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비준된 한칠레 FTA가 4월 1일부터 발효되었다.
농민들의 지난하고 끈질긴 투쟁으로 국회비준이 지연되고
칠레정부의 체결 파기 협박까지 들어가면서, 대통령이 독려하고
여야가 합의하여 밀어부친 결과였다. 그리고 이제 농민들이
우려했던 점들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FTA국가 대열에
서게 되어 자랑스러워하는 자들과 영미식 신자유주의 본고장에서
교육받은 초국적 자본에 충실한 관료엘리트들은, FTA는 개방을
통한 경제번영의 수단으로 '선택이 아닌 필수'라 여기고 있다.
그들은 이제서야 강제적 개방을 통해서 구조조정과 경제개혁을
가속화시켜 경쟁력을 제고하는 물꼬를 튼 것으로 이해한다.

WTO의 적법성을 확인하는 일, 즉 지구적
수준에서 다자간의 합의로 자유무역을 보편화시키는 일이란 쉽지
않다. 시애틀과 칸쿤에서의 각료회의가 무산되고
도하개발의제(DDA)가 최소수준에서 봉합할 수밖에 없었음은 이를
반증한다. 앞으로 WTO의 진로는 어느 때보다 불투명하다. 2005년
1월로 예정된 새로운 라운드의 출범시기를 지키기 위한 초국적
자본과 이를 대변하는 미국과 유럽연합이라는 제국주의적
국가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그들은 WTO가 자유무역의
관리자로서의 적법성만 획득할 수 있을 정도가 최대 수준이라
판단하고, 서비스협정과 농업협정 그리고 싱가포르이슈 등에서
첨예한 이슈인 농업협정만 최소수준에서 합의된다면 새로운
라운드로 접어들 태세다. 그리하여 WTO의 최고회의인 각료회의를
거치지 않고 7월에 있을 제네바 일반이사회로 마무리한다는
얘기마저 돌고 있다. 이는 세계화의 정당성마저 허물고 있는
이라크라는 수렁에 허덕이는 미국의 선택이기도 하다.
시애틀 WTO 각료회의 무산 이후 활성화된 양자간 협상이 이제는
고착상태에 빠진 다자간협상을 대치하고 있다. 2005년 출범을
기약하고 있는 유럽(EU)과 미주(FTAA)지역의 시장통합이라는
형태의 지역블럭이 강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아울러 다자간 협정이라는 어려운 난관을 거치지 않고도 더욱
강력한 시장개방과 구조조정을 강제할 수 있는 양자간 협정은
초국적 자본에게는 더욱 매력적이기도 하다.
작년 일본과 최초의 양자간 투자협정, 그리고 올해 칠레와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비준하면서 본격적으로 FTA
체결국가 대열에 선 한국정부는, 내년 말을 목표로 하던
한일FTA를 앞당겨 체결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일본과
함께 WTO협상에 목을 메면서 어느 나라보다 착실히 양허안을
제출하던 한국정부의 태도가 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더욱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FTA체결은 상호 비교우위를 전제로 하는 만큼, 구조조정을 통해
취약부문의 과보호에 따른 비효율과 손실을 막고자 한다. 농업도
시장지향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고자 에 따른 지원을
포함한 정부가 발표하는 119조원은 이에 소요될 것이다. 아울러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사안정에 주력할 것이며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합의는
더욱 강한 드라이브가 걸릴 것이다.
앞으로 2005년이면 단일시장이 될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미주지역과 EU에 대항하는 지역블럭을 구축하기 위한
관문으로서, 일본, 중국, 아세안과 같은 파급효과가 큰
국가들과의 FTA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WTO 조항과 정신을
준수'를 전제로 하는 FTA는, 체결하는 국가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서비스를 포함한) WTO가 요구하는
각 부문의 개방을 전제로 한다. 특히 지금 속도가 붙고 있는
일본과의 FTA는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산업의 주력이랄
수 있는 자동차, 전자, 기계부문에 끼칠 피해로 인해
전경련조차도 체결을 미룰 것을 주장할 정도이다. 중국과의
FTA는 농업을 실질적으로 괴멸시킬 것이다.
미국와 유럽연합의 의도대로 내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WTO가
새로운 라운드로 진입한다면 지구적 수준에서의 자유무역이
보편화될 것이다. 아울러 내년 1월 1일을 시점으로 세계화에
따른 지구적 수준에서의 자본질서 재편, 즉 제국주의적
자본재편으로 군사적 긴장마저 마다않을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동유럽을 포함하는 EU가 출범할
것이다. 올해 한국정부는 한일FTA를 조기 타결하고 동북아를
포함하는 아시아의 지역블럭을 구축하는 등 제국주의적
자본운동에 편승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의지는 6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회의와 내년 한국에서 개최될
APEC에서 표현될 것이다.
올해 노동자 민중의 지구적 수준에서의 세계화 및 세계화가
강제하는 구조조정반대투쟁이 이후 반세계화투쟁의 지렛대가 될
것이다.
*사진 : 한칠레FTA 국회비준 저지 국회 앞 투쟁, 2004.2.9.(출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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