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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의료개방을 가속화하는 동아시아경제회의를 반대한다

세계화와 민중  제30호
박주영(민중의료연합)

경제자유구역으로 외국병원이 들어온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이환균 청장, “경제특구병원의 원칙은 영리법인과 사보험으로 가는 방향” “수가는 외국보다는 싸고 국내보다는 상당히 높게 책정되는 것을 고려”. “특화된 전문과별로 외국과 국내 자본의 합작투자의 종합적 컨소시엄 형태로 투자 리스크를 줄이는 구성이 바람직”. 인천시의사회 권용오 회장, “경제특구에서는 시장경제의 원리에 맞게 자유로 풀어놓는 것 이상의 방법은 없을 것”(메디게이트, 2004.4.3)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을 통해 의료산업활성화방안을 고민하며 가능한 모든 규제를 완화하고 동북아중심병원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이다.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일이나, 병원을 지금의 비영리법인 체제에서 영리법인화하는 방향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던 게 불과 작년 하반기의 일이었다. WTO DDA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정부는 각 분야의 서비스를 개방하기 위한 자발적 노력들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나 경제자유구역 내에서 영리법인을 합법화시키고 외국병원과 합작병원을 설립할 수도 있다는 의지마저 표명하고 있다. 지난 총선결과로 인해, 앞으로 노무현 정권의 시장개방정책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며, 지금까지의 법제도적 변화의 흐름을 강력하게 추진해나가려고 할 것이다. 의료분야의 규제완화, 과연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병원은 주식회사로, 건강보험은 민간보험자본의 손으로

병원의 영리법인화 허용 문제는 민간의료보험의 도입과 함께 외국병원을 유치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방안이다. 주목해서 볼 것은 존스홉킨스 병원, MD암센터 등 외국병원들이 ꡐ영리병원 허용ꡑ문제를 요구하고 있기도 하지만, 이는 국내 병원산업이 원하는 방향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2003년 6월 병원경영연구원은 ꡒ철저한 준비를 한 후에 의료시장을 개방하면 병원 경쟁력은 향상되고 가격, 의료의 질, 안전성, 만족도 등 국민의 의료복지가 크게 향상될 것ꡓ이라며 의료시장개방에 대한 기대감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정부나 병원자본은 영리법인 허용 등의 의료시장 개방으로 인한 조치들을 일련의 목적의식적인 재편과정으로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미 이를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의료자본이 영리법인의 허용을 요구하는 이유는 기존의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보다 높은 이윤율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전제에 따라, 병원의 영리법인화 허용은 다음과 같은 효과를 지니고 있다. 첫째, 주식, 채권과 같은 직접 금융시장을 통해 조달된 자본으로 의료시설에 투자할 수 있다. 둘째, 의료서비스라는 상품 생산, 유통, 분배 과정에 대한 규제로부터 자유로와질 수 있다. 셋째, 자본 투자자의 이윤까지 담보해야 하므로 현재의 의료기관보다 더욱 영리적인 목적을 강화할 것이다. 넷째, 의료정책이 자본 투자자의 이해를 반영할 가능성이 증가하게 된다. 이에 대한 모든 비용은 당연히도 ꡐ소비자ꡑ가 권리를 행사하는 데 치르는 ꡐ비용ꡑ으로 전적인 부담을 지우게 될 뿐이다. 이러한 보건의료에 대한 상업적 마인드는 공공의료에 대한 정치적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한국사회에서 더욱 더 유혹적인 방식으로 보건의료의 상품적 가치를 포장하고 소비자의 권리를 강화시킨다는 명분으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의약품접근에 대한 권리 박탈

경제자유구역법이나 WTO 서비스협상 이외에 FTA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무한한 특권을 초국적 제약회사에게 보장해주는 형태로 가고 있다. 현재 WTO협상 중 지적재산권과 공중보건의 문제에 있어서 미국은 가장 비협조적이면서도, 미국의 협상지위를 강화하도록 FTA를 활용하고 있다. 현재 발효중이거나 협상중인 FTA중 미국이 주도하는 FTA가 가장 자본의 입장을 반영한 요구를 수용하고 있다. 그 내용은 지재권자와 외국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의무가 더욱 중요해지고, 투자자(지재권자)의 지위가 강화되는 것이다. 이는 지적재산권 자체가 강화되는 효과를 낳을 뿐만 아니라, 지재권을 제한하여 사유재산에 대한 공공 혹은 국가적 발전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국내개혁과 국내산업화를 촉진하는 유연성은 감소한다.

민중건강 파괴하는 동아시아 경제회의 반대한다

우리는 작년 WTO DDA협상을 무산시킨 운동의 성과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1999년 WTO시애틀 각료회의에서 보여진 반세계화 투쟁의 본격적인 확산과 2000년 ASEM투쟁의 성과, 그리고 작년 WTO반대투쟁으로 이어져온 것이다. 이번 동아시아 경제회의는 초국적기업들과 각 국 정부들이 모여 어떻게든 동아시아 지역을 가장 완전한 자유화지역으로 만드느냐 하는 것을 핵심적인 의제로 삼게 된다. 여기에는 교육, 의료를 비롯한 공공서비스나 고유한 정체성을 보장받아야 할 문화분야까지도 시장화, 개방화의 대상으로 논의되고 본격적인 시장개방의 수준을 논의하게 될 것이다. 결국 그 결과로 남는 것은 무엇인가? 더 많은 의료의 상업화와 공공의료의 붕괴, 의약품접근권마저 박탈당한 채 노동자와 민중들의 건강은 자본의 의해 좌지우지될 것이다. 우리는 지난 반세계화 투쟁에서 공동투쟁과 연대의 소중함을 온 몸으로 경험해왔다. 농업, 의료, 교육, 문화 등의 굳건한 연대투쟁만이 한 분야의 고립적인 투쟁이 아닌 전사회적인 연대로 확산시킬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어느 한 분야의 개방은 곧 봇물터지듯 다른 분야의 개방과 자유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곧 전분야의 시장화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것이다. 건강은 상품이 아니다! 의료는 상품이 아니다! 는 기치 아래 각국의 정권과 초국적자본에 맞선 보건의료운동진영의 공동행동, 그리고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연대투쟁을 만들 때만이 동아시아 경제회의에 반대하는 우리의 투쟁 또한 성과를 남길 수 있을 것이다.
 

2004-05-19 14: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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