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국적자본 및 자유무역협정에 맞선 한국 노동자,민중들의 투쟁을 위하여


이창근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1. 서
2. 단 몇 개월만에 숨가쁘게 진행된 사건들과 그것의 본질
3. NL 대 PD의 대립? - 자본의 세계화가 강요하는 제약조건
4 또 다른 세계화 - 생산과정의 세계화
5. 세계화 경향의 제도화 - 각종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위한 협정들
6. 한국 민중, 노동자들의 대응 전략 제안

1/ 서(序)

지난 19일자 일간지에 실린 주한미상공회의소의 [98년 한-미 무역-투자이슈에 관한 보고서]는 우리에게 많 은 것들을 시사한다. 그들은 * 복수노조 허용철회 * 퇴직금 의무제도 폐지, 특별상여금 퇴직금 산정범위서 제외 * 연월차 휴가 법적 폐지, 회사의 휴가기간 자율화 * 생리휴가폐지, 혹은 무급화 * 파업근로자 대체 임시고용, 새직원 배치 허용 *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의 제약 등의 정책건의안을 내놓았다. 위의 사항들은 한국 노동계급이 지난한 투쟁 속에서 획득한 소중한 노동권들이다. 그들은 한국 노동계급의 기본적인 권리 에 대한 박탈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으며, 이것은 그들의 '한국에의 투자'가 무엇을 대가로 요구하는지를 선 명하게 보여준다. 그것은 노동자를 비롯한 민중들의 기본권 및 생존권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보 다 더 큰 재앙에 대비해야만 한다. 그것은 현재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와 관련한 쌍무간/다자간 협정들이다. 이러한 협정들은 주한미상공회의소의 경우와 같은, 정부의 경제,노동정책에 대한 개입을 합법화할 것이며, 자신들의 이윤을 침해하는 어떠한 개별국가의 노동/환경적 규제도 불법화 할 것이 다. 이것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며, 당장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는 현실들이다. 이것이 신자유주의의 본질이 며, 세계화의 실체이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는 '어쩔 수 없는 현실', '받아들여야만 하는 숙명'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 는(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진척되었지만) 초국적자본의 하나의 전략일 뿐이다. '시장의 자유'라는 지상명령을 부과하며, 지구상의 모든 사물, 인류의 모든 영역에 '시장의 논리'와 '경쟁의 원리'를 강요하고 있다. 그 반대 편에서는 자율과 민주주의, 그리고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들이 침해당하고, 극단적인 부(富)의 양극화가 심화 되어 대다수 세계 민중들은 절대적인 기아와 빈곤 상태에 빠져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한줌밖에 안되는 초 국적자본은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 인류 삶에 절대적인 요소인 자연자원과 환경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여 우리의 미래를 회색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는 이미 한국 민중과도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비단 IMF의 구제금 융과 구제조건에 의해서만 연관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가깝게는 김영삼 정부가 진행시켜온 '자유화', '개방 화' 전략은 초국적자본과 국내 재벌들의 요구에 순응한 결과였으며, 멀리는 이미 70,80년대부터 한국은 세계 시장(미국, 일본 등)에 기대는 수출지향적 경제정책을 통해 세계체제에 깊숙히 관련되어 있었다. 다만 IMF 구제금융을 계기로 이제 한국에서도 본격적인 '신자유주의 게임'이 보다 급속하고, 노골적인 형태로 진행되 고 있을 뿐이다.
한국 민중들은 현재의 위기를 신자유주의적 세계체제와 연관지어 사고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러할 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의제들, 시장의 지상명령들의 실체를 보다 분명한 형태로 이해할 수 있으며, 우리의 응전도 보다 올바른 형태로 전개시킬 수 있다.
필자는 결코 전문적인 학자나 이론가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글을 작성한 목적은 한국 민중운동, 노동운동이 세계적인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본질을 보다 분명히 이해하고, 그것과 현재 진행 되고 있는 각종 구조조정 프로그램과의 연관을 사고할 수 있도록 돕는 것과 현재의 상황을 돌파하는데 반 드시 필수적인 요소로서, 초국적금융자본과 자유무역협정들에 대항하는 투쟁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데 있다.

2/ 단 몇 개월만에 숨가쁘게 진행된 사건들과 그것의 본질

작년 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이후 한국에서 벌어진 일들을 되새겨보자. 사상 초유의 사태를 당하면서, 허 둥댔던 우리들 자신을 추스리기 위해서조차 '추상'의 위기론들에서 벗어나 '구체적 현실' 속에서 진행된 현 상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노사정위원회'가 구성되었고, 합의된 '사회적협약'은 2월 임시국회에서 법제화되었다. 그 내용의 핵심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이름아래, 96/97 총파업으로 유예되었던 정리해고법안과 포 괄적인 근로자파견법이 통과되었다. 다른 하나는 자본, 금융시장의 자유화를 위한 일단계 조치들이 취해졌 다. '외국인 투자 및 외자도입에 관한 법'이 그것이다. 그것의 내용은 이사회 동의없이도 외국인의 주식 3분 의 1 취득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 다음 우리에게 다가온 현실은 대량실업사태이다. 현재 실업자는 150 만명정도로 추산되는데, 더욱 슬픈 사실은 대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데 있다.
어떤 정책이든 '달러 모으는 데' 도움이 되는가, 되지 않는가로 판단되고 있다. 심지어 전세계적으로 전투성 을 자랑했던 민주노총조차도 '국가적 위기'(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다 이성적인 판단도 없이)앞에 노동 자들의 목숨(정리해고)을 내놓고 말았다. 누구도 그 외채가 왜 발생했으며, 만약 돈을 빌렸으면 그것이 어디 에 쓰였는가 등에 대해 대중적으로 제기하지 않았다. '외채를 갚기 위해서는 수출 확대로 달러를 벌어들이 고 외국인투자를 늘리는 방안밖에 없다'라는 사고가 이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 그것에 조금이라도 저항 하면 '국가를 말아먹을 놈'이라는 욕지거리가 쏟아진다.
수출확대를 위해선 '경쟁력'이 필요하고 그 경쟁력을 위해서 비효율적 재벌체제를 개혁하고, 노동자들의 높 은 임금(?)은 현상유지되거나 하락되어야 하며, 불필요한 노동인력은 짤려나가야 하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엄청난 노동강도의 강화를 감내해야만 한다. 이 모든 것이 '경쟁력 강화'란 이름아래, '달 러를 벌어들여야 한다'는 이름 아래 진행되고 있다. 또한 달러를 가지고 들어올 것이라는, 고용을 창출할 것 이라는 기대 속에 해외투자자본의 적극적 유치를 위한 정책들이 입안되고 관철되고 있다. 3월 31일자 일간 지에 실린 기사를 보라. [외국환관리법]과 [외국인투자법]을 동시에 폐지하고 신법(新法)을 제정하기로 했 다.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유치해야 할 필요성이 절박했기 때문이라는 친절한 설명이 따라 붙었다. 또한 외 국인 투자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해 세제감면 혜택의 대상과 기간을 확대하고, 외국인 투자자유지역 설 치해 각종 편리를 봐주는 방안도 적극 추진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도 내-외국인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유치 전략으로 전환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아무도 국가파산 이라는 위협앞에, "과연 외국인직접투자가 고용창출의 효과를 가져올 것인가, 다국적기업이 한국 국민경제, 노동자와 민중들, 그리고 이 나라 환경에 혹시 부정적 영향은 미치지 않을까, 외국인직접투자에 대한 규제 를 풀었던 앞선 나라들에서는 어떠한 일들이 벌어졌을까" 등등의 문제들을 감히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위와 같은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 IMF라는 시대에 눌려, 국가파산 위협에 눌려 한국민중들과 노동자들이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는 없다. 우리는 IMF 시대를 바라봄에 있어서, 앞에서 강조했듯이 두가지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화, 대량실업이라는 문제 와 외국인직접투자에 대한 탈규제의 흐름들이 그것이다. 이 두가지 문제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전세계적인 자본주의 체제와도 깊이 연관 되어 있다. 이에 대한 과학적 인식과 강력한 대응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3/ NL 대(對) PD의 대립? - 자본의 세계화가 강요하는 '제약조건'

