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에 맞선 세계민중들과 한국민중들의 투쟁을 위하여



이 창 근(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대표) 1998. 2. 15

이 글은 필자가 1998년 2.18 - 2.25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될 ["자유"무역과 세계무역기구에 반대하는 지구적민중행동(Peoples' Global Action)]의 제1차 국제회의에 참가해, '민중 대 지구적 경제'라는 주제의 토론그룹에서 발표할 발제문이며,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논문, 서적 등을 참 조하여 재구성한 것임을 밝혀둔다. 따라서 특별하게 주석이 달아져있지 않는 경우는 아래의 논문 들에서 발췌한 것이다.
김성구, [IMF통제하의 한국자본주의: 위기와 전망], IMF시대와 노동자의 삶, 1998
그레고리 엘보, [세계경제, 시장의 지상명령 그리고 대안들], 이론 17호, 1997
민주노동과 대안, [국제독점자본의 '고용파괴' 전략과 노동운동], 1997
미셸 초스도프스키, [빈곤의 세계화], 당대 1998
사미르 아민,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새로운 세계질서를 위하여], 당대비평 창간호, 1997
김세균, [김대중정권과 노동자-민중운동의 진로], 지식인연대 토론회 발제문, 1998
이 글에서 필자는 세계화에 대한 보다 진지한 대안의 모색이 더 이상 유예될 수 없는 전세계민중 운동진영의 과제라는 점, 초유의 한국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한국 민중진영의 대응전략이 '국제 주의적' 관점에서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점 등을 중심적으로 제기하고자 한다.

1/ 대안이 없다?

"자유에 있어서 사고하고, 창조하고, 대적하려는 우리의 능력을 박탈당한 것보다 더 노예적인 것 은 없다. 저항할 수 없는 강요된 사고방식 보다 더 큰 지배는 없다. 우리에게 불가피한 것으로 드 러나고 있는 비젼, 요구 그리고 정당화된 이유들에 의해 제한당하는 것만큼 비극적인 것은 없다 ."1) 세계화는 어느 누구도 감히 반대하지 못하며, 인류가 가야 할 불가피한 길이며, 더 이상 되돌 이킬 수 없는 과정임이 세계 민중들에게 강요되고 있다. 세계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모두 파멸할 것이라는 소리들이 횡행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화에 대한 이러한 일방통행식의 사고방식을 거부 해야 한다. 세계화를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자급자족적 경제에 머물 것인가라는 양자택일을 거 부해야 한다.
세계화는 우리들 자신의 삶의 조건과 마찬가지로 한계와 가능성을 가진 인간의 발명품일 뿐이다. 세계화는 "하나의 경제제도일 뿐만 아니라 하나의 사회관계 체계이다. 다시 말해 세계화는 사적 자본과 국민국가에 집중되어 있는 특수한 자본주의적 사회권력의 형태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 이다."2) 세계화를 특수한 사회권력 관계에 기반하고 있는 체계로 인식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이 고삐풀린 세계화를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또 다른 대안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전 제를 마련할 수 있다. 세계화에 대한 대안은 마련될 수 있으며, 그것은 기본적으로 일국적 수준의 계급역관계와 그것을 배경으로 한 국제적인 사회세력관계에 의해 규정된다.
대안이 없는 것이 아니다. 신자유주의와 시장주의자들에 의해 형성된 지배적인 사고방식을 떨쳐 버리고, 우리들 자신의 고유한 의제, 우리들 자신의 쟁점, 임무들을 재구성해내자. 이것이 이 글을 읽는 전제이다.

