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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식량주권 : 초국적 곡물기업의 농업 지배

세계화와 민중  제31호
송동흠(농어촌사회연구소 사무국장)


WTO-DDA협상 진전과 함께 쌀재협상이 국내 농정의 최대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전농 등 운동진영에서 식량주권선언과 쌀자급률목표치 설정의 전략목표 설정과 함께 쌀시장 추가개방 반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농 등의 이러한 주장은 식량안보적 차원에서 우리의 제1의 먹을거리인 쌀의 안정적 공급에 우선 초점을 두고 있으며, 세계 곡물시장의 80%를 카길 등 초국적 곡물기업이 장악하고 현실에 대한 국민․국가적 대응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에 식량주권에 대한 보다 본질적 이해는 쌀시장 개방 문제가 단순한 식량안보적 차원의 접근을 넘어서는 것임을 말해준다.

식량주권이란 식량안보라는 제한적 개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안심할 수 있는 먹을거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이를 기초로 식량주권은 자본에 의한 농업지배로부터 탈피와 이의 대안으로 농민에 의한 농업경영을 기초로 우리의 농업․농촌 정책의 자주권을 회복하는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자본에 의한 농업지배는 세계적 범주에서의 초국적 기업의 농업지배로부터 비롯된다. 그리고 그 대표적 전형이 관개농업 도입과 석유문명에 기초한 농약․화학비료 사용의 만연 등을 통한 지역단위의 농업순환의 철저한 파괴를 재촉해 온 녹색혁명형 농법이다. 오늘날 세계농업의 최대 이슈가 대고 있는 GMO(유전자조작농산물) 문제 역시 녹색혁명형 농법의 연장에서 초국적 기업에 의한 세계 농업장악 의도에 기초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오늘의 포괄적 의미의 식량주권의 구체적 실현은 초국적 기업의 농업지배의 전형인 녹색혁명형 농법의 탈피로부터의 비롯되어야 함을 말한다. 더불어 식량자급률 목표치 설정이라는 구체적 목표의 실현도 지역차원의 지역순환형 사회에 기초한 구체적 농업계획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지역순환형 사회가 지역발전(=경제발전)을 환경허용량 이내에서 조직․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지역공간 경제생활 공간 속에서 환경허용량이란 지역 내의 물질순환 그리고 경제행위를 통한 재분배 관계를 중심으로 마련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역순환을 활성화하기 위한 재분배 관계의 수단은 자본이 아니라 당연히 식료의 질과 양 등 지역의 구체적 물적 기반을 기본으로 이루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이에 지역 내의 환경허용량 범위 내에서 순환 활성화에 기반한 필요 칼로리 산정과 이에 기준한 지역단위의 식량자급률 개념의 도입이 보다 세부적인 전술과제로 제기될 필요가 있다. 지역단위의 식량자급률은 단순한 계량적 수치의 의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품목별 수확목표, 농지면적, 농민의 노동력, 지력의 보장 등과 함께 지역농업 설계의 다양한 근거가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자본의 농업지배 즉, 초국적 기업의 농업지배로부터의 탈피는 환경보전형 농업으로 점차적 이행을 통해 실현될 수밖에 없다. 초국적 기업의 우리 농업지배 수단은 농약, 비료, 종자 그리고 금융 등 다양한 과정에서 중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바로 그 대안이 지역단위의 순환형 농업을 통해서 극복되어 진다는 것이다.

이점에서 오늘날 최대 농정과제로 부각된 쌀협상의 문제는 단순히 ‘쌀 개방’ 차원의 문제가 아님을 보다 명확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표면적으로 국내 쌀시장 개방 협상이지만 본질은 우리 농업의 마지막 보루로서의 ‘쌀농사의 파괴’ 즉 우리 농업의 전면적 해체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 우리는 현실적 과제에서 불가피하고 쌀관세화의 유․무익을 논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식량주권 선언 차원에서는 이에 못지않은 많은 과제가 있다. 우리 농업․농촌의 정말 제대로의 평가 그리고 이를 전제로 범국가적 단위에서의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정책마련이 시급한 과제이다. 이왕지사 농정현안으로 제기된 식량자급률 목표치도 이러한 현실적 과제 속에 올바로 자리매김 되었음 한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식량주권의 실현은 식량안보의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바로 농민에 의한 농업경영에 기초한 지역으로부터의 실천에서 비롯되어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2004-06-02 17: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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