위 제목은 한국 경제 위기의 근원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를 둘러싸고, 초국적금융자본의 광폭한 공격을 강조 하는 입장과 국내 재벌체제의 모순을 강조하는 입장 사이의 대립을 빗대어서, 어느 교수가 한 말이다. 필자 는 이 양 수준의 문제를 연관지어 현재의 위기를 파악해야 한다[각주 1]고 생각하지만, 현재 위기분석과 대응전략의 형성에 있어서 신자유주의적 세계체제(소위 말하는 세계화)와의 연관에 주목하는 경향이 대단히 취약한 현실 속에서, 현재의 위기를 신자유주의적 세계체제와 의 연관이라는 측면을 강조하여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응전략을 제안해보도록 하겠다.
[각주1] 현재의 위기를 양 수준에서 분석하고 있는 글로는 김세균 "IMF 관 리체계, 김대중 정권, 그리고 노동운동", 김성구 "IMF통제하의 한국 자본주의 : 위기와 전망", 읽을꺼리 2호 "위기의 이론, 이론의 위기" 등이 있다.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금융의 세계화는 개별국가와 세계적 수준 모두에서 계급투쟁을 관리하는 구조적인 '제약 조건'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1970년대 이래 자본의 국제적 이동은 그 규모가 엄청나게 팽창해 왔다. 국제외환시장에서 하루에 거래되는 금액은 70년대 초만 해도 180억달러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조 5천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런 팽창이 그에 상응하는 규모의 상품의 실물적 거래액의 증가를 동반한 것은 아니었다. 전체 외환 거래 중 실 물거래 금액은 3% - 10% 정도에 불과하며, 나머지 대부분의 거래액은 환율 변동 및 증권 투자를 위한 투 기목적의 자본이다.
투기성 자본은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조그마한 요소들의 변화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러한 거대 한 돈의 흐름은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무역수지가 악화되면서 민간부문의 외채를 상환할 가망성이 불투명해졌다...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1997년초 들어서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이제 철수할 때가 되었고 그것도 조속히 빠져나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태국 증권과 어음, 은행구좌에 200억달러가 넘는 규모, 곧 수조바트가 투자되어 있는 상태에서 이 같은 외국자본의 떼몰이 철수는 한꺼번에 자금이 방출되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에 가히 재난이었다. 너무 많 은 바트화가 너무 적은 달러를 구입하느라 경쟁하면서 바트화의 평가절하압력은 거세어질 수밖에 없었다. 조지 소로스 같은 환투기꾼들이 위기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태국(중앙)은행은 처음에는 바트화를 지키기 위해 보유달러를 대규모로 시장에 방출했으나, 준비금 390억달러 중 90억달러를 잃게 된 7월 2일, 마침내 백기를 들었다."[각주2]
[각주2] 월덴 벨로, [아시아 기적의 종언과 파산의 고통], 당대비평 3호, 1998

전세계적으로 해외투자는 1994년과 95년에 사상 유례없는 최고치를 기록하였으며, 96년의 경우 해외투자가 세계적으로 10%증가하였다. 해외투자의 증가율은 전세계 GNP성장율(1년에 6.6%)과 국제무역의 성장률 (1 년에 4.5%)를 넘어서고 있다. 1996년에 해외직접투자에 퍼부었던 액수는 3,490억$이며, 같은해 다국적기업 들은 이미 진출해있는 나라들에 14,000$의 엄청난 액수를 투자하였다. 이것은 시장통제를 확실히 하려는 전 략, 즉 이미 진출해있는 국민경제/지역경제를 자신들에게 더욱 의존케하려는 전략이다.
태국의 경우 지난 3-4년간 포트폴리오 투자는 총 240억달러, 태국 기업과 은행이 차입한 차관은 총 500억 달러에 달한다. 또한 한국의 경우도 비슷하다. 1997년 10월 당시 부실대출금이 500억달러에 달하며, 외국은 행들은 이미 한국에 2천억달러 규모의 투자와 대출을 제공했다. 이처럼 금융의 세계화는 한국을 포함한 이 미 많은 개별국가들이 해외자본, 특히 해외직접투자자본에 의하지 않으면 운용될 수 없는 상태를 만들어버 리고 말았다.
여기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이러한 금융의 세계화가 갖는 계급적 의미에 대해서이다. 세계화가 초국적 금융자본의 전략이라는 것에서 쉽게 추출할 수 있는 제1차적 결론은, 각국 정부가 국제금융자본의 이윤율을 조금이라도 손상시킬 수 있는 정책-예를 들면 공공지출의 확대-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 해졌다는 점이다. 그것은 곧바로 자본철수, 환율붕괴 등을 불러와 그 나라를 마비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각 국은 철저하게 낮은 인플레이션을 유지하여, 국내외 금융자본의 몫을 굳건히 지켜줘야 한다. 따라서 각국 정부가 재정, 통화정책의 측면에서 자율성을 가질 수 있는 여지는 점점 협소해지고 있다. 세계의 모든 정부 가 '긴축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를 반증한다. 북반구에서는 이러한 금융적인 제약조건이 대표적으로 마스트리트 수렴조건 - 재정적자/GNP비율 3%, 부채/GNP비율 60%라는 목표치-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것 은 공공지출의 삭감, 사회복지체제 해체, 정부 부채 축소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제3세계에서는 한국과 비슷하게 외채위기를 계기로 한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으로 '금융상의 제약조건'이 현실화하고 있 다.
이러한 금융상의 제약조건은 각국 정부의 경제정책을 '노동력에 대한 정책과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한계지 우고 있다.
"이 세계화라는 카바레에서 국가는 어떤 스트립쇼를 탐닉하게 되는데, 이 쇼가 끝나면 국가에는 최소한의 필요불가결한 것, 즉 억압권력만 남는다. 국가의 물적토대는 파괴되고 주권과 독립성은 말살된다. 정치계급 은 해소되고 민족국가는 거대기업에 복무하는 단순한 안전보장기구로 전락하게 된다. 국가는 공공투자를 사 회보장 지출로 유도하기 보다 차라리 사회를 더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장치의 개선을 선택한다." [각주3]
[각주3] 마르코스, [제4차 세계대전이 시작됐다!], 당대비평 3호, 1998

여기서 우리는 금융의 세계화가 갖는 궁극적 효과(계급적 결론)을 추출할 수 있다. 그것은 경제블록 혹은 국가들간의 경쟁, 민족자본들간의 경쟁은 생산과 재생산의 전과정을 통하여 노동강도를 강화함으로써 이루 어지며, 개별정부는 그것을 보장하는 억압권력으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개별국가가 갖고 있는 거의 유일한 기능이 바로 '노동통제'를 위한 수단들 뿐이기 때문이다. 북반구에서는 노동시장 유연화라 는 이름으로, 남반구에서는 저임금-열악한 노동조건하에서의 노동강도 강화라는 얼굴로 나타나고 있다.