2/ 단 하나의 모델만이 존재하는 현실

2차대전 이후 전후시기(1945-80)에 우리는 세가지 삶과 투쟁의 모델을 가지고 있었다.3) 서구의 케인즈주의적 복지국가모델, 동구의 소비에트주의, 그리고 제3세계 민족해방과 근대화 모델이 그 것이다. 그러면 이들 세가지 모델이 처한 현실적 상황은 무엇인가?
첫째, 서구의 복지국가 모델은 잘 설계된 정부정책이 개방성과 상호의존성(계획적인 세계화)에 기 반한 지속적인 성장, 그것에 기반한 노동자의 수입증대와 완전고용의 보장이라는 이념은 이제 신 뢰를 잃었다.
둘째, 소비에트주의는 동유럽 국가와 모든 소비에트 연방이 서구의 일원이 된다는 기대 속에 공 공연하게 자본주의의 길로 들어서면서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그들이 실시했던 계획경제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표방했던 정치제도 역시 신뢰를 잃었다. 이들은 현재 아무런 계획과 통제없 이 엄청난 혼란 속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을 진행시키고 있을 뿐이다.
셋째, 50년대와 60년대, 그리고 70년대까지 광범위하게 일어났던 제3세계의 민족해방과 근대화 기 획은, 정치영역에서는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와 G-77과 비동맹국 결성 움직임으로 표출되 었던, 세계체제 안에서 공동전선 구축의 현실적 가능성은 해체되었고, 제3세계는 분열되었다. '적 극적 주변부'(중국, 한국, 인도, 동남아국가들, 몇몇 남미 국가)와 '소외된 주변부'(아프리카, 아랍 및 이슬람 국가들)로 분화되고 말았다. 결국 민족해방과 근대화 이데올로기 역시 제3세계에 속해 있던 많은 나라에서 상당 부분 신뢰성을 상실하고 말았다.
이제 우리는 단 하나의 모델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위의 세가지 모델 모두는 신자유주의로 수 렴되고 있다. 유연한 노동시장, 보다 낮은 실질임금과 사회임금, 보다 약한 환경규제와 보다 자유 로운 무역에 의거한 수출지향적 생산이 그것이다. 각국의 상이하고 특수한 조건들은 안중에도 없 다. 그것에 대한 어떠한 고려도 없이 신자유주의적 경제전략들이 권고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자들 은 '제한된 시장'이라는 장애물을 뛰어넘는 것이 성장을 촉진하고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며 실업을 감소시키는 수단이라고 주장하면서, 무역 자유화와 노동시장의 탈규제를 전세계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화는 세계체제의 양극화를 극대화시켰을 뿐이다. 엄청난 국제수지불균형, 대량 실업, 환경파괴, 민중의 빈곤과 기아만을 전지구적으로 발생시켰을 뿐이다.
주요 자본주의국에서의 심각한 생산자본의 과잉은 거의 한계에 다달았고, 세계시장에서의 국제, 국내 자본끼리의 경쟁은 극에 달하고 있다. 어떠한 사회적 필요, 인간적 욕구, 생태학적 요구에 대한 고려도 없이 오직 '이윤의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적 시장논리에 의한 출혈경쟁은 그 악영향이 고스란히 세계 각국의 민중들과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사회의 모든 영역에 '시 장의 원리'가 도입되면서, 가혹한 감원 리스트럭쳐링, '고용파괴'라는 전면적인 공격의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
또한 불황 시기에 경기를 지탱하고 재활성화시키는데 필요한 재정기능은 남과 북 모두에 있어서 사실상 마비되었다. 각국의 채무와 재정 적자는 '자본주의 경제 순환 운동의 틀' 안에서 해소될 수 없는 규모에 이른 것이다. 특히 세계자본주의 체제의 하위 구조에 포섭되어 있는 대부분의 제 3세계 국가들은 사실상 '상환불가능'한 외채를 떠안고 있으며, 제국주의 및 초국적금융자본은 이 를 빌미로 제3세계에 대한 직접적 지배를 강화하고 있다. 그 지배가 의미하는 것은 무역/자본/금 융의 무제한적 자유화이며, 국민/지방 경제의 유기적 구성의 파괴이며, 오로지 외채상환을 위한 수출지향의 생산시스템의 구조화일 뿐이다.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에 동참하느냐, 단절이냐라는 양자택일의 구도는 제국주의 및 초국적자본에 의해 의도적으로 강요되고 있을 뿐이다. 민주적으로 규제되지 않는 세계경제의 재앙은 '공황과 전 쟁'일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역사 속에서 배웠다. 다양한 자유무역협정들의 존재는 당시처럼 '전 쟁'으로까지 발전할 가능성을 제어하고는 있지만, 최소한 '노동비용절감정책'(노동계급궁핍화)의 부문에서는 공유하고 있다. 소득감소, 직업 불안정성, 보다 긴 노동시간, 공공부문의 궁핌 등이 그 것이다.
경제의 세계화, 지구화는 일국적 수준에서의 '경제정책'에 대한 개입전략의 한계를 뚜렷하게 보여 주고 있으며, 오히려 '시장 자체의 구조적 모순', '자본주의의 사회적 소유관계' 전반에 대한 '정치 적' 논쟁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현실적인 유일한 대안은 "자본주의의 현실적인 사회적 권력 관계로부터 시작하면서, 그 권력관계를 안에서부터 도전하는 새로운 무엇을 시도하는 것"일 뿐이 다.

