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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미-싱 FTA의 문제점

세계화와 민중  제41호
최문경, 곽경호 (자유무역협정/WTO반대국민행동 사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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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싱 FTA 철저한 미국 중심의 무역거래이다.

2000년 12월 싱가포르와 미국은 FTA 협상을 시작하였다. 그 후 2003년 1월 15일 양국간 협상이 타결되었고, 같은 해 5월 6일 FTA 공식서명이 이루어져 2004년 1월 1일 양국 간 FTA는 발효되었다. 싱가포르와 미국 간의 FTA 체결로 인하여 양국간의 경제적 이익이 상당히 높을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이루어진 미-싱 FTA는 알려진 바와는 달리 그 이면에는 철저한 미국 중심의 경제적, 정치적 논리로 이루어졌다.

싱가포르: 개방 수준이 높지 않는 서비스 부분의 전면 개방이 이루어졌다.

미국과 싱가포르는 이미 대부분의 상품 교역에서 관세를 적용하지 않고 있어 FTA 체결로 상품교역을 무관세로 한다 해도 전체 교역에 큰 증가를 가져오지 않는다. 다만 싱가포르는 이번 미-싱 FTA 체결로 자국 내 미국계 서비스회사들에 대하여 완전한 무역 자유화를 보장하게 되었다. 특히 금융과 법률 서비스 부분의 개방 수준이 넓어졌음을 알 수 있다. 싱가포르 내의 외국은행은 “Qualifying Full Bank (QFB)"라는 싱가포르가 만든 라이센스가 주어지게 되며, QFB를 통하여 은행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QBF 라이센스가 주어진다고 하여도 외국은행 업무는 많은 제한을 받게 되는데, 국내 은행에게는 제한 없는 QBF의 수와 고객서비스 지점, 그리고 국내 ATM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없을뿐더러 ATM 수가 10개로 제한된다. 그러나 미국은 미-싱 FTA 체결로 앞으로 2년, 2.5년 후 QBF 수와 고객서비스 제한과 ATM 설치 제한 선이 각각 없어지게 된다.
더불어 이번 FTA는 미국 법률회사는 다른 외국 법률 회사에게 주어지지 않는 법 집행 및 싱가포르 변호사 고용, 국내 법정 소송권이 주어지게 된다. 또한 미국 법률회사에 대해 싱가포르 내 합동투자 법률 회사 설립을 허가하고, 4개 미국 로스쿨 학위 소지자에 대해 싱가포르 바(bar)시험 응시 자격을 허용한다. 반면 싱가포르는 이번 FTA의 효과로 4년제 학위를 가진 싱가포르 전문 직업인에 한하여 미국 FTA직업 비자를 발급받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더라도 이번 미-싱 FTA가 얼마나 미국의 중심의 협상이 이루어졌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적재산권의 문제

미-싱 FTA는 미국과 맺은 여타의 양자협정 가운데 지적재산권(이하 지재권) 보호와 집행에 대한 내용이 높은 수위로 들어가 있다. 지재권 관련한 부분으로 전체 협정문 240페이지 중에 30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협정문 중 지재권 부분은 지재권 관련한 국제 협정 5개에 모두 가입해야한다는 내용으로 시작하고 있다. 협정문에 의하면 싱가포르는 미국이 원하는 협정에 모두 가입해야 하고, 국내법도 미국의 그것 이상으로 다시 정비해야한다. 행정, 민사, 형사상의 책임까지 담당하는 부서를 따로 만들게 하여 국내법에서 판단하는 여지를 축소시킬 위험도 있다.
미-싱 FTA는 다른 내용들도 WTO-plus를 요구하고 있듯이, 지재권 분야도 TRIPS-plus를 담고 있다. 의약품이나 동식물에 대해 특허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의약품의 경우 싱가포르에서 미국의 의약품을 승인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배타적으로 보호하도록 하는데, 일반의약품(특허가 만료된 후 같은 성분으로 만드는 것)을 판매하도록 승인하는 과정에서 이미 제공한 특허 의약품의 정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는 값싸게 의약품을 제공할 수 있는 여지를 축소하고 다국적 제약회사의 특허를 모호하도록 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맺은 FTA의 대부분은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특히 싱가포르는 더 강력한 조항들이 담겨있다. 미국이 아시아와 맺은 최초의 FTA인 점을 감안하면 아시아에서 미국이 어떠한 지적재산권 정책을 펼칠지 뻔한 일이다.