4/ 또 다른 세계화 - 생산과정의 세계화

금융의 세계화와 더불어 세계화의 또 다른 의미는 생산과정의 세계화이다. [각주4] 초국적 자본에 의한 생산과정의 세계화는 두 개의 "세계"전략으로 추진되고 있다. 첫째는 하나의 초국적기업안에서 '생산과정의 수직적 통합'을 통한 노동의 국제적 분업구조를 구성하는 전략이다. 일반적 의미에서의 "세계화"이다. 노동집약적인 생산형태는 임금이 싼 남반구로 가고, 그 대신 고도의 기술 과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요구하는 생산은 북반구로 집중된다. 두 번째 세계전략은 북반구내에서-미국, 일본, 유럽-의 노동의 '기업간 분화' 전략(글로컬라이제이션-세방화-)이다. 부품이나 중간재를 생산하는 생산공정 들을 하도급화하고(외주화), 그러한 공급자의 망을 구조적으로 통제하는, 도요타주의의 유기체주의에 기초한 것을 의미한다. 이 전략은 주로 탈규제화된 노동시장과 유연한 노동력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주로 북반구내 에서 이루어진다. 이는 국가간 투자흐름의 거의 대부분이 미국-유럽-일본의 삼각지대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1980년대 국제간 자본이동의 4/5가 이 지역안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에서 증명된다. 또한 초국적 자본이 여전히 민족적인 성격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기도 한다.
[각주4] 매시모 드 안젤리스, [경제의 자율성과 세계화], 한울 1998
이 두 개의 전략은 상호 작용하면서 세계체제 및 개별 국가적인 수준에서 양극화를 더욱 확산시키는 경향 을 낳고 있다. 초국적 기업들에 의해 배치되는 수직적인 통합전략은 제3세계의 저임금 노동자들을 착취한 다. 그리고 그들을 모국 노동자들의 임금을 저하시키는 교섭에서 위협수단으로 사용한다. 또한 도요타주의 의 유기체주의에 입각한 '기업간 노동분업'은 분절화된 노동시장을 그 토대로 한다. 즉 '모기업'에서는 노동 자의 참여, 질(質)경영 등의 형태로 노동력을 관리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지리적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분절 화되어 있는 하청노동력을 사용한다. 하청노동력의 사용은 규제가 철폐된 노동시장에 기초하고 있으며, 따 라서 노동자들을 더욱 심한 경쟁과 유연화 체제로 몰아 넣는다.
이처럼 생산과정의 세계화 전략으로 채택되고 있는 두 개의 전략 모두가, 기본적으로 "현재 조직화되지 않 은 노동력"을 기초로 한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된다. 북반구에서는 노동시장 유연화 전략을 통해 노동자들을 대규모적이고, 장기적인 실업상태에 빠뜨려 광범위한 예비노동력을 형성하여 노동자들의 교섭력을 약화시키 고, 남반구에서는 자본철수를 위협수단으로 삼아 저임금-열악한 작업환경을 강요하며, 자주적 노동조합의 설립자체를 방해하고 있다.
이처럼 초국적기업의 세계화 전략이 두측면으로 구사되고 있다는 자체가, 세계화는 결코 순응해야만 하는 숙명이 아님을 웅변해주고 있다. 초국적자본의 생산과정의 세계화가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전적으로 북-남의 노동자계급의 투쟁에 달려있다. 노동강도의 강화와 저임금에 맞서 확산되는 남쪽 개발도상국에서 의 투쟁과 임시직화 및 복지혜택 삭감에 맞서는 북쪽 선진국에서의 투쟁 -95년 12월 프랑스의 공공부문 노 동자의 파업투쟁, 영국 리버풀 부두 노동자들의 투쟁, 97년의 미국 화물노동자들의 투쟁-에 직면하여, 초국 적 자본의 입장에서 어떤 전략을 집행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저항에 부딪힐 것인가에 그 향방이 달 려 있다. 세계화도 결국은 국내적/국제적 수준의 계급역관계의 표현이며, 그것의 운명도 계급투쟁에 달려있 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5/ 세계화 경향의 제도화 - 각종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위한 협정들[각주5]
[각주5] ) 제임스 크로티, 제럴드 에프스타인, 파트리샤 켈리,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의 다국적기업과 자본이동], 한울 1998