3/ '인간적 욕망과 생태적 필요'를 위한 세계 경제를 위하여

가) 대규모 생산과 이윤의 극대화을 요구하며, 양과 크기에 집착하게 함으로써, 사회적,생태적 필 요, 인간 삶의 질 등의 고려사항을 억압하는 자본주의적 시장논리에 근본적으로 저항해야 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세계화된 신자유주의적 관리라는 사회적 기획의 실체에 눈뜨게 하고, 즉 자본 주의의 고삐풀린 세계화 목표와 노동자와 민중의 예속, '저강도의' 민주주의적인 관리, 권위주의적 이면서도 유연한 정권 등을 지원하고, 감내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하는 운동"을 전개해야 하며, 이 것이 현단계 세계 민중들의 기본적 과제이다.
나) 현재의 위기에 '기술적 해결책'이란 있을 수 없다. 해결의 관건은 금융자본의 엄청난 집중과 실물자원의 소수지배문제를 푸는 데 있다. 이것의 출발점은 지금과 같은 세계화에 반대입장을 분 명히 하는 것이다. 노동비용절감을 통해 경쟁력 향상과 경제성장을 통한 고용확대, 민중의 삶의 질 확대는 현실 세계시장의 조건 속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세계체제의 하위구조에 편입되 어 있는 제3세계는 제국주의에 대한 대외종속적 구조하에서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다) 세계 각국 민중들을 위한 '민중들간의 공통의 의제'를 개발해야 한다. 사적 자본의 부를 축적 시켜주는 데 일조할 뿐인 세계무역규범을 재조정하는 것, 빈곤퇴치, 고용창출, 구매력 창출 등 목 적으로 하는 정치적 의제를 형성해내야 한다. 경제적, 생태적 관계를 조직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하지 않는 한, 우리의 투쟁은 무력할 수밖에 없다.
라) 그렇다고 위의 목표는 '세계 자본 대 세계 민중'의 대립구도 속에서 각국 민중들이 투쟁해야 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세계화에 대한 투쟁에 있어서 일차적 관건은 금융적 자본과 생산관계들을 세계적 경제공간으로부터 국민적/지방적 경제공간으로 다시 묶어 둠으로써, 국민국가적 수준에서, 지방적 수준에서 금융적 자본과 생산관계들에 대한 통제능력을 강화하는 것, 이를 통해 대안적인 발전 경로들에 대한 모색, 민주적인 선택능력을 강화하는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마) 이를 위해서는 사회의 모든 수준에서 민주주의적 권능을 비약적으로 확장시켜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위기에 대한 자본가적 해법일 뿐인 세계시장지향적인 생산시스템에 대한 '민주적/사회 적' 통제가 강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자유무역에 대한 통제와 다양한 내수지향적인 경제정책'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사회의 조직과 생산에 관해 동등한 사회인으로서 집단적으로 협의하는 능력, 그리고 직장과 공동체에서 자주경영을 발전시키는 능력을 강화함이 요구된다.
바) 위와 같은 기본적인 목표와 과제 속에서 '존재하는 국제기구들에 대한 투쟁'이 전개되어야 한 다. 즉, 현단계 자본주의의 뚜렷한 특질인 다기한 자유무역협정, 초국적기구들을 매개로 한 투쟁 이 모든 차원에서(세계적/국민적/지방적 수준) 강도높게 진행되어야 한다. 그것들의 계급적 역할 에 대한 폭로하고,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의 확대'가 아닌, '자본주의적 사회적 소유관계를 제약하고, 민주적 조직 형태와 조직권능을 위한 공간 확대'에 기능해야 함을 주장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을 유지하지 않은 채(시장 그 자체에 손대지 않는다면) 진행되는 초국적 기구들 에 대한 민주화 전략은, 생산성 위주로 될 수밖에 없고 다시 사회를 양극화시킬 따름이다.

