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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DDA 협상틀이 합의되기까지

세계화와 민중  제35호
류미경 / 자유무역협정WTO 반대 국민행동 정책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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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말 제네바에서 열린 WTO 일반이사회를 통해 도하개발의제(DDA)의 협상틀(Framework)이 전격 합의되었다. 작년 9월 칸쿤 각료회의가 무산된 이후 아무런 진척이 없던 협상이 다시 본 궤도에 오르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로써 정해진 기한보다 2년이 늦춰진 2005년 말까지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새로운 일정이 짜여지게 되었고, 2005년 말에 홍콩에서 열릴 6차 각료회의를 통해 협상결과가 확인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WTO 회원국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개도국, 최빈국들은 우루과이 라운드 농업개방이 초국적 농기업의 전 세계 농업에 대한 지배력이 더욱 강화하여 남반구의 농업 생산 기반이 뿌리째 뒤흔들리고 있음을 호소해왔다. 또한 개도국과 최빈국에도 자유무역의 혜택을 고루 누리도록 하고 이들 나라의 ‘개발’을 더욱 촉진시킨다는 ‘도하개발의제’가 오히려 미국 등 선진국의 입장만을 대변한다고 비판하며 더 이상의 자유화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5차 각료회의에서는 개도국들이 여러 의견 그룹을 형성하여 이러한 입장을 표명했고 협상을 주도하는 미국과 유럽연합에 강력하게 대항해, 결국 협상틀을 합의하는데 실패하기에 이른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농업보조금 문제는 이러한 모순을 선명히 보여주며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개도국들에게는 관세를 대폭 감축하도록 하며 무역 자유화를 촉진시킨다고 하지만 정작 자신은 자국의 농기업에 대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해가며 농업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대선을 앞두고 2002년 농업법을 통해 보장하고 있는 농업보조금을 지켜내는 것이 사활적인 과제이고, 유럽연합 역시 공동농업정책(CAP)이 보조금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 이를 지키는 것이 관건이다. 이에, 주요 쟁점에 대한 갈등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어떠한 과정을 통해 협상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게 되었는가 하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주요 협상그룹과 미국의 전략

시애틀 각료회의까지만 해도 미국과 유럽연합은 각각 농업 수출국 그룹(케언즈 그룹)과 수입국 그룹(비교역적관심사항-NTC그룹)을 대표하여 대립했다. 그러나 농업 분야에서 자유화를 진척시키면서도 보조금을 일정수준으로 유지할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공동의 이해 때문에 미국과 유럽연합은 이후 협상에서 공조를 취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빠져나간 농업수출국 그룹은 개도국을 중심으로 재편되어 G20으로 새롭게 재편되었다. 유럽연합이 빠져나간 수입국그룹은 상대적으로 취약해졌다. 또한 인도네시아 등은 별도의 의견그룹을 형성하여 “특별품목” “긴급수입제한조치”등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자 했다. 한편 아프리카그룹(AP),아프리카 -카리브해- 태평양 연안국 그룹(ACP), 최빈개도국(LDCs)은 G90을 형성하여 투자, 정부조달, 경쟁, 무역원활화 등 “새로운 이슈”가 WTO의 관할권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자 했다. 이렇게 해서 시애틀 3차 각료회의가지는 미국과 유럽연합간의 대립이었던 협상구도가 4차 도하 각료회의 이후에는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대립으로 변화된 것이다. 5차 칸쿤 각료회의를 무산에 이르게 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농산물 수출 개도국 그룹인 G20과 싱가포르 이슈 개시 반대를 주장한 G90이었다. 따라서 향후 협상의 진쳑을 위해 이들 그룹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관건이었다. G 20에 대해서 초반에는 결속력이 비교적 약한 나라들을 이 그룹에서 이탈하도록 하는 것을 전략으로 삼았다. 엘살바도르, 콜롬비아, 페루, 코스타리카, 과테말라가 이탈했다. 그러나 지난 4월부터는 협상을 실질적으로 진척시키기 위해 전략을 수정하여 G20의 리더격인 브라질과 인도를 협상을 진척시키는 데 있어 중요한 책임 세력으로 위치 지웠다. 미국, 유럽연합, 인도, 브라질, 호주 5개국으로 ‘Five Interested Parties’를 구성하고 농업위원회 의장인 팀 그로서와 긴밀하게 협의해가며 협상틀 초안을 작성한다는 것이었다. G 90에 대해서도, 7월 중순에 열린 G90 회의에 미국과 유럽연합은 죌릭을 포함한 고위급 인사들을 파견해서 4개의 새로운 이슈중 ‘무역원활화’에 대해서만 협상을 개시한다는 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고, 비농산물 시장접근, 서비스 분야에 대해서도 협조적인 자세를 취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이번 7월에 열리는 일반이사회가 개도국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다자간 무역체제가 작동하도록 하는 ‘마지막 기회’라고 협박하면서 말이다.

협상 결과

결국, 7월 일반이사회에서는 147개 회원국 중 40개국에 불과한 수가 참석한 가운데 5개 주요국들 간의 사전 조율에 따라 협상 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미국 무역협상대표부의 로버트 죌릭은 일반이사회가 끝난 이후 미국이 가장 많은 이익을 얻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농업분야에서는 관세가 높을수록 높은 비율로 감축하도록 하는 ‘구간별 감축방식’을 채택되었고, 새로운 “블루박스”를 도입하여 미국과 유럽연합의 농업 보조금을 상당부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비농산물 시장접근 분야에서도 관세율이 높을수록 많은 비율로 감축하는 방식을 채택해 초국적 기업들의 바램대로 제조업 분야 관세를 제로가 되도록 하는 여지가 생겼다. 서비스 협상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양허안을 제출할 것이 명시되었고, '무역원활화‘에 대한 협상이 개시되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많은 구체 사항들이 앞으로 진행될 세부원칙 협상을 통해 정해질 것이지만, 미국의 의도대로 협상구도가 변화된 것은 향후 협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칸쿤 각료회의 무산으로 협상 구도 내에서 큰 목소리를 내던 G20은 WTO를 무산시키고자 하는 시민사회단체들로 부터도 주목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일반이사회에서 협상틀에 합의를 이루어내는 과정은, 초국적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질서에 적합하도록 무역 규범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협상에 참여하는 각 국 정부들이 취할 수 있는 입장은, 이 질서를 이탈하지 않는 한 한계적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불평등과 빈곤을 심화시키는 WTO의 수레바퀴를 멈출 수 있는 것은 초국적 자본이 아닌 전 세계 민중들의 보편적인 권리를 옹호하는 민중들 스스로의 투쟁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다.

*사진 : 5차 WTO 각료회의 개막식(출처 : 연합뉴스)
 

2004-09-01 07:5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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