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커스] 한칠레 FTA,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
세계화와 민중 제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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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섭(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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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칠레 무역수지는, 한칠레FTA 협정 발효로 4억 달러의
무역수지 개선효과가 날것이라는 정부의 주장과는 반대로, 협정
발효 5개월 만에 작년 1년 치에 육박하는 5억 2천만 달러의
적자에 달했다고 한다. 정부는 이러한 무역수지악화의 원인이
대칠레 수입의 90%를 차지하는 동괴 및 동광의 국제가격 상승
때문이며, 우리 공산품의 대칠레 점유율은 개선되고 있고 칠레의
우리 농산물시장 점유율은 우려한 만큼 급증하지 않았다고
협정의 경제적 이득을 주장하고 있다.
그 실제의 경제적 득실이 무엇이든지, 한칠레 FTA를 이러한
수치를 통해 이득을 본 혹은 손해를 본 협정이라는 식의 논의는
자유무역협정의 본질을 협정당사국의 경제적 이해관계로
한정시키는 위험이 있다. 자유무역협정은 관세의 인하 혹은
철폐를 주 내용으로 하므로 협정체결 상대국가에서 상품의
상대적 가격우위가 강화되기 때문에 체결국간 상품교역량이
증대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따라서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양국의 교역량은 늘어날 것이며 대칠레 공산품시장에서 우리
수출기업이 이득을 보고 우리의 농산물 시장에서는 칠레의
점유율이 높아 갈 것이다. 하지만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은 이러한
무역에 있어 득실의 관계에 그 본질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한칠레 FTA의 본질은 정부가 동 협정의 추진을 통해 농업을
버리고 대기업의 이익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칠레와의 협정이
우리 농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은 협정의 타당성 검토
단계에서부터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고 정부의 협상추진은
완성품을 칠레로 수출하고 원료를 칠레에서 수입하는 대기업의
이익을 옹호하겠다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한칠레 FTA가
대기업에게 대단한 이득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었다. 즉, 칠레시장의 규모나 낮은 구매력에 따른
이득의 한계뿐만 아니라, FTA발효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상대국의 또 다른 FTA의 체결이나 경쟁외국기업의 약간의
경쟁력강화로 인해 단기간에 상쇄되는 것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반면 농업은 농민의 생계와 농업의 생사가 걸린
문제라는 것을 정부가 알면서도 한칠레 FTA의 체결을 추진한
것은, 우리 농업을 적극적으로 구조조정 하겠다는 결정이고,
협정 발효 6개월이 지난 지금 이미 현실화된 과수농가 패업의
증가는 단지 그 일면에 불과한 것이다.
현재 정부는 일본과 FTA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결정의 의미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주로 중소기업)을 퇴출하거나, 해외로
이전시키거나 혹은 일본기업에 인수시키겠다는 결정인 것이다.
내년에 추진될 아세안 국가와 FTA 협상은 일본과의 FTA에서
불러올 중소기업의 충격을 완화시키는 것에 기여하고, 이미
진행되고 있는 농업의 구조조정을 가속화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발표한 ‘FTA 로드맵’에 따라
향후 중국, 미국 등과 순차적으로 FTA 체결을 통해 이러한
구조조정의 과정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그 완성된 장밋빛 구조조정의 내용 역시 자명한 것이다.
경쟁력이 떨어진 기업과 산업을 퇴출시키고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을 지원 육성해 우리경제의 양적성장을 이룩한다는
것이다. 그 지원 육성된 기업은 필연적으로 수출주도의
제조업대기업 및 거대 서비스대기업인 것이다. 물론 그 국적은
상관없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과정 속에 우리 산업은
일부업종으로 편중되어가고 대내 지향적이기 보다는
대외지향적인 경제구조가 점차 강화되어, 결국은 고용증가가
없고 내수의 활성화가 수반되지 않는 수출중심 및 소수 대기업
중심의 양적 성장구조가 점차 고착화 될 것이다.
그 구조조정의 다른 면은 기업과 산업의 퇴출, 해외이전 및
해외자본의 유입을 통한 노동시장의 구조조정이다. 이미 WTO
농업협상 및 칠레와의 FTA를 통해 농업에서의 노동력의 이탈이
확산되고 있으며, 일본과의 FTA를 통한 제조업 노동시장의
구조조정 그리고 향후 서비스산업의 외자도입과 기업화를 통한
구조조정이 가시화 될 것이다. 그 속에 노동자 농민들은
일자리에서 내몰리는 횟수와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횟수가
늘어날 것이며, 일터에서 생산성 향상에 대한 압력이 가중되고,
노동의 유연화로 인한 안정적 일자리에 관한 권리 및 노동권은
점차 약화되어 갈 것이다.
한칠레 FTA체결은 외부 힘(WTO 기업세계화)에 의존하여 정부가
이러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신호탄이었고, 정부와
보수언론은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가 FTA를 체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매우 소극적이지만 강력한 논리로 농민을
일부 ‘이익집단’으로 몰아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였다. 이렇게
농민 등 ‘이익집단’의 반발을 WTO체제에 의지해 각 국가가
극복해 나가라는 것은 WTO의 준공식적인 정책이다. WTO에게는
WTO를 반대하는 민중은 준공식적인 ‘이익집단’인 것이다.
이러한 WTO 체제에 편승한 정부는 일본과의 FTA 추진을 위해
중소제조업과 노동자들의 반발을 일부 ‘이익집단’의 반발로
몰아가며 세계적인 추세 속에 우리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논리로 정치적인 극복을 시도할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칠레 FTA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인가?
한칠레 FTA 저지 투쟁은 농민의 투쟁으로 고립되었다. 한미 BIT
저지 투쟁도 영화인의 투쟁으로 고립되었다. 한일 FTA 역시
중소기업의 해외이전 등의 지원 및 보상 등의 조치를 취하며
정부는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고립시킬 것이다. 정부의 ‘FTA
추진 로드맵’은 동시 다변적인 FTA 추진을 통해 업종간의
이해득실을 상쇄하고 FTA체결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공식적인
전략이다. 이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동시 다변적인 FTA체결을
통해 각 각의 이해당사자를 반발을 적절히 약화시키고 고립시켜
적극적인 대기업 중심의 산업집중화를 추진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향후 일어날 이러한 고립화의 과정 속에서 한칠레 FTA는
어제의 방관자는 오늘의 피해자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한칠레 FTA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국제적 연대의
중요성만이 아닌 국내 제세력 연대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향후
추진될 FTA를 통해 때로는 중소제조업 노동자, 때로는 중소상인,
때로는 농민이 순차적인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어 길거리로
내몰릴 것이다. 그 장밋빛 구조조정의 결과는 대기업에게는
이윤을 그리고 민중에게는 아픔만을 안겨줄 것이다. 한칠레
FTA가 정부의 적극적이고 동시 다변적인 FTA 추진으로
연결되었듯이, 한칠레 FTA투쟁에서 농민의 고립의 한계가 국내
제세력의 적극적인 연대의 가능성과 필연성의 문을 열고 있다.
그리고 그 연대의 길은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 민주노동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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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07 16: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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