4/ IMF구제금융과 한국 자본축적구조의 변화 가능성

한국 자본주의의 위기가 국제수지의 위기, 외환금융위기라는 특수한 형태로 발생한 것은 한국 자 본주의의 '(적극적)주변부적 축적구조'(신식민지 종속적-독점적 축적구조4))의 항상적 위기메커니 즘에 기인한다. 제국주의에 대한 생산력의 종속이라는 근본적인 제약조건하에서 국내 노동자계급 과 비독점부문의 희생 위에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고 세계경제의 환경변화에 적응함으로써, 한국 경제는 그동안 성장의 동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87년 이후 노동자계급의 성장, 국제분업조건의 급속한 변화(중국, 동남아 국가군의 등장) 속에서 한국 독점자본은 구조적 불황/항상적 위기에 시 달려왔다. 이에 한국 독점자본은 동남아시아, 동유럽 등 한국보다 열위의 국가군들에 대한 시장개 척을 통해, '아제국주의적 전략'을 통해 탈위기책을 모색했으나, 전세계적 구조불황, 제국주의 및 초국적독점자본에 대한 열위의 경쟁력에 의해 실패하고 말았다. 더구나 한국 수출 전략산업인 반 도체, 자동차, 조선 등에 대한 과잉투자는 한국 자본주의의 불황을 급속히 진전시켰고, 여기에 동 남아시아의 금융/통화위기가 맞물리면서 신용/금융공황이 도래하였고, 이미 급속하게 진전되어 있 었던 금융시장의 개방에 의해 외환위기로 까지 치닫게 되었다.
즉 세계체제의 양극화 속에서 주변부 국가로서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경쟁력 열위는 국제 수지의 위기를 불러왔고, 이를 보전하기 위한 급속한 자본/금융시장의 개방화와 외국자본 유치전 략이 외환위기로 나타난 것이다.
IMF의 개입은 타국의 경험에서 보듯이 한국 자본주의 축적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계적 외채상환 과정'에 의해 조절되고 있는 '파국적' 세계 경제/시장에 더욱 더 깊 숙히 내몰리게 되었으며, 초국적 독점/금융자본의 직접적 지배하에 놓이게 된 것이다.
한국의 대외 총외채규모는 2,000억달러에 이르며, 그 가운데 1년이내에 상환해야 할 단기외채의 규모가 절반을 넘는다. 따라서 550억달러에 이르는 구제금융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것은 당장 단 기외채조차 상환할 수 없으며, 앞으로 외채상환은 고사하고 매년 돌아오는 이자지급도 부담하기 힘겹다는 것이다. 또한 외채상환을 위해서는 국제수지의 흑자가 필수적이지만, 세계경제의 구조적 위기와 대외종속적 축적구조하에서 이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더구나 IMF구제금융을 겪은 타국의 경험은 한국 민중들을 더욱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게 한다. "외채위기를 타개하려는 정책이 결국은 외채가중의 원인이 된다. 이론적으로 IMF의 경제안정화 정책은 채무국이 경제구조를 개혁하여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이것으로 외채를 상환하면서 경제회복의 과정으로 진입하도록 지원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그 정 반대의 결과가 발생한다. 기 본적으로 채권단이 주문하는 '허리띠 졸라매기'는 그 나라의 경제회복 가능성과 외채상환 능력을 약화시킨다. 다시 말해서 다음 몇 가지 이유로 해서 개혁의 근간을 이루는 조치가 오히려 외채를 누적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첫째, 기왕의 외채를 상환하기 위해 제공되는 새로운 정책담보차관은 총외채를 늘리는 역할을 한다. 둘째, 무역자유화는 국제수지를 더욱 악화시킨다. 즉 국내생산은 광범위한 품목의 수입품으로 대체되면서 그 체계가 와해되고, 해당 국가에는 세계시장으로부터 상품을 계속 수입할 수 있는 새로운 긴급지원차관이 제공된다. 셋째, 우루과이라운드의 타결과 WTO의 창설과 함께 지적소유권 사용료를 포함한 각종 '서비스'사용료가 수입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진다. 즉 수입 결제대금의 규모가 그에 상응하는 제조상품의 유입없이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넷째,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프로젝트 차관이 줄어들게 되며, 이 때문에 수출산업 과 직접 관련이 없는 모든 분야에서는 자본형성이 멈추게 된다."5)
즉,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내포적 국가경제의 발전'을 추진할 가능성을 무너뜨리며, 개도국 들이 보유하고 있는 생산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조절수단 및 사회보장제도 등을 무자비하게 파 괴해버린다.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경제적, 사회적 붕괴를 향한 일관성 있는 계획으로 구성 되어 있다. 재정긴축은 국가의 해체로 이어지며, 국가경제는 변모되고, 내국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생산은 소득감소로 파괴되고 내국생산은 세계시장 체제로 재편된다. 이러한 변화는 수입대체 산 업의 쇠퇴보다 더 큰 파장을 갖는 것으로, 국내경제의 전체적인 틀을 무너뜨린다.
한국자본주의는 이제 전세계적 수준의 외채상환의 조절과정 속에 깊숙히 편입됨으로써, 외환금융 위기는 한국자본주의의 항상적 메카니즘으로 전화되어 버렸다. 국내자본축적조건 여하에 따라서 는 언제나 현실화될 수 있는 요소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국자본의 유입은 한국자본주의의 생 존의 조건이고, 외국자본의 유입을 위해 축적조건을 정비하는 것이 한국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 제로 설정되어 버렸다.

