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커스] 물 사유화와 환경 |
세계화와 민중 제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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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창(환경운동연합 물위원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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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아래 내용은 글쓴이의 개인적인 견해일 뿐 환경운동연합
물위원회의 합의된 의견이 아닙니다.
물 사유화의 이유
- 물 사유화의 정의
도시화가 진전되기 전까지 물을 판다는 것은 상상 밖의
일이었다. 그러나 북청물장수가 등장한 것은 도시화가
진전되면서 민중들의 물 접근(access to water)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도시화가 진전되면서 상수도망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이는 당연히 민중의 보건을 책임져야 할 정부의 몫으로 인식되어
상하수도 사업은 정부의 몫이 되었다.
이렇게 정부의 몫으로 여겨졌던 상하수도 사업을 민간기업이
장악하는 것을 흔히 물 사유화라고 한다. 여기서 물 상품화는 물
사유화보다 좀 더 넓은 의미로 쓰인다. 생수 사업이나 정수기
사업 등도 물의 상품화에 포함되는데, 물의 사유화를 지칭할
때는 흔히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물 사유화의 문제를
거론함에 있어서 생수 사업이나 정수기 사업, 또는 청량음료
사업도 함께 거론해야 한다. 멕시코에선 물이 없어서 코카콜라를
먹고 사는 이들도 있다고 하기 때문이다. 우리만 해도 거리를
거닐다 목이 마르면 생수를 사 먹을지 콜라를 사먹을지 고민하고
있다.
- 물 사유화의 이유
상하수도 사업의 사유화(물 사유화를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서)를 정부가 주장하는 진짜 이유는 공무원들이 기업들의
돈을 쳐먹었기 때문일 뿐 아무 이유가 없다. 이유가 아닌 변명을
들어 보면 상하수도 사업을 담당하는 정부관료들의 실력이
떨어져서 제대로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상하수도 사업에 돈을 대는 은행들이 갖다 붙이는
좀더 뻔뻔한 변명은 정부공무원들이 썩어서 못 믿겠으니 착한
기업가들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 마피아들이 물
사유화를 주장하는 이유는 이것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가 없다. 또한 다른 나라의 경우 물 마피아들은 물장사가
돈이 되도록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예산을 돌리고 돌려서
자기 사업에 가져다 쓰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있다.
물 사유화와 환경
수인성 질병(오염된 물을 통해 전염되는 병)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이 세계적으로 매년 수백만 명이라고 한다. 물론 이를 두고
기업들을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물이
사유화되었을 때, 즉 못 사는 나라들의 상하수도 사업을
외국기업들이 장악했을 때 저런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물이 사유화되면 가난한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공급받을 가능성이 더 낮아지고, 공급받더라도 그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에 민중의 환경권은 더욱 악화되는 것이다. 그러니
물 사유화가 진행된 나라들에서 폭동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WTO는 어떻게 물 사유화를 촉진하는가?
WTO는 무역 증진을 목표로 한다. 상품만이 아닌 서비스도
교역된다. 지금까지 여러 나라들이 보호해왔던 산업들이 WTO의
압력으로 점점 더 무너지고 있다. 물 관련 산업도 예외는
아니어서 WTO가 힘을 쓰면 쓸수록 수에즈, 비벤디 등의 물
마피아 기업들이 먹어 치우는 못 사는 나라들이 늘어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WTO 서비스협상을 위해 몇 년 전에 물
서비스(상하수도) 시장을 개방하고 물 사유화를 법으로
인정했다. 이 법을 바탕으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물 사유화를 둘러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 가지 웃기는 얘기가 있다. WTO 등이 내세우는 이유인즉 시장
경제의 확대로 경쟁을 유발하고 자유시장경제를 이끈다는
것인데, 이게 독점시장에선 맞지 않는다. 완전경쟁시장-무한한
다수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있고 모든 정보가 공개된 시장-에선
'경쟁'이라는 시스템이 재화와 서비스의 품질을 보장한다.
품질이 떨어지면 안 팔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점시장에선
품질이 떨어진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구매를 안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시장이 품질보장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상하수도 공급사업은 독점사업이다. 그러므로 이를
시장에 맡긴다고 해도 서비스의 품질이 보장될 수는 없다. 처음
수주를 맡길 때는 경쟁입찰을 할지 몰라도, 일단 입찰을 딴 후엔
20년 이상의 장기 계약에 의해서 그 기업이 제공하는 물을 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하수도 서비스를 민간기업에 맡길 때
그 품질을 보장하는 방법은 계약을 잘 맺고, 그 계약을 지키는지
감시하는 것뿐인데, 공무원들이 하도 똑똑해서 계약의 계자도
모르고 감시하는 데는 아무 관심도 없는 것이다. 그러니 물
사유화를 실험했던 나라들에서 서비스의 품질이 (가격에 비해서)
떨어진 것도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다.
시민사회단체가 해야 할 일: 한국 민중을 위해서, 아시아
민중을 위해서.
오직 돈을 위해 존재하는 기업들이 점점 더 물을 더럽혀 놓고,
그렇게 더러워진 물을 정화시켜 물을 팔아먹는 짓거리는 우리가
막지 않으면 계속될 것이다. 또한 기업들은 정화된 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나머지 물들을 더럽히는 짓들을 계속할 것이다.
지구환경정상회담에서 기업들이 갖가지 로비로 환경규제를
약화시키는 것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소금쟁이(water
strider)를 풀어 물을 오염시킨다는 영화 '턱시도'의 상상은,
우리가 막지 않으면, 단지 상상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시민사회단체가 할 일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외국 물
마피아 기업들이 우리 나라에 와서 설치지 못하도록 딴지를 거는
것이고, 또 하나는 우리 나라 기업들이 못 사는 나라 가서 허튼
짓 못하도록 감시하는 것이다. 특히 두번째 일을 제대로 안
한다면 우리들은 다른 나라 민중들에게 도덕적인 빚을 지게 될
것이다. 마치 베트남전에서 우리가 나쁜 짓 했던 것처럼.
그럼 어쩌자는 소린가?
아무리 공무원들이 실력이 없고 썩었어도 공적 자산은
공무원들이 맡아서 해야 한다. 실력이 없다면 정부가 돈을 대서
공무원들의 실력을 갖춰 주면 된다. 이직이 잦아서 실력 쌓기가
힘들다면 기술직 공무원들의 이직을 방지하도록 제도를 바꾸면
된다. 또한 신기술이 부족하다면 국가가 기업들로부터 그 기술을
사면 된다. 공무원이 썩었다면 우리가 감시하면 된다. 기업을
감시하는 것보다 공무원들을 감시하는 게 훨씬 쉽다.
다른 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상하수도 개발 사업에 원조를
하려거든 유엔 사람들을 포함시켜 공무원 부패 방지 기구를 만든
다음 개발 사업비의 일부를 그 기구에 주면 된다. 굳이 사기업에
목숨을 맡길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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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19 13: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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