위와 같은 세계화 경향은 이제 법적 강제력을 갖는 것으로 전화되고 있다. 오늘날 세계화의 두드러진 특징 이 바로 이 지점이다. 국제적인 강제를 운용하는 규칙과 관행들은 신자유주의 체제와 더불어 극적으로 변화 하고 있다. 1970년대 후반까지는 선진 독점자본주의와 제3세계 모두에서 많은 나라들이 해외직접투자의 진 입과 운용에 대해 수많은 조건을 달았고 엄격히 통제하였다. 그때까지는 해외투자에 우호적이던 많은 민족 경제에서조차 해외 직접투자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보장하는 법률과 정책이 지배적이었다. 이제 이것이 극 단적으로 변하고 있다. 변화의 일반적인 추세는 해외 투자가들을 훨씬 더 강력하게 보호하는 방향을 지향하 는 것이며, 이러한 해외 투자가들에 대한 보호는 반드시 투자유치국 정부들의 행위 및 정책에 대한 제한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투자유치국 정부들은 투자유치 이전에 다른 나라 정부에 대해서나 사기업 및 시민들 에 대해서 취할 수 있었던 조치들을 이제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된다.
특히 현재 이러한 국제적인 강제 구조 중 투자협정의 부문이 현저하게 발전하고 있다. 양자간, 독자적인 다 자간 투자협정, 그리고 다자간 자유무역협정들 속에 들어 있는 투자에 관한 조항들이 그것들이다. 1991년에 서 1994년까지 세계각국은 350가지 이상의 투자 체제에 대해 변경했는데 그들중 단지 5가지만이 투자에 대 한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나머지 변경들은 투자에 대한 통제를 보다 더 자유화하거나 투자 를 촉진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세계무역기구(WTO)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은 모든 그 내부에 투자협정을 포함하고 있다. 국제투자 협정들을 확대하려는 현재의 시도들은 세계무역기구의 투자 보호 및 촉진 조항들을 더욱 확장시키고, '아시 아-태평양 경제협력기구'(APEC)내에 투자원칙들을 더욱 발전시키고, 경제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을 위한 '다자간 투자협정'(MAI)-아시아 및 그밖의 나라들도 가입할 수 있는 협약-을 새롭게 발전시키려는 노력으 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국제협정은 개별 정부의 역할을 대폭 제한함으로써 수많은 정책들을 일국적 수준의 계급투쟁의 공 간으로부터 제거해버린다. 다시 말해서 가능성의 영역 밖으로 밀어내 버린다. 예를 들면 국내 생산량 규정 과 같은 이행 요건들을 불법화함으로써 국제협정들은 개별정부의 산업정책의 범위를 대폭 줄여버린다. 물론 그러한 협정들을 협상하는 정부가 경제정책을 추구하는데 아무런 관심이 없을 수도 있으나, 협정들은 의도 적으로 미래에 들어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도 못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국제협정, 기구들로는 WTO, MAI 그리고 한국적 상황에서 IMF, APEC 등 이다.
WTO는 현재 전 지구적인 탈조절의 중요한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다. WTO는 단지 제조업 상품에서의 무 역만을 다루지 않으며, 농업부문, 투자와 서비스에 있어서의 무역, 민영화, 지적재산권, 투자 수단 등을 포함 한다. 또한 비경제적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서비스협정과 정보통신 기술관련 특별협정 등도 포함하고 있어 전세계 문화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WTO는 각국으로 하여금 자국 생산품들, 기업들, 서비스들과 지 적 재산권들과 다른 회원국들의 그것을 차별하지 않도록 요구하며(내국민대우 및 최혜국 원칙), 각국이 어 떻게 농민들과 환경보호를 보조하고 농산물 수입에 대한 의무적 최소 수준을 설정하며 비관세 장벽을 제거 할지에 대해 규정하며, 마지막으로 국내투자 쿼터와 이윤 환수 제한 같이 각국 정부가 부과한 투자 조건들 을 금지시키고 있다. 이외 WTO 의무사항들은 소규모 사설법정처럼 운영되는 WTO의 분쟁 조절 기제에 의해 보장, 공고화 된다.
한국과 관련한 지역자유무역협정으로 APEC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다. APEC은 다음을 포함한 포괄적인 경제정책의 계획을 다루고 있다. 대(對) 기업에 대한 최소한의 통제, 제한없는 외국인 투자, 이윤 의 제한없는 송출, 국가자산, 공익시설, 서비스의 사유화, 값싼 수입품에 대한 국내 생산자들의 완전한 노출, 해외 투자자들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반면 국내 산업에 대한 지원 제거, 탈규제화된 시장을 통해 작동하는 사회간접자본의 (길, 철로, 전기, 전화, 물 등) 사적 기금 제공 및 소유. 서비스 부문의 상업화(보건과 교육 포함), 경쟁력있는(예를 들어, 저비용 그리고 노조가 조직되지 않은) 그리고 유연한(예를 들어 임시의, 파트 타임의 그리고 계약에 기초한) 노동시장, 지역공동체에 기초한 지속가능한 생산의 파괴, 천연자원의 무분별 한 개발, 외국 노동자들과 피난민들에 대한 엄격한 통제의 유지, 반면에 산업이민자들에 대한 자유로운 이 동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세계화와 경제 자유화를 확장시키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도이면서, 극적인 계획은 단연 다자간 투자협정(MAI)을 포함한, "투자의 자유화"를 위한 국제강제협정들이다.
MAI는 초국적 기업에게 정부의 간섭과 규제에 구속받지 않으면서 전세계를 상대로 언제 어느 곳에서나 사 고, 팔고, 사업을 옮길 수 있는 무제한적인 '권리'와 '자유'를 부여하는 협정이다. 95년 이후 OECD내에서 논 의되어 왔으며, 97년 초에 협정 초안이 나왔고, 98년 4월 OECD각료회의에서 체결될 예정이며, 현재 협상이 진행중이다.
MAI의 협상이 담고 있는 내용은 우리의 상상을 능가한다. 대표적인 몇가지 조항들만 살펴보도록 하 자.[각주6]
[각주6]
MAIgalomania!
MAI에서 규정하고 있는 '투자'의 개념은 대단히 광범위하다. '투자자에 의해 소유되거나 통제되는 모든 종류의 자산'으로 정의가 내려진다. 이러한 개념 속에는 당연히 주식, 채권 등에 투자되는 '투기적 자본'들도 포함한다.
MAI의 '내국민대우' 조항과 '최혜국' 조항에 의거하여 해외투자자본과 초국적기업은 특별한 권리를 부여 받게 된다. 정부는 다른 나라의 기업들에게 자국 기업에 주어지는 것과 똑같은 호혜적 대우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거기에는 '경쟁 기회의 평등한 보장'도 포함된다. 이 조항에 의해, 정부가 공공기업을 민영화할 때에 도 국내기업처럼 해외 기업에게도 입찰을 허용해야 한다. 정부가 해외기업의 투자에 이행요구(예를 들어 고 용내역, 수출입쿼터, 기술이전, 현지 구매 등등)를 부과하는 것이 금지된다.
MAI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강조하기 때문에, 어떠한 정부도 자기 나라에서의 생산물에서 산출된 이익을 모(母)회사로 이전시키는 데에 제한을 가할 수 없게 된다.
MAI는 정부가 그들의 국영기업과 독점체들을 경영하는데 제약을 가할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재화와 용역의 판매와 구매는 '차별없는 것'이어야 하고 상호보조와 '반(反)경쟁' 행위는 금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영기업과 독점체들은 '오직 상업적 고려에 따라서만' 행동하기를 요구받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지역공동체 에 값싼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력발전과 상수도사업은 이 조항하에서 금지될 수 있다. 똑같은 이유로 MAI 는 정부들로 하여금 특별분담금 조성을 통해 지역의 노동자들과 공동체들이 그 회사를 사거나 주식을 일반 국민들에게 나누어주지 못하게 할 것이다.
정부들은 또한 '투자유인'에 관한 일정한 규칙을 따르도록 의무지워질 것이다. 세액공제, 내국세와 마찬 가지로 보조금, 대부금, 채무 보증과 같은 금융혜택에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MAI가 초국적기업에 선사하는 아마 가장 강력한 신무기는 투자자-국가간 분쟁 해결절차라고 할 수 있다. MAI의 분쟁해결절차는 투자자 나 그의 투자에 대해 손실을 입히는 MAI의 조항의 어떠한 위반에 대해서라도 기업이 정부를 직접 제소할 수 있는 권력을 제공한다.
MAI는 '점진적 철폐(rollback clauses)' 조항과 '현상유지(standstill)'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즉 MAI의 원칙과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국민국가의 어떠한 공식 법률이라도 그것은 축소되고 최종적으로는 철폐되어 야 한다. 또한 미래에 '협정에 부합하지 않는' 어떠한 새로운 법률, 정책 또는 계획을 도입하지도 못한다. 더 욱 우려스러운 것은 초국적기업이 다른 나라의 노동, 환경기준과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도 그 정부에 의해 간섭받지 못하도록 보호받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투자자의 정치적 보호수단을 보장하는 가장 이례적인 조항은 '탈퇴' 조항이다. 효력을 발휘하게 된 후 5 년까지 MAI로부터 탈퇴하지 못하며, 만약 5년후 탈퇴한다고 하더라도, MAI규약은 정부가 그 나라에서 행 해지고 있는 투자를 15년 더 계속 보호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MAI와 더불어 유럽연합, 미국, 일본은 WTO체제내에서도 전지구적 투자조약을 관철시키기위해 갖은 애를 다 쓰고 있다. 1993년 OECD 실무회합에서 WTO내의 MIA(MAI와 비슷한 다자간투자협정)를 동시에 추진 하자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그것은 외국 투자가들에게 모든 WTO 회원국내에서 모든 부문에 걸쳐 출입, 설립의 자유와 내국인 대우의 권리를 부여하고 제한없는 자본과 이윤의 흐름을 보장하고, 조세와 기 업법률을 재구성하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인도, 인도네시아 등이 WTO에서 무역과 투자의 이슈의 거론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표명했고, 우여곡절 끝에 96년 싱가포르 회의에서 투자와 무역관련 WTO 실무그룹이 만들어졌다.
올해 미국, 일본, EU등은 "다자간 투자협정 체결과 주도권" 획득에 더욱 열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1998 년 5월에 WTO 각료회의가 있으며, 올 12월에는 WTO 총회(General Council)이 있는데, 그때가 투자관련 보고서 제출의 최종기한이기 때문이다. WTO 투자 협정의 성공여부는 MAI 협상의 운명에 달려있다. 즉 WTO내에서 투자자유화 협상을 1999년이나 2000년도에 시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MAI의 협상이 절대 적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금융의 세계화가 강제하는 '제약조건', 생산과정의 세계화, 그리고 그러한 경향들을 제도화시키 고 강제력있는 것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국제협정들은 노동자, 공동체, 그리고 정부가 임금, 조세, 환경보호 그리고 투자 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것을 두고 치열한 경쟁으로 내모는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있 다. 국제경쟁력이 모든 개별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어간다는 사실은 재앙의 시나리오 그 자체인 동 시에 불가피하게 사회, 환경 기준들을 점진적으로 낙후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더 나아가 이러한 영 역에서의 필수적인 발전을 지연시키거나 막을 것이다. 따라서 국내적으로는 강제적인 경쟁체제의 통제를 위 한 국내경제구조의 민중적 전환이 필요하며, 국제적으로는 초국적금융자본, 해외직접투자가의 권리를 일방 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전세계 노동자와 민중들을 빈곤의 악순환에 빠지게 하는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와 관련된 협정들에 대한 반대투쟁을 세계민중들과 연대하여 전개해야 한다.