5/ IMF와 DJ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프로그램

가) DJ정권의 경제정책이념은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론'의 한국적 적용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 적 시장경제론]이며, 이는 '민주주의'와 '시장'의 결합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종국에는 시장경 제 강화노선으로 귀결되어 한국의 자본주의적 모순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 모순을 제거하고 세계경제 8강으로 진입할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관주 도형 경제정책으로부터 민간주도형 정책으로 전면적으로 전환하고 이를 위한 제도적 개혁을 병행 해야 한다. 이 제도는 자유경쟁적 시장제도를 원칙으로 하고 통화가치의 안정을 위한 중앙은행의 독립을 보장하는 가운데 정부의 시장개입은 독과점 규제를 통한 공정 경쟁질서의 확립, 소득재분 배 그리고 시장실패의 교정에 국한시키고 있다."(김대중, [대중참여경제론], 1997)
"민주적 시장경제체제 확립과 외국자본 투자유치 확대로 IMF 관리체제를 1년반 이내에 극복한 다. 외국자본의 투자유치를 확대하고, 국제수지를 개선하여 외채를 줄이고, IMF관리체제를 1년 반 이내에 극복한다. 각종 경제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선진국형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확립하여 기업의 자율적인 경영을 유도한다."(국민회의, [15대 대통령선거 공약])6)
'민주주의'가 강조되느냐 '시장질서'가 강조되느냐에 따라, '민주적 경제체제'의 계급적 성격은 상당 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어떤 측면이 강조하느냐는 한국 자본축적구조의 역사적 조건과 계급투쟁 에 의해 결정된다. 그럼에도 독일의 '사회적시장경제론'이 독점적 지배구조를 강화시켜왔고, 80년 대 이래 구조적인 경제위기와 대량실업의 지속, 사회적 보장망의 약화를 가져왔다는 역사적 사실 에서 '민주적 시장경제'의 미래를 예측해볼 수 있다. 더욱이 대외종속과 국제수지의 위기가 현재 처럼 심화되어 IMF의 구제금융과 그 정책통제를 받는 상황에서, 국제수지 개선을 위한 국제경쟁 력 강화의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DJ의 민주적 개혁정책의 폭은 상당히 제한되지 않을 수 없다. 일례로, 2월 25일에 있을 DJ의 취임식 연설문 작성과정에서 '디제이노믹스(김대중경제이론)'의 큰 줄기를 둘러싸고 논쟁을 들 수 있다. 시장개혁론자인 최장집 교수(고려대)는 "우리나라의 시장이 국가의 개발독재정책에 따른 전면적 개입과 재벌의 시장파괴적 독과점 등 두가지 요소에 의해 크 게 왜곡되어 있으므로, 재벌의 독과점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사회정책적 차원의 '개입' 의지를 분 명히 한다는 차원에서 '민주적 시장경제론'"을 주장했다. 이에 반해 김태동 경제수석 내정자는 기 득권 세력의 반발로 불필요한 논쟁이 벌어질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시장경제론' 혹은 '민주,시장 병행론'을 내세웠다고 한다. 논쟁의 결론은 '병행론'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한다. 이러한 논쟁에서 우리는 DJ의 '민주주의'와 '시장' 사이에서의 위험한 줄타기는 벌써부터 '시장'쪽으로 기울고 있다 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 김대중은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는 시장경제를 무시한 정부의 자의적 통제체제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여, 정부주도형 경제를 '민간주도형 경제'로 전환시키고자 한다. 그 개혁의 핵심적 내용으로 관치금융을 지양하는 금융자유화와 재정개혁을 주요대상으로 설정하 고 있다.

