각국의
국내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자유로운 상품과 자본의 이동은 각 국내에서 초국적 자본의
이익을 위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수반하게 된다. 한국
민중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각종 투쟁을 통해
쟁취해왔던 노동기본권조차도 위협받고 있으며, 농업개방으로
인해 농민들은 농업구조조정을 강요당하며 빈민으로 전락할
것인지, 도시로 쫓겨 나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통신, 전력, 물 등의 공공재는 사유화되어 국민들이
비용부담은 가중되고 있고, 공공성을 약화되고 있다. 자본과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과 개방은 필연적으로 각 국 정부가 강제
받고 있는 자본의 요구에 부응하게 만들고 이것은 노동에 대한
공격으로 나타나게 된다.
5. 대안의 세계화
지역통합은 세계화의 일환으로 추구되고 있으며, 이것은 곧 각
국내에서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강제로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이 민중배제적 강제는 노동자 민중에 대한 공격이며
필연적으로 민중의 저항을 촉발하게 된다. 각 국의 정부가 어떤
선의(善意)를 가지고 지역통합에 임하느냐가 관건이 아니라,
지역통합이 무엇을 목표로 진행이 되고 있는가가 더욱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다시 말해 개도국 정부들의 상층간 연대를 통해서
무엇인가 획득 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면 가장 중요한 요소를
빠뜨리고 전술을 짜는 것과 같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역통합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노동자 민중에 대한 공격에 대한 분석과
투쟁의 조직화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지역통합이 민주적 과정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가의 여부는
노동자 민중이 자신들의 투쟁을 통해 정부를 압박해 들어가도록
강제하는 한에서만 유효한 전술일 수 있다.
그리고 이 투쟁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각 국의 운동이
연대․강화 될 수 있는 계기들이 제공되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투쟁은 2003년 칸쿤 투쟁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농민, 노동자, 시민에게 따로히
공격해 들어오는 문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의 양면임을
인식하고 각각의 운동들이 영역의 운동에서 반신자유주의세계화
투쟁의 단일한 전선으로 모이게 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운동은 더욱 강화되고 풍부해지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지역통합은 아시아 민중들이 각 국의 이해에
종속되지 않고 오히려 국제적인 시각에서 진정한 연대를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영역과 부분, 그리고
각 국의 이해라는 지협적인 차원을 넘어서서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조직하고 연대하는 과정만이 진정한 지역통합에서의
대안을 창출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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