6/ 한국 민중, 노동자들의 대응 전략 제안

IMF구조조정 프로그램은 '외채위기'를 빌미로 한 국민경제 통제전략에 있어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것 은 양자간, 다자간 국가수준의 차관협정에 근거하는 것이며,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더 큰 문제, 즉 한국 민중들의 삶, 국민경제, 정부가 통째로 초국적 금융자본에 넘어가게 될 합법적인 제도들이 마련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그것은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대표적으로 무역 자유화를 위한 제도적 틀인 WTO, 투자의 완전 자유화를 위한 MAI 등이다. IMF 및 WB의 프로그램 등은 대부분 위의 지침들을 충실 히 따르고 있다.
우리가 가장 유념해서 바라보아야 할 것은, IMF 프로그램 등이 WTO, MAI 조항들 속에 영구히 자리잡을 것이라는 점이며, 그렇게 된다면 이 조항들은 국제법에 따라 국가들을 "감독"하고 융자조건들을 실행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한국 민중들과 노동계급은 IMF라는 거대화두에 휩쌓 여 앞으로 진행될 일련의 국제적인 강제구조, 협상들의 제도화가 갖는 파괴성, 한국 민중들과 노동자계급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한국 민중들과 노동계급은 두가지 수준에서의 강도높은 대응이 필요하다. 하나는 투자와 무역의 자 유화를 강제구조로 전화시키려는 제국주의 및 초국적자본의 전략에 맞서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급속한 세 계체제로의 급속한 편입과정에서 민중들, 노동자들의 삶과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국내적 수준의 경제구조의 전환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 민중들과 노동자들은 후자의 과제에 진력하고 있으나, 이러한 투쟁전략은 한계적임을 인식해야 한다. 현재 한국 민중들과 노동계급이 겪고 있는 고통의 상당부분은 근원적으로 볼 때, 전세계적 수준에서 초국적자본이 주도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체제 그 자체에서 연유하고 있다. 즉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위한 다기한 협정들 자체(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가 모든 국가들을 '강요된 경쟁체제'로 내몰고 있다는 사실을 인 식한다면, 설사 국내에서 '사회적 타협체제'를 일시적으로 성사시킨다 하더라도, 그것은 곧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본철수의 위협은 한국 자본주의 뿐만 아니라, 숱한 제3세계 국가들에게 대단히 근본적인 위 협,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율을 관리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 노동자계급은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고, 더 나아가 해외직접투자자의 이익만을 일방적으로 보장하고, 그것에 의 해 각국 민중들의 절멸로 몰아넣고 있는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위한 협정들에 대한 강도높은 투쟁을 전 개해야 한다.
또한 이 투쟁은 어느 일국 민중들의 힘만으로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며, 제3세계 나아가 북반구 민중들과의 연대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이것을 후기제국주의전략에 대한 투쟁으로 부르든, 탈종속을 위한 투쟁으로 부르든,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이에 대한 투쟁을 유예하거나, 최대강령적 요구로 단순히 미뤄서도 안된다.

가) 국내적 수준에서의 대응전략

테제 1 신자유주의 및 세계화가 유포하고 있는 '시장의 자유'는 '시장의 횡포'에 다름아니며, 이에 맞서 모든 차원에서 민주주의적 권능의 확대를 위한 강도높은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모든 사물이 그렇듯이 신자유주의, 세계화도 태초에 누군가에 의해 우리에게 부과된 인간의 발명품이다. 그 누군가란 초국적자본과 그들의 정치적 종복들이며, 그들이 부과한 지상명령은 '시장의 자유'이다. 지구상의 모든 것, 인류의 모든 영역을 '시장'이라는 교리(敎理)로 통제하려는 시도가 다름아닌 신자유주의이며 세계 화이다. 즉 인간의 욕구와 사회적, 생태적 필요라는 항(項)을 인류의 사고에서 지워버리고, 그 자리에 오로 지 '시장과 경쟁, 그리고 이윤 추구'라는 항(項)으로 채워넣으려는 전략이며 이데올로기인 것이다. 따라서 신 자유주의, 세계화는 '어쩔 수 없는 대세' 혹은 '받아들여야만 하는 숙명'이 결코 아니며, 세계적/국내적/지방 적 수준 등 모든 차원에서의 계급투쟁에 의해 바뀌어질 수 있는 사회세력관계이다. '시장'이라는 지상명령을 태초에 우리에게 부과했던 사회적 권력관계와 소유관계를 우리가 문제삼는다면, 세계화에 대한 대안은 마련 될 수 있다. 인간적 욕구, 사회적/생태적 필요에 봉사하는 사회경제체제를 위한 첫 출발은, 그들이 강요하고 있는 '시장의 원리'에 맞서 인류사회 모든 수준과 영역에서 '민주주의적 권능'을 비약적으로 확대시키기 위 한 투쟁에 돌입하는 것이다. 그것은 "시민적 자유나 투표권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사회의 조직과 생산에 관해 동등한 사회인으로서 집단적으로 협의하는 능력, 그리고 직장과 공동체에서 자주경영을 발전시키는 능 력을 의미"[각주7]한다.
[각주7] 그레고리 앨보, [세계경제, 시장의 지상명령 그리고 대안들], 이론 17호