나)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항상 그렇듯이 한국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 엄격한 긴축정 책(흑자재정과 긴축금융), 시장원리에 의한 한계기업과 부실 금융기관 정리(제3자 인수합병 또는 파산정리 절차), 재벌구조 정리와 시장 경쟁 강화, 탈조절정책(정부의 경제개입 배제), 노동시장의 유연화(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등), 무역/자본/금융의 급속한 자유화(외국자본에 의한 산업, 자 본시장, 금융기관의 인수합병)....7)
이러한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지난 2월 14일 임시국회에서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문'에 기 반한 법률이 통과됨으로써 법적인 구속력을 갖게 되었다.

98년 2월 14일 국회통과 법안 요지

* 외국인 투자 및 외자도입에 관한 법(개정) = 이사회 동의 없이도 외국인의 주식 3분의 1 취득 가능. 방위산업체와 기간산업체 주식 취득 때만 재경부장관 허가
*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개정) = 99년부터 기업집단 결합재무제표 도입. 외부감사 인선 위원회 설치 의무화, 외부감사 및 회계관계인에 대한 벌칙 강화
*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개정) =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간 신규 채무보증 금지. 기존 채무보증은 2000년 3월 말까지 해소.
* 근로기준법(개정) = 사업의 양도, 인수, 합병 때도 해고 가능. 해고때 성차별 금지. 해고 60일전 까지 근로자 대표에게 해고 기준 통보, 해고근로자 재고용 노력.
* 파견근로자보호법(제정) = 전문지식, 기술 또는 경험 등을 필요로 하는 업무에 대해 3달에서 1 년 이내의 파견근로제 허용. 일시적으로 인력 확보 필요가 있을 때는 그밖의 업무에도 허용.

IMF 및 국내독점자본의 '노동시장 유연화' 요구에 대해, DJ는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 법제화라 는 것으로 화답했다. 이번에 법제화된 정리해고제는 지난 97년 1월 총파업에 의해 유예되었던 법 안에 비해서도 대폭 후퇴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리해고의 요건에 있어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 요'로만 명시되었던 것이, '경영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양도, 인수, 합병의 경우에도 정리해고할 수 있도록 규정되었다. 이런 방식의 규정은 '계속되는 경영악화로 인한' 불가피한 양도, 인수, 합병의 경우 정리해고할 수 있도록 규정된 96년의 '날치기 노동법'보다도 더욱 개악된 것이다. 특히 IMF 통제체제하에서 외국자본 및 국내독점자본에 의한 국내기업의 인수, 합병 등이 일상화될 것이라 는 조건을 감안한다면, 위의 규정은 앞으로 엄청난 '고용파괴' 현상을 야기시킬 것이다.
또한 근로자파견법의 경우에도, 전문지식 분야 및 단순업종을 망라하여 모든 업종에 파견근로제 를 광범위하게 도입하는 것으로 규정됨으로써, 엄청난 임시직노동자를 양산함과 동시에, 고용의 불안정성은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고용파괴 전략은 한국 자 본주의의 축적위기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국내 재벌체제의 파산을 최대한 회피하고, 그 비용을 비독점부문과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시키기 위한 전략에 다름아니다.
한편 재벌체제 개혁과 관련하여, DJ는 ① 결합재무제표 조기도입과 부실경영 은폐방지 ② 상호지 급보증 해소와 개별기업의 재정 독립성 강화 ③ 자기자본 비율 제고와 불필요한 업종과 자산 정 리, ④ 주력 핵심부문으로의 경영역량 집중과 중소기업과의 협력 강화, ⑤ 지배주주 자기재산 제 공에 의한 증자 또는 대출보증 등 경영진 책임 강화 등의 5개항을 재벌총수와 회합을 통해 합의 했다. 그러나 이것은 IMF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요구의 내용인 결합재무제표 작성, 상호지급보증 해소 등을 받아들인 것에 불과하며, 한국 재벌구조의 '합리화' 및 총독점자본의 장기적 이익에 기 여하는 것일 뿐이다. 그의 요구 중 IMF의 요구를 넘어서는 것이 있다면 총수재산의 기업 출자이 다. 그러나 사재출자란 기업가들이 자기재산을 자기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지 노동자들에게 임금동결분이나 임금삭감분을 보전해 주는 것 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DJ의 자본/금융시장 전면 개방화 정책은 더욱 우려스럽다. "해외직접투자와 외국인의 국내투자확 대를 유도하고 임기중 교역규모 5천억불을 달성한다. 통상투자대표부를 설치하여 다자간, 쌍무간 협상을 주도하고, 지역경제체제 및 세계경제체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 현재 외국자본의 한국 진출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자본의 점유율은 98년 1월 31일 현재 17%에 이 르며, 특히 우량기업에 대한 지분율은 매우 높다. 외국인 지분율 40%이상 기업으로 주택은행, 에 스원, 메디슨, 30%이상 기업으로 삼성전관, 아남산업, 삼성전자(35%), 삼성화재(325%), SK텔레콤 (33%), 국민은행(32%) 등이 있다. 이러한 자본/금융시장 완전개방은 한국자본 그리고 노동자계급 에 대해 외국자본이 직접 지배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것이고, 특히 금융기관에 대한 외국자 본의 지배는 국민경제 전체에 대한 지배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대외종속적-독점적 축적구조의 구조적 모순이 폭발하면서, IMF의 개입이라는 초유의 조건 속에 처해있으며, '본격적인 신자유주의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한 게임은 DJ의 합리적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 '노사정 합의', '사회적 협약'이라는 절차를 통해 자못 조용하게 전 개되고 있으나, 그 실내용에 있어서는 국내외독점자본의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이 고스란히 관철되 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합의는 한국자본주의의 물적 토대의 취약, 신자유주의적 구조조 정 프로그램의 결과로서의 대외종속의 심화라는 조건하에서 엄청난 불안정성을 동반할 수밖에 없 을 것이다. 향후 몇 년간 한국사회는 새로운 자본축적구조의 형성을 위한 장기적 조절국면에 돌 입할 것이며, 이것은 필연적으로 한국 노동계급에 대한 파괴적 공격을 동반할 것이다.

