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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쌀관세화유예연장협상 무엇이 문제인가?

세계화와 민중  제31호
이영수(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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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인가 농업은 애물단지로, 농민들은 눈엣가시 마냥 취급받고 있다. 농업은 80년대까지 도시민들에게 안정적인 먹거리를 제공한다며 정부의 계획경제에 철저하게 희생되어 왔으며, 90년대 이후로는 반대로 시장경제의 논리로 퇴출당하고 있다.
농산물 가격은 풍년엔 수요와 공급의 신성한(?) 시장경제 원리로, 흉년엔 신성한(?) 국가권력으로 긴급수입 조치되어 턱없이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 이 결과 농가부채는 이미 감당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고, 비가와도 가물어도 풍년이 들어도 흉년이 되도 죽기는 마찬가지라는 절망감에 쌓여있는 것이 오늘날 한국농업의 현실이다.

설상가상으로 WTO 쌀개방 압력이 그나마 붙어 있는 한국 농업의 마지막 남은 숨통을 끊어놓기 위해 발악하고 있다.


< 쌀관세화유예연장협상 시나리오 >
협상개시통보(2004. 01. 20) → 이해당사국 협상참가기 → 양자간 협상시작(2004. 4. 20) → 협상완료(2004년 9월) → WTO에 통보(2004년 9월말) → WTO 공식 공고 → 회원국 이의제기 기간(공고후 90일) → 협상안 공식확정(2004.12.31)


이미 우리 정부는 미국, 중국, 호주, 태국, 캐나다, 아르헨티나, 이집트, 인도, 파키스탄 등 우리나라와의 쌀협상에 참가한 9개국과 1차 협상을 거의 완료했다.
2004년 진행되는 쌀재협상은 우루과이라운드 농업협상에서 합의된 관세화에 대한 “한시적 예외조치”의 10년 시한이 도래함에 따라 진행되는 우루과이라운드(UR)의 후속 협상으로 볼 수 있는데, 그 성격은 관세화를 할 것이냐 관세화유예를 할 것이냐를 협상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관세화유예연장협상이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가 쌀을 관세화로 받아들이기 한다면 어떠한 협상도 없이 지금이라도 당장 WTO에 통보만 하면 되기 때문에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철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관세화유예를 연장하기 위한 협상일 뿐이다.

정부와 일부 언론은 실익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관세화가 오히려 관세화유예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바람을 잡고 있다. 정부가 그렇게 주장하는데는 우리가 관세화유예만을 요구하다가는 협상 상대국들이 무리한 의무수입물량(MMA)을 요구하면 피해가 더 클 수 있기 때문에 관세화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협상전략을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다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싸한 얘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알고 보면 정부의 협상전략이라는 것은 ‘관세화유예를 희망하지만 무리한 요구를 하면 홧김에 관세화 하겠다는 유치한 협박(?)’외에 다름 아니며 한편으로는 관세화유예연장을 관철시키기 힘들다고 판단하여 미리 그 정치적 부담을 떨어내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격면(한국쌀은 중국쌀의 5배)에서 경쟁이 되지 않는 쌀이 관세화 개방되면 우리 쌀이 망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며 관세화유예를 하더라도 이미 엄청난 양(2004년 한 해 수입되는 쌀의 양은 20만 5천톤으로 5톤 트럭 4만대, 적재함 길이만 320km로 서울-부산간 거리)의 수입쌀로 쌀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이 5%로 떨어진 상황에서 한국농업의 미래는 암담하기 마찬가지다.

정부대응 방향의 내면에는 쌀개방은 어차피 막을 수 없는 것이므로 현실을 인정하고 개방피해대책을 중심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이런 견해는 정부뿐만 아니라 일부 우리 국민들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미래를 준비하며 나서라는 것은 농민들이나 민중들에게는 일고의 가치가 없는 견해에 불과하다. 우리가 투쟁의 과정에서 질 수 도 있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으며 실제로 우리는 숱한 투쟁에서 패배해 왔다. 하지만 역사란 승리를 위해 나아가는 사람들의 몫이지 현실에 맞춰 운동을 바라보는 이들의 것은 아니었다.

일찍이 1597년 이순신 장군은 명량해협에서 단 13척의 배로 200척의 왜구를 물리쳤다. 첫 번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왜구와 맞서 싸워 이길 방도를 찾기보다는 다른 대책을 찾는데 더 많은 정신을 쏟았을 것이다. 적이 강하고 우리가 약하다는 생각에서 방향을 바꾸는 것은 우리의 운동방식과는 인연이 없다.

더욱이 WTO는 수많은 도전을 받고 있으며 실제로 우리 정부와 언론의 주장과 달리 그 체계가 느슨하고 매우 불안정하다. 한국에서의 ‘쌀개방반대 식량주권수호 투쟁’이 승리하여 전세계적인 식량주권쟁취 투쟁으로 확산된다면 WTO는 치명타를 입을 것이다.

우리는 이번 쌀관세화유예연장협상의 본질을 분명히 인식해야만 한다.
이번 협상의 본질은 우리가 관세화를 할 것이냐 관세화 유예를 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정부가 식량수급을 안정적으로 조절 통제할 수 있느냐 아니면 외세와 자본에 통제권을 넘겨주느냐 하는 주권수호의 문제이며, WTO의 야만적 침략에 맞선 반세계화 투쟁임을 분명히 깨닫고 ‘쌀개방반대 식량주권수호 WTO 반대투쟁 전선’에 다함께 나서자.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2004-06-02 17: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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