ISI 특혜 조항을 주목하자.

ISI(Integrated Sourcing Initiative)는 미국과 싱가포르 기업의 전 세계 물품 조달시 효율성과 유연성을 제고하기 위한 일종의 원산지 규정 제외 특혜조항이다. 구체적으로 미국과 싱가포르의 특정 IT 제품과 의학기기에 대해 수입상의 서류 작업 부담을 줄이고 무역거래상의 비용을 절감시키기 위하여 미국과 싱가포르간의 교역되는 물품에 해당, FTA 당사국이 아닌 인도네시아에서 싱가포르를 거쳐 미국으로 수출(!)될 경우 싱가포르 원산지로 인정받는 특혜 조항이다. 단, 인도네시아에서 싱가포르로 수출된 후 미국으로 수출되지 않을 경우 그 혜택을 받지 않는다. 더불어 ISI 소재 또는 부품이 인도네시아에서 싱가포르로 수출되어 완제품을 싱가포르에서 생산할 경우 그것은 역내가치에 포함되지 못하여 원산지규정을 받게 되지만, 그 부품이 미국을 거쳐 다시 싱가포르로 역 수출되어 ISI 품목 이외의 제품 생산에 투입될 경우 역내가치에 포함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미국과 싱가포르 FTA는 양국에 비해 값싼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아주 교묘한 방식으로 열어놓는 자본의 출구이며, 특히 미국은 ISI제품은 물론이거니와 원료 등을 값싸게 이용할 수 있어 최대한의 이윤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미국 기업이 다른 나라에 공장이전, 직접투자 등의 비용을 절감하고 이러한 효과를 최대치로 볼 수 있는 세련된 거래임이 분명하다.
여기에서 한 가지 더욱 분명한 것은 미-싱 FTA가 말레이시아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폭력적이고 야만적으로 거세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FTA는 미국의 자국경제 보호 논리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싱가포르 산업협회는 2003년 5월 말 미-싱 FTA가 싱가포르에 미칠 영향에 대하여 회원사들을 중심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응답자의 71%가 미-싱 FTA로 인한 혜택이 없을 것이라 응답한 사실이다. 싱가포르의 기업들조차 부정적으로 인식한 미-싱 FTA가 체결된 주된 요인은 바로 미국의 압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에서 간단히 언급한 바와 같이 싱가포르는 이번 FTA 체결 과정에서 국내 금융과 법률 등 서비스 분야의 국내법을 수정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싱가포르는 물론 칠레 등 FTA 체결과정에서 국내법 개정이라는 양보를 가능한 피하는 방식으로 FTA를 체결한다. 또한 미국은 FTA 협정에서 국내 반덤핑 및 상계관세법 등 무역구제조치에 대한 수정을 일체 허용하지 않았고, 칠레와의 FTA 체결에 있어서도 농산물에 대한 관세철폐 이행기간을 포도주와 같은 민감한 품목의 경우 최대한 12년까지 설정해 놓는 등 FTA가 국내 산업보호주의를 극복하고 무역자유화 정책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음을 가장 강조하는 나라에서 모순되게 자국 산업보호주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자유무역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복잡한 무역거래의 행정상의 절차를 간소화하고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어 결과적으로 전 세계 경제향상을 촉진할 것이라는 대대적인 자본의 이데올로기는 결국 강대국의 경제적, 정치적 이익을 최대한으로 올리려는 그들만의 세계화 정책이다.
 

2004-11-28 15: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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