6/ 민주노총 유감

한국 민중운동진영의 투쟁과제, 전략을 추출하기에 앞서 필자는 민주노총의 당면 대응전략에 대 해 검토하고자 한다. 민주노총이 한국 민중운동진영내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표면적인 이유말고도, 민주노총의 위기인식 및 대응전략이 국내적/국제적 수준에서 상당히 불충분하다고 보 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현재 한국 경제의 위기를 '재벌지배체제'에서 찾으며, 탈위기의 대안으로 재벌 개혁 혹은 재벌 해체를 제시한다.
"재벌해체와 경제민주화(정경유착 금지, 관치금융 철폐와 한은 독립 보장) : ① 재벌총수 재산환 수, 부채상환 ② 종업원 대표의 참여가 보장되는 사외이사, 감사제 의무화 ③ 우리사주 확대, 주 거래은행 부채의 일부 주식 전환/취득 ④ 계열사간 상호지급 보증 금지, 순환출자 금지(또는 출자 총액 제한 강화) ⑤ 그룹회장, 기조실 임원에게 상법상 민/형사상 책임 부여 ⑥ 단독주주권 허용 또는 집단소송제도 도입"8)
민주노총 재벌해체론은 '재벌지배체제'의 본질적 의미에 훨씬 못미치고 있다. IMF 및 DJ에 의해 수행될 구조조정 프로그램들의 수준을 조금 웃돌 뿐이며, 재벌 경영의 합리화를 위한 조건 형성 이라는 의미 이상을 갖지 못한다. 소유지배구조의 사회적 조절을 위한 수단으로 제기되고 있는 '우리사주', '사외 이사, 감사제' 등을 들고 있지만, 이는 명백한 한계를 지닌다. 사외이사는 총수가 임명하기 때문에 견제능력이 없고, 노동자대표 이사는 다수중의 한사람이기 때문에 역시 총수의 결정을 바꿀 수 없다. 진정한 재벌해체는 사회적 소유/사회적 조절의 강화라는 방향에서 진행되 어야 하며, 그 구체적으로는 "은행대출금의 출자분으로의 전환과 노동조합소유분의 확대 등을 통 해 대기업을 공기업 내지 노동조합소유기업으로 전환시키는 방향"9)이 되어야 한다.
한편 민주노총이 재벌지배체제 해체에 있어서 핵심을 건드리지 못함으로 인해, 그만큼 '재벌의 경 영 합리화'에 복무하는 것이며, '고비용-저효율' 구조 타파라는 재벌의 지배이데올로기에 굴복하는 것이며, 한국 자본의 생산성 회복이라는 '애국주의적 관점'을 공유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이처럼 '생산성 회복', '경쟁력 강화'라는 논리는 어느 틈엔가 민주노총 대응전략에 스며들어가 있다. 즉, 재벌 개혁 → 경쟁력 확보 → 고용 창출이라는 도식이 암묵적 전제로 깔려 있다는 얘기다. 그 러나, 이 도식은 불가능하다. 높은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경쟁우위 확보전략'은 국내 생산량에 비 해 대외무역(수출)을 얼마나 증가시키냐에 달려있다. 왜냐하면 시장을 외부에서 찾아야 국내수요 의 감소를 보충할 수 있으며, 이러한 외부수요를 충족시키는데 고용이 창출될 수 있을 것이기 때 문이다. 그리고 기술변혁이 계속되기 때문에, 주어진 수준의 고용과 작업시간을 유지하기 위해서 는 수출을 가속도로 계속 증가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 전략은 불가능하다. 이미 과잉생산에 의한 경쟁의 격화, 그로 인한 경쟁적인 노동비용 감소, 그리고 전세계적인 소비지출의 감소(즉 전세계 적인 구조적 불황) 속에서, 경쟁력 확보를 통한 수출주도전략이 성공하기란 거의 공상에 가깝다. 더구나 대규모 자본이동이라는 세계경제의 현실적 조건에서 경쟁력 향상전략은 타당성이 더욱 없 어진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장기 투자가 필요하지만, 투자의 불확실성과 위험이 점점 더 커지기 때문에 금융자본은 보다 더 단기적인 이윤과 유동성 자산을 선호하게 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짚어져야 할 것은, 만약 한국의 경제성장에 의한 고용창출이 가능해졌다하더라도, 그것 은 세계체제 속의 일부국가군(소위된 주변부 국가군)를 희생시켜 얻는 성공이라는 점을 각인해야 한다. 