테제 2. '사회적 조절의 확대와 민주적 통제의 강화'라는 방향에서, 재벌구조의 해체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 위기를 가져온 구조적 요인이며, 한국사회 모순의 주요한 담지자라는 측면에서 재벌구조는 분명 해체되 어야 한다. 당연히 그것은 자본축적 조건의 합리화라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서는 안될 것이며, '사회적 조절/ 민주적 통제'의 강화라는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부실기업의 경우, 은행대출금의 출자전환을 통한 공기 업 형태 혹은 노동조합 소유의 형태" 등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며, "단순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 소 유분산만이 아니라 사회적, 공공적 소유의 지배적 지위가 확보되어야 하며 노동자들의 경영참가가 제도화" 되어야 한다.
또한 시장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유력한 매개로서 국가의 역할을 여전히 강조해야 한다. 오히려 "위기의 해 결책은 성장중인 능동적 국가를 내팽개치는 방식이 아니라 국가-민간 부문간의 관계를 좀더 투명하게 하고 공적 책임성을 강화하고, 정부와 기업에 대한 민주적 감독을 증대하는 방향으로 재정립할 때 가능해진 다."[각주8] 왜냐하면 한국 경제의 위기를 포함한 아시아 위기의 전 개과정에서, 핵심적인 교훈 중의 하나가 사적부문에 대한 국가의 통제능력 약화였기 때문이다.
[각주8] 월덴 벨로, [아시아 기적의 종언과 파산의 고통], 당대비평 3, 1998
"경제위기에 직면하여 독점적인 대기업과 은행의 파산을 막기 위해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역사적인 현상이 었고 그것은 불가피하고 비가역적 과정이었다. 문제는 그러한 국가개입이 대중의 부담하에 독점적인 지배구 조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져 온 것이었다면, 이러한 위기 속에서 노동조합과 좌파의 대안은 사회화의 형태(소유관계의 사회화, 경영통제의 민주화) 속에서 독점적 대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을 것이다."[각주9]
[각주9] 김성구, [자본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적 공세], 1998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국가는 재벌과의 유착 속에서, 재벌의 이해를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는 점이며, 이에 따라 시장을 통제하는 여전히 유력한 매개로서 국가를 착목할 때는 필연적으로 "노동조합, 지 역공동체, 그리고 민중운동이 주체가 된 메카니즘이 경제의 기본적인 의사결정 메카니즘"이 되어야만 한다. 이런 의미에서 '노사정 위원회'를 공세적인 틀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자본가와 정부의 의제만을 가지고 논의하는 그런 '노사정 위원회'가 아니라, 노동자와 민중의 의제를 제기하고 그것을 논의하는 틀로 활용해야 한다. 그런 틀에서 국제적인 협정에 대한 정부 협상내용의 공개, 그것의 철회 등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재벌구조의 해체가 위와 같은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할 필연성을, 신자유주의적 세계체제와의 연관 속 에서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즉, 어떤 국민경제도 세계경제로의 통합이 증대되면 될 수록 그 제도적 구 조와 경제 운용에 상처를 입지 않은 경우가 없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화 일반 혹은 특정한 해외 직접투자와 다국적기업이 노동자, 민중 혹은 국민경제 운용 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그것이 어떠한 성 격을 가지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 일반적 원리들을 제시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 그것은 많은 부분 개별 국 가의 제도와 체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각주 10]
[각주10] [신자유주의 체제하의 다국적기업과 자본이동], 한울, 1998

따라서 현재의 정세하에서 '재벌체제의 해체와 자본에 대한 사회적/민주적 통제의 강화'라는 전략이 갖는 의미는 국내적인 수준 뿐만 아니라, 지구적인 의미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즉 세계체제로의 무차별적인 편 입 경향에서 한국민중, 노동자들의 삶을 위한 생존수단과 국민경제적 수준의 최소한의 조절수단을 확보한다 는 의미를 지니며, 이를 위한 한국 민중, 노동자들의 투쟁은 전세계적인 수준에서 '노동착취의 강화'를 통한 출혈경쟁을 강제하는 신자유주의적 체제에 대한 저항의 의미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만약 우리가 굴복하면, 그것은 한국 노동자, 민중들의 삶과 생존조건의 위기인 동시에, 그로 인한 한국 자본의 '국제경쟁력'은 타국 자본/국가들의 자국 민중/노동자들에 대한 더 많은 착취를 유발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것이 악순환의 고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고리를 한국에서부터 끊어내자. "단지 세계자본주의의 운동방식에 무리없 이 편입되는 것이 위기극복의 전략"으로 이해되어지는 사고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투쟁이 필요하다.

테제 3. 국내외 독점자본의 노동시장 유연화 전략에 전면적으로 맞서야 한다.

한국 민중들 뿐만 아니라, 세계민중들을 도탄에 빠뜨리고 있는 국제대자본의 최고의 전략이 바로 '노동시장 유연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에 반대하는 국제 노동계급의 투쟁이 북반구에서부터 활성화되고 있다. 프랑 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투쟁, 미국 팀스터즈 노동자들의 투쟁, 영국 리버풀 노동자들의 투쟁이 그것이 다. 또한 남반구에서는 '노동강도의 강화'에 반대하는 투쟁, 노동자들의 정당한 임금과 노동조건 확보를 위 한 투쟁들이 전개되고 있다. 전지구적인 수준에서 진행되는 초국적금융자본의 광폭한 노동자에 대한 공세에 정면으로 맞서자.

테제 4. 해외직접투자 유치을 위한 반민중적, 반노동자적 '투자유인책'을 반대해야 한다.

해외직접투자의 유치가 과연 한국 민중/노동자들에게 어떠한 효과를 미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 다. 국가파산이라는 이데올로기앞에 모든 것을 내놓으라고 강요하는 DJ와 IMF의 협박은 초국적금융자본 및 몇몇 국내독점자본의 이해일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해외직접투자가 국내산업의 재구성, 고용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그만큼 다국적기업 및 해외직접투자자본에 대한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미 DJ정부는 그러한 규제책 대부분을 포기하고 말았다. 조세감면의 혜택, 정리해고 법안의 도입, 외국인투자자유지역의 설치 등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해외직접투자 유치인가'를 되 물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해외투자'자본을 유치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고용창출, 국내경제시스템의 복원으로 연결되리라는 것은 하나의 헛된 환상에 불과하다. 오히려 그것이 가져올 부정적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 노동조건, 환경조건 등 각종 규제철폐를 전제로 유입된 해외투자자본은 한국 민중 및 자연자원을 엄청난 속도로 착취하기에 바쁠 것이며, 그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규제도 곧바로 자본철수의 위협, 각종 자유무역협정들에 의한 제소의 위협에 시달릴 것이다.
또한 외국자본에 의한 국내기업 M&A는 또 다른 고용불안정과 노동조건 하락을 부추길 것이 틀림없다. "디 플레이션, 경제성장의 부진, 낮은 고용 및 부채증가 등이 경제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 시기 에 이들 200대 초국적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을 정복하기 위해 자신의 경쟁자를 먹어 버리는 것 이외에는 자신들의 팽창을 추진할 수 있는 수단을 달리 갖고 있지 않음이 분명하다." [각주11] 세계적으로 불충분한 수요, 시장의 협소함 속에서, 다른 기업을 잡아먹는 M&A이외의 다 른 방식의 자본축적전략이 불가능한 초국적자본들이, M&A과정에서 고용승계, 노동조합 교섭력 유지, 노동 조건 및 임금 등을 현재의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것은 말짱 거짓말일 뿐이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초국적자본 은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명목으로 고용파괴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다운사이징, 대량해고라는 반동의 물결이 몰아쳐오고 있다.
프레데릭 글레르몽, [세계를 좌우하는 200대 기업], 한울 1998
"자유화만 하면 원하는 모든 것들이 쉽게 이루어질 것처럼 선전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자본 이동은 나라들을 서로 맞붙어 싸우게 하여 출혈적인 양보들을 쥐어짜내는 경쟁적 입찰과정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 리고 이 과정에서 재정의 안정성과 공공 서비스의 질을 크게 손상시키고 있다. 직접투자를 보다 잘 유치하 려면 자유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해외 직접투자의 대부분이 그들의 요구대로 자유 화한 제3세계로 가지 않고 가장 발전된 선진국들로 계속 들어가고 있다. 끝으로 해외 직접투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될 때에도 그것은 점차 터무니없이 무리한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각 주12]
[각주12] 제임스 크로티, 제럴드 에프스타인, 파트리샤 켈리,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의 다국적기업과 자본 이동] 신자유주의와 세계민중운동, 한울, 1998

