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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ASEAN+3(한국, 중국, 일본)' 협력체제의 형성과 의미

세계화와 민중  제35호
최경희 /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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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유럽에서 자본주의 정치경제시스템은 완성되었고, 이후 유럽의 자본주의 정치경제 시스템은 전 세계적으로 확장하였다. 19세기말 제국주의 팽창과 식민지 건설과정은 자본주의가 지구적 세계를 대상으로 폭력적으로 확장된 것의 다름 아니다. 제1차, 제2차 세계대전(世界大戰)을 통하여 자본주의가 유지 또는 확대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자본주의 과잉생산은 전쟁을 통하여 돌파하였다. 그리고 다시 제2차 세계대전 종결 이후 세계는 고도의 자본주의 발전에 진입한 것이다. 1970년대 말 세계 자본주의는 다시 과잉생산에 따른 축적의 위기에 돌입하였지만,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국가들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금융세계화로 자본의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투기적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법제화하는 ‘개혁과 개방’의 과제는 서방국가들은 물론, 소위 ‘제3세계 민주화 이행’과 맞물려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세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 이것을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ld Bank),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국제레짐(international regime) 혹은 기구를 중심으로 추동되는 ‘지구화(globalization)'라고 한다. 그러나 세계자본주의 위기돌파는 세계적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지역적 차원에서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이것을 '지역화(regionalization)', ‘지역통합(regional integration)’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지역통합을 달러와 유로 그리고 엔의 자본간 경쟁시스템에 대한 지역정치적 차원의 대응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1997년 금융위기 이후, 기존 동남아 지역에 매우 느슨하게 존재했던 아세안(ASEAN: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이하 아세안)과 한국, 중국, 일본으로 대표되는 동북아 3개 국가가 ‘ASEAN+3 협력체제’를 형성하면서 구체화되고 있다.

아세안은 1967년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5개국을 시작으로 브루나이(1984), 베트남(1995), 라오스와 미얀마(1997), 캄보디아(1999)의 가입으로 10개 가입국을 갖고 있다. 1997년 이전까지 아세안은 경제적 번영을 바탕으로 역내 갈등과 분규를 평화적으로 조정・관리해 옴으로써, 유럽의 지역통합사례와 대비되는 제3세계의 가장 성공적인 지역협력 사례로 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아세안은 지역통합적 방향이라기보다는 국가간 체계 내에서 지역협력의 의미를 더욱 갖고 있다. 또한 식민통치의 지배가 끝날 무렵 대분의 동남아 국가들은 정치적 독립확보와 경제적 낙후성 극복 등 많은 공통된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통합은 당시 세계적 냉전구조 하에서 자국의 이익을 이 지역에서 관철하려는 역외 강대세력들에 의해 고무된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반공주의 지역협력체로서 미국이 주도했던 SEATO(Southeast Asia Treaty Organization, ASPAC(Asia Pacific Council)등이 있지만, 많은 기구 중에서도 아세안이 지역협력적 차원에서 꾸준히 성장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 발발을 전후로 동남아 지역내 이슈들, 예컨대 회원국 확대문제, 인도네시아의 산림화재로 초래된 연무문제, 역내 경제위기 극복문제, 동티모르 독립문제 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아세안은 무력하게 나타났다. 특히 경제위기로 인해 그간 동남아지역의 안정과 번영 그리고 평화를 유지하는 데 기능을 수행하고자 했던 아세안의 활동이 위축되고 역내 국가들간 내부적 단합이 이완되는 현상이 노정되었다.

기존 아세안이 경제위기 이후 무력해지면서, ‘아세안+3(한국,중국,일본)’ 협력체제가 동아시아(East Asia)에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이 협력체제의 등장은 바로 197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논리의 핵심인 자유무역지대의 형성이라는 맥락과 괘를 같이하고 있다. ‘아세안 자유무역지역(AFTA: The ASEAN Free Trade Area)’은 이미 존재해 있었고, ‘아세안+3’는 ‘동아시아 자유무역지역(EAFTA: East Asian Free Trade Area)’ 형성을 논의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아세안 국가들과 함께 자유무역지역에 관한 조약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아시아금융기금(AMF: Asia Monetary Fund)’을 형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다른 어떤 지역보다 정치적, 문화적, 안보적 이슈보다 경제적 이슈를 중심으로 지역통합의 논의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역통합을 통하여 자유무역, 자본과 기술의 자유로운 이동을 가능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소위 ‘아세안+3 협력체제’의 지역 레짐이 동아시아에서 형성되는 정치경제적 함의는 다른 지역과 다르지 않다. 첫째, 금융세계화를 지역적 차원에서 가속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자본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지역으로 블록화하여 경쟁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아시아의 경우 ‘달러’가 아닌 ‘엔화’가 지배적 통화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둘째, 어찌되었든 이러한 과정은 ‘자유무역’이라고 하는 담론을 일반화하고, 개혁과 개방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즉, 지역적 차원에서 이러한 논의가 형성되고, 기구가 만들어지고, 협약들을 체결하는 과정은 각국의 국내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은 당연하다. 셋째, 따라서 이러한 자본과 기술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 각국의 정치적 지배세력들은 노동에 대한 공격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에 비하면 노동은 결코 자유롭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 : 한ASEAN 정상회의(출처 : 연합뉴스)
 

2004-09-01 07: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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