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마낄라도라, 남으로의 행진과 세계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세계화와 민중 제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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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정필(자유무역협정 WTO반대 국민행동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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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필자가 지난 11월 12일~13일 멕시코
리오 부라보에서 열린 마낄라도라 정의연합(Coalition for
Justice in Maquiladora) 총회에 참가하고 작성한 글
입니다.
지난 11월 12일에서 13일 양일간 멕시코 국경지대 리오
부라보에서는 ‘마낄라도라 정의연합’ 총회가 열렸다. 캐나다,
미국, 멕시코 3개국의 활동가들로 구성된 마낄라 도라 정의
연합은 올해로 15년을 맞이하는 조직으로 마낄라도라의 현실을
폭로하고, 노동자들의 투쟁을 조직 지원하는 역할을 해 왔다.
이번 총회에는 한국의 자유무역협정·WTO반대 국민행동과
민주노총이 특별히 초청되었다. 갈수록 한국기업의 멕시코, 특히
마낄라도라 지역에 대한 진출이 늘어나면서, 특히 한국기업의
노동자 착취와 민주노조 운동에 대한 탄압에 대한 대응이 더욱
고민되고 있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는 LG노동자들이
함께 자리해서 LG투쟁의 경과에 대한 간략한 보고도
진행되었다.
마낄라도라: 남으로의 행진
국경으로 가는 길에 멕시코 활동가에서 주요산업이 뭐냐고
물었다. 멕시코의 제1산업은 석유산업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그 활동가는 농담 반 진담 반을 섞어서 마낄라도라라고 하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1962년 멕시코에서 미국으로의 이주노동의 길이 막히자 멕시코
정부가 대안으로 ‘국경산업화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시작되었다. ‘마낄라도라’라는 이름의 어원은 멕시코
식민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방앗간에서 옥수수를 빻을 때,
절구통에 붙어 남아있는 옥수수 가루를 일커는 말이
마낄라도라라고 한다. 미국이 멕시코 국경지대에 수출을
목적으로 해서 조립공장을 지어서 알맹이만 쏙 빼먹고 남을 것이
별로 없는 마낄라도라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자조 섞인
단어이기도 하다.
조립을 그 목적으로 하는 마낄라도라 산업의 특성상 원자재들을
대부분 다른 국가에서 수입해 들어오기 때문에, 원래 목적과는
정 반대로 국내 원자재 산업들이 마낄라도라 산업이 확장됨에
따라 더욱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국내 원자재 공급이
가장 최고치라고 기록되었던 2000년의 통계를 보면 원자재의
단지 3.1퍼센트만을 멕시코 국내에서 공급받고 있으며, 평균으로
본다면 약 2퍼센트 정도만을 국내에서 조달받고 있는 실정이다.
애초 국경지역에서 출발했던 마낄라도라는 1972년 국경지대 외의
지역에서도 ‘마낄라도라’가 가능하게 함으로써 국내로 더욱
확산되는 길을 열어놓았다. 국경 외 지역에서도 허용된 지
10년이 지난 82년만 해도 국경지역에 88퍼센트의 마낄라도라가
위치하고 있었으나, 1993년 24퍼센트, 2002년에 이르러서는
40퍼센트가 국경 외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추세로, 점점 더
남으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이다.
마낄라도라가 남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은 마낄라도라가 국내
주요사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의미이며, 이로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은 더욱 많은 혜택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낄라도라 원주민과 노동자들의 생생한 증언들
마낄라도라 정의연합 총회에서는 마낄라도라 지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생생한 증언들이 진행되었다. 이번
총회에는 국경에 위치한 마낄라도라 뿐만 아니라, 남부
치아파스에서도 참석해 마낄라도라의 남으로의 행진에 대한 저항
또한 남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공동체 파괴
마낄라도라가 멕시코 남부로 확장되어감에 따라 원주민
공동체들의 기존 삶의 양식들이 파괴 되고 있다는 치아파스 지역
활동가의 보고가 있었다. 정부에서는 이 지역을
마낄라도라지역으로 만들기 위해서 산업화 이후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며 수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선전을 했다.