국제적인 조세경쟁이 치열하고 자본 이동에 제한이 없는 현실세계는 유의미한 해외투자자본 유치 가능성 - "꼭대기를 향한 등반"과 같은 발전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물론 "밑바닥을 향한 경주"(해외 투자자본 유치를 위한 국제적인 조세감면전쟁, 노동/환경기준의 탈규제화 등)에 있어서도, '앞선 자의 이 득'(first-mover advantage)을 누리는 국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해외 직접 투자를 유치한 경 우에도 정부는 산업 기반 및 교육을 지출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 투자자본을 상대로 충 분하게 과세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다른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테제 5. 국공유기업의 민영화 정책에 대해 반대해야 한다.

테제 1에서 밝혔듯이, 중요한 것은 사적부문의 강화가 아니라, 자본에 대한 사회적 조절과 민주적 통제의 강화, 그것의 유력한 매개로써 국가부문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다. 이런 면에서, 비효율성이라는 이름으 로 대다수 국민들에 대한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공유기업들-한통, 한전 등-을 민영화시키는 것은, 국 내외독점자본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것을 도와주는 것 뿐이다.

나) 국제적 수준에서의 대응전략

테제 1. 전세계 민중들을 절멸로 몰아넣고, 개별국가 수준의 계급투쟁을 구조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국제적 인 강제구조-각종 투자협정-에 대한 거부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국제협정은 핵심적으로 두가지 수준으로 구성되는데 하나는 무역의 자유화이며, 다른 하나는 투자의 자유화 이다. 물론 대부분의 협정들은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양자 모두 포괄하며, 포괄하려는 경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다.
수다한 협정들중에 한국 민중들과 노동자계급이 주목해야 할 것은 WTO와 MAI, 그리고 현재적 수준에서 의 IMF 및 APEC이다.
무역의 자유화에 의한 효과도 사실 상당하다. 자유화만 되면 모든 것이 다 잘될 것이라고 '시장자유주의자' 들은 떠들어대고 있지만, 그것은 말짱 헛소리다. 이렇게 단정지을 수 있는 이유를 대라고 한다면, 우리는 어 떠한 경제이론보다 구체적인 현실을 근거로 대면 된다.
대표적으로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포괄하는 지역무역협정으로서 NAFTA를 보자. 1994년 1월 1일을 기해 발효되었고, 현재 단지 약 4년정도 지나지 않았지만, 그것에 의해 나프타의 3주체인 캐나다, 미국, 멕시코 등의 민중들이 어떠한 고통을 겪게 되었는지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먼저 캐나다와 미국에서는 수천 의 노동자들이 나프타와 함께 등장한, 자본이동의 가속화, 강호된 경쟁, 노동자 교섭력의 잠식 등과 같은 압 력 때문에 실질임금의 하락을 견뎌야만 했다.
"멕시코의 경우는 더욱 극적이다. 멕시코가 나프타에 가입한 후, 실제 임금은 45%하락했고, 2백만명이 일자 리를 잃었으며, 절대빈곤층은 93년 31%에서 오늘날 50%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자유무역협정과 그로 인한 비상사태 속에서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은 여성과 어린이들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자신들이 부와 고용을 창출한다고 하지만, 통계에 의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사실상 경쟁력있고 성공한 다국적기업들의 특징 중 하나는 고용을 줄이는 것이다. 93년과 95년 사이에 100대 다국적기업들의 세계매출액은 25%이상 늘었지만, 그들의 노동인구 580만명 중 4%-225,000명을 줄였다. 다국적기업들의 인수, 새로운 지역으로의 이전, 자동 화 생산과 유통의 중앙집중화 등의 경향이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인구는 하도급업자들 에 의해 다시 고용될 수 있는데 이들은 문제의 소지가 없는 노동인구가 되어, 다국적기업들은 점점 많이 이 들을 고용하고 있다. 하도급업자들은 자주 기술적으로 이들 노동자들을 요리하면서 생산물의 값을 낮추고, 임금을 내리며, 작업조건을 악화시키고 있다. 또 하나 불운한 사실은, 해외직접투자는 지역기업들을 사들이 고 재구조화하면서 더욱 적은 고용으로써 더욱 많은 생산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1986년부터 92년까 지 2/3가량의 해외직접투자기업들은 인수와 합병을 통해 만들어졌다. 슬픈사실은 고용축소와 작업환경 하향 화와 더불어, 그들이 의지하고 있는 성장의 증대, 투자, 독점화, 집중화가 최근 신자유주의 모델의 구조적인 특성이라는 것이다."[각주13]
[각주13] MAIgalomania!

끝없는 자유화와 개방화, 각종 규제의 철폐는 한국 민중들과 노동계급들에게 뿐만 아니라, 세계민중들을 도 탄에 빠뜨리고 있는 셈이다. 국제경쟁력을 위해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참으라는 자본의 요구는, 이제 단순한 압력과 이데올로기의 차원을 넘어 제도화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극도의 경쟁체제로 내몰고 있는 제도와 협정들에 대한 분명한 대항이 필요하다. 이 투쟁은 국내 계투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때에도, 민중 및 노동자들에게 더 큰 교섭력과 전투력을 복원시 킬 수 있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MAI 거부! WTO 투자협정 체결 반대! APEC 반대!
이러한 내용을 매개로 한 국제적인 노동운동의 연대의 실현 가능성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일례로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오는 4월 18일, "노동착취공장과 자유무역종식을 위한 지구적 행동의 날"이라는 대규모 항의 행 동이 기획되어 있다. 이 행동은 서반구노동자회의(Western Hemisphere Workers' Conference)에서 제기된 것이며, 이 협의체에는 미국노총산별회의(AFL-CIO), 캘리포니아노동동맹, 샌프란시스코노동자위원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 행동의 날 발기인은 4천 5백만 회원을 갖고 있는 미대륙노동자조직(ORIT, Inter-American Reginal Organization of Workers), 라틴아메리카의 노동조합동맹, 라틴아메리카 발전을 위 한 전국노동자위원회 등이 참가했다. 또한 이 행동의 날에는 국경을 넘어 멕시코의 마낄라도라 노동자 지지 위원회도 참여할 예정이다. 주요한 슬로건은 다음과 같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반대한다! 아메리 카자유무역지대(ETAA) 건설에 반대한다! 다자간투자협정(MAI)에 반대한다! 사유화와 탈규제에 반대한 다![각주14]
[각주14]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International News 4호]에서 발 췌

