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으면 몸이 아파도 치료도 못하고 약도 못먹는 나라는
나라도 아니다.” 지난 대선기간 보건의료관련 정책토론회에서
당시 노무현대통령후보 측에서 나온 토론자가 전했던 후보의
발언이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문제는 공공성이 현저히 낮은데
있으며 OECE평균 공공의료기관이 75%이고 공적의료보장율이
70%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공공의료기관이 8-9%,
공적의료보장율이 45%에 머물고 있다. 이에 노무현후보측은
이러한 현실을 바로 잡아 의료보장율을 임기 내에 80%까지
끌어올리고 공공의료기관의 비율을 30%로 확충할 것을 공약했고
이에 대한 의지를 천명한다는 차원에서 후보의 직설적인
표현까지 공개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참여정부 출범이후
오늘까지 이러한 공약이 실천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공공성을 정면에서 부정하는 의료개방에 대한 의지만 확인될
뿐이다.
주지하다시피 WTO/DDA 협상에서 양허수준이 가장 낮은 분야 중
하나가 보건의료서비스분야이다. 보건의료서비스는 국민의
건강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서 많은 나라들이
보건의료서비스를 준공공재로 인식하고 있는 공익성이 매우 큰
분야이다. 따라서 국제무역 차원의 의료시장에 대한 정책은 각
나라의 국내정책에 따라 충분히 통제될 수 있다는 것이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무역기구(WTO)의 공통된 견해이며,
실제로 WTO의 틀 안에서 자국의 의료시장을 개방하는 것은
대세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대부분의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양허안을 아직 제출하지 않았으며,
양허안이 마련되었다는 소식도 아직은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실질적인 의료개방이 추진되고 있으니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허용 및 영리법인화
추진이 바로 그것이다. 7월 14일 재경부는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경제자유구역에 미국 펜실베니아대
부속병원 등 외국병원과의 협상을 언급하면서 의료분야의 전면
개방을 정책 방침으로 보고하여,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의
설립이 보건의료개방의 일차적 조치임을 자인했다.
정부는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의 설립 목적이 경제자유구역내
거주 외국인의 편의를 위한 것이며, 의료의 개방과는 무관한
조치라고 강변해왔다. 그런데 입법 목적을 어겨가면서 허용한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는 외국병원의 (경제자유구역내) 상업적
주재(mode3)뿐 아니라 어떤 나라도 허용하고 있지 않은
외국면허의 국내인정(mode4)까지 포함하는 강력한
의료개방조치이다. 재경부 및 복지부가 밝히고 있는
500-1000병상 규모의 병원의 수익 구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최소한 50만명 내지 150만명의 배후 인구를 필요로 하여, 이러한
병원이 인천에 유치되면 경인 지역 전체에, 부산에 유치되면
영남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사실상 전국적 규모의
의료개방과 다르지 않다. 현재 국내 수가의 5-7배로 예측되는
고급 진료를 위한 외국 병원의 수가는 국내 병원이 이 병원과
경쟁하기위한 자본 유치와 진료비의 앙등으로 귀결되고,
건강보험의 재정이 앙등한 진료비의 감당할 수 없다는 구실로
대체형 민간보험을 도입할 것이며, 부유층은 대거 민간보험으로
이동하면서 현재 모든 국민이 의무적으로 들게되어있는
건강보험에 대해 저항할 것이며, 부유층이 빠져나가 허약해진
건강보험 재정은 지금도 취약한 공적의료보장은 더욱 악화되어
지금도 극심한 의료이용의 빈부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한편 경제자유구역내 외국인 병원의 영리법인화는 국내병원의
영리법인화로 이어져(이미 병원협회에서 역차별 논리를 들어
그렇게 추진하고 있다.) 현재에도 심각한 보건의료기관의
영리추구 행태가 더욱 노골화되어 국민은 늘어난 의료비와
취약한 공적의료보장의 이중고로 고통받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 지금 필요한 것은 모든국민이 빈부와 관계없이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이며, 고급 진료나
병원의 경쟁력 강화는 보건의료의 기본이 지켜진 이후에나
거론할 문제이다. 돈 없으면 병이 나도 치료도 투약도 받지
못하는 나라 같지않은 나라인 체로 거론되는 보건의료의 국가
경쟁력이 누구의 국가경쟁력인지 새삼 묻지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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