정부에서의 선전으로 인해 공동체 내부가 갈등을 겪으면서
찬반논쟁으로 지역의 공동체는 분열되었고, 일부 원주민들은
계속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특히 종자 및
천연자원에 대한 초국적 자본의 공격이 가세하면서 천연자원
자유화에 저항하는 투쟁들이 각각의 공동체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탕수수 농업은 이미 파산했으며, 댐건설과 GMO옥수수를
막아내기 위해 각 지역의 원주민들이 투쟁에 나섰으며, 총회
마지막날 있는 총선에 대해서 지역의 원주민들은 선거가 우리의
대안일 수 없다는 판단아래 대다수의 공동체들이 선거에 불참
선언을 했다고 한다.
-환경오염과 암발생률의 증가
환경규제가 거의 적용되지 않고, 또 이 조건을 활용할 목적으로
마낄라도라에서 투자를 한 기업들이 이들 지역에 투자를 하기
때문에 환경오염도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었다. 라구나 지역
활동가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 지역의 14,000평방 킬로미터가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는데 산업폐기물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83퍼센트의 지하수가 농축산업에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고 한다. 치아파스 지역의 활동가는 암
발생률이 증가하는 추세를 주목하면서, 상황의 심각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열악한 노동조건
총회 사이에 LG노동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마낄라도라 지역
노동자들의 삶을 더욱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마낄라도라에서
4인 가족이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 약 800페소
가량 든다고 한다. 그런데 노동자가 8시간 기준으로 6일 노동을
할 때 평균적으로 받는 임금이 450페소 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마낄라도라 노동자들은 주당 72시간, 하루 12시간을
빠듯이 일을 해야만 겨우 800페소를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아시아 투자기업들을 중심으로 29일짜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쓰는 것이 확장되고 있는 추세여서 저임금
노동에 고용불안까지 가속화되고 있다. 근속년수를 따질 수 있는
노동자를 마낄라도라에서 찾기는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게다가
노동자들의 불만이 커지거나 일정 이윤을 확보하면 공장을
폐쇄하고 동일한 자본이 다른 이름으로 다시 공장문을 여는
경우가 허다.
새로운 위협과 미래
최악의 생존조건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마낄라도라
노동자들에게 또 다른 위협이 등장하고 있다. 이 위협은 비단
멕시코 마낄라도라 노동자들만에 대한 위협은 아닐 것이다.
중국의 WTO가입이후, 멕시코 마낄라도라의 의류가공업을 비롯한
조립공장들이 고비용을 이유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으로
투자처를 옮기고 있어서 고용불안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국경지역을 넘어선 남부 멕시코로의 이동은 마낄라도라 산업을
멕시코의 주요산업으로 만들어 냄으로서 원주민과 노동자의 삶을
파탄냈다. 그러나 더욱 주목할 만 한 사실이 있다. 발제자로
나선 마낄라도라 정의연합 한 활동가는 지도의 점선을 통해
마낄라도라 지역의 확장에 대해 시각화 했다. 처음 미국에서
멕시코로 들어온 자본은 멕시코 남부를 비롯해 니카라구아로
그리고 다시 중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마낄라도라의
세계화인 셈이다.
결국에 마낄라도라의 세계화는 전 세계 노동자들이 어떻게 함께
싸울 것인가의 과제로 귀결 될 것이다. 한 쪽에서는 공장폐쇄가
일어나고 다른 한 쪽에서는 새로운 일자리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으로 고통받는 연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성과가 무엇인가에 대한 평가를 차치하더라도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국 활동가들의 연대체인 마낄라도라
정의연합은 지난 15년간 유의미한 실험을 해 온 것이다. 그리고
이번 한국에 있는 조직을 초청한 것은 이런 연대를 더욱
확장시켜가기 위한 모색이었다.
아시아 지역통합의 흐름이 가시화되고 공장이전이 더욱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우리 또한 이들과 유사한 딜레마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단지 한국의 해외투자기업의 행태에
대한 비판을 벗어난 총체적 점검 속에서 한국의 운동 또한
방향과 대안에 대한 모색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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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1 12: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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