테제 2. IMF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강요에 대한 거부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IMF는 외환위기가 터진 뒤에 '사태'를 장악하고, 채권자의 이해를 위해 발로 뛰는 기구이다. 그러나 IMF통 제체제를 겪은 세계 100여개국에서 보여진 IMF의 행동은 외채위기를 빌미로 각종 탈규제정책, 개방화, 자 유화 정책을 도입을 강요하는 행태를 보여주었다.
구조조정프로그램(SAPs)이라는 대출조건은 일률적으로 정부예산 삭감하는 정책들(보조금지급중단, 사회복 지예산삭감, 노동자임금동결, 비생산적 정부기관 폐쇄, 국가기업 민영화 등), 외국 교역수지 증가(통화하락 조정, 탈규제를 통한외국투자유인, 노동자권리 제약), 외국투자자에게 모든 의무사항 준수라는 내용들로 채 워진다.
이것은 초국적금융자본의 이해대변을 위한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따라서 우리가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따라야 할 이유는 결코 없다. 오히려 그러한 프로그램에 순응했던 국가가 겪었던 경험들을 보다 분명히 인 식해야 한다. 한국 민중들과 노동자들은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반민중성을 폭로하고, 그것의 강요에 대해 명백히 거부해야 한다.
이러한 투쟁 전술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핵심적으로 채권자 블록의 보복에 의한 '국가파산'의 위협이다. 즉, 국제금융체계에 접근할 통로를 차단하고 그러함으로 인해 교역과 생산상의 붕괴를 낳아 국내 실업을 증가 시키고 생활수준을 더욱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이다.
이러한 단절의 위협은 , 채무국에 의해서 채무불이행을 단념케 만드는 데에, 그리고 각국 정부에 의해 왜 자신들이 빈번히 IMF의 조건에 굴복하고 말았는지를 자국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데에 활용되어 왔다.[각주15] 그러나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자본의 보복 위협은 현실화가 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각주15]
해리 클리버, [IMF를 폐쇄하라, 채무를 폐절하 고, 발전을 종식시켜라!]
첫 번째로, 과거 멕시코와 현재 인도네시아의 경험 등에서 보건데, 채권국가 블록이 교역 및 금융관계를 끊 어버릴 가능성은 대단히 줄어들고 있다. 만약 현재 위기에 처한 인도네시아, 태국, 한국 등 동아시아국과의 교역 및 금융관계를 끊어버린다면 이는 이미 상당한 양의 자본을 투하한 미국 및 유럽 초국적기업들에 대 해서도 상당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더욱이 한국 민중, 노동운동이 인도네시아, 태국 등 의 노동,민중운동세력이 연대하여 IMF의 구제조건 강요에 대한 반대운동을 전개한다면, 채권국가 블록은 파괴적 보복보다는 차라리 미래의 경제관계를 위한 재협상이 시도할 것이다. 두 번째로 무엇보다도 현재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비판이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는 단지 좌파적 세력들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자본가들 스스로, 심지어 IMF조차도 자신들의 프로그 램에 대한 타당성에 대해 일정하게 자기비판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금융위기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IMF가 인도네시아의 금융체제를 마비시키는 오류를 범했다'고 고백한 IMF의 자기비판적 보고서는 이러한 견해를 확인시켜주는 셈이다. 지난 1월 13일 IMF이사회에 제출 된 이 비밀보고서에는 인도네시아의 구체적인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추진한 부실은행의 과도한 정리가 예 금인출 사태를 빚었고, 그 때문에 인도네시아의 금융시스템이 붕괴했으며, 투자자를 이탈시키는 동시에 자 국 화폐의 통화가치를 폭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또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 황적 결과에 대하여 사려깊게 예측하지 못한 핵심적인 판단착오가 있었음을 시인하고 있다."[각주16]
[각주16] 김민웅,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경제적 공포앞에 선 한국], 당대비평3호, 1998

{뉴욕타임즈}는 경제면에서 세 페이지짜리 전면기사로 IMF의 정책이 보수세력과진보세력 양측으로부터 협 공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핵심은 기본적으로 IMF의 정책이 그 대상국가의 경제력을 살리기보 다는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것이며, 더욱이 IMF를 개혁하든지 아니면 대체기구를 만들든지 또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국제금융시스템을 새로만들든지 해야 한다는 쪽으로 논의가 전개되고 있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또한 1998년 1월 14일 사설을 통해서는, "IMF도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사실이 IMF 비밀보고서를 통해 확인되고 있는 한, IMF의 아시아 금융 위기 접근내용이 사전에 좀더 공개적으로 드러나도록 해야 사태의 악화를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그렇게 해야만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데 아무런 책임이 없는 수백만 명의 무고한 노동자들이 불필요한 고통을 겪지 않고 생존해 나갈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처럼 IMF의 구 조조정 프로그램은 부르조아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 프로그램 자체의 정당성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것, 나아가 민중과 노동자의 요구에 입각한 재협상의 요구는 대단히 정상적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게는 한국 자본주의 체제에서 '외채'의 문제는 신자유주의적 세계체제에서 상환불가 능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세계적인 구조적 불황국면 속에서, 모든 국가들이 세계시장지향적인 경제정 책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수지 흑자를 통한 외채 상환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 서 '외채위기'는 향후 한국 민중, 노동운동에게 항상적인 '제약조건'이 될 것이라는 점이며, 따라서 그 제약 조건 자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자본이 강요하고 있는 '제약 조건' 자체를 승인한 속에서 우리가 구사할 수 있는 전술이란 고작해야 자본의 요구들을 순순히 수용하는 것 이외의 길은 없다. 제약조건을 '제약이 아닌 것'으로 바꿔낼 전술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IMF의 구조 조정 프로그램 강요에 대해 명백히 반대하고, 민중의 의제를 기반으로 한 재협상의 요구를 외쳐야 한다.

테제 3. 아래로부터의 요구에 기반한 대안적인 형태의 국제계약, 협정의 재구성을 위한 공동의 논의와 요구 들을 결집시켜내야 한다.

존재하는 자유무역협정들을 인정한 속에서, 사회/환경적 조항을 삽입하는 것은 거의 무의미하다. 오히려 세 계 민중들과 노동자들의 아래로부터의 요구에 기반한 새로운 "투자와 무역, 경쟁정책 등"과 관련한 국제협 정을 재구성해내야 한다. 그러한 협정들의 재구성 과정에서 세계민중운동, 노동자운동은 각국의 역사적 조 건과 세계체제의 조건 들을 충분히 감안한 속에서 상호 교류하고, 합리적인 협약/계약들을 창출해내야 한 다. 이러한 협정들은 각국 정부와 자본들을 공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자료 집의 참고자료에 나와 있는 '대안적 투자규범'은 하나의 예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각국 민중운동은 '연대주 의적 경제정책'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즉, 현재 위기의 원인 중의 하나인 무차별적인 세계시장지 향적 경제정책을 국내자본 및 내수시장 지향적인 경제구조로의 장기적인 전환, 그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국 제협력의 모색을 위한 정책들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토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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