왜냐하면 모든 나라들이 고용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는 무역흑자, 즉 수출 주도의 경제전략 에 성공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무역불균형과 실업은 어쩔 수 없이 공존하게 된다. 오히려 모든 나라들이 경쟁력 향상전략을 추진할 경우 모든 나라들이 더 불행해질 것이다. 무역 불규형이 계속되면, 기술적으로 일류인 나라들에서조차 단위노동 비용을 인하하려는 경쟁(생산성 을 향상시키는 것으로부터 보다 일반적인 긴축정책에 이르기까지)을 할 수밖에 없고, 기술 후진국 들은 단위비용을 저하시키기 위해 임금 인하의 방법으로 경쟁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무역 적자 확대에 직면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10) 이러한 상황은 세계적인 수준에서의 불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민중들의 삶을 더욱 피폐화시킬 것이며,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을 극대화시킬 것이다. 그러나, '반민중적인' 노사정합의안에 대한 민주노총 대의원들의 거부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비록 DJ와 IMF의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맞선 총파업을 감행하진 못했지만, 향후 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근거와 여유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긍정적이다. 지난 96/97 총파업에서 보 여주었던 변혁적 모습을 다시 한번 기대한다.

7/ 세계 민중과의 연대를 위한 한국 민중운동진영의 과제

가) 세계화는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 과정이며, 대안은 없다라는 전제를 거부해야 한다. 세계화 는 '하나의 경제제도일 뿐만 아니라 현단계 사회관계의 체계'이며, 따라서 지방적/국민적/국제적 수준의 계급투쟁에 의해 새롭게 재구성될 수 있는 관계임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 무역/자본/금융 등 모든 경제영역의 개방과 수출주도전략만이 살길이라는 전제를 인정한다면, 우리에게 단 하나의 핵심과제, 어떻게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유지할 것이냐라는 문제만이 남는 다. 이렇게 되면 국내적인 수준에서는 노동비용의 감소, 고용파괴의 전략에 대한 전투적 대응을 제어하고, 국제적인 수준에서는 세계체제의 양극화 경향을 극대화시킴으로써 타국 민중들의 희생 을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 전제를 거부해야 한다.
다) 세계 민중과 함께 무차별적 자유무역 경향에 대한 제어, 그것을 주도하는 WTO IMF 세계은 행 등에 대한 반대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한국에서 win-win 게임은 가능하지 않으며, 설사 가능 하더라도 그것은 한국보다 하위체제에 포섭된 '소외된 주변부 국가'의 민중/노동자들에 대한 착취 의 대가임을 인정해야 한다. 다른 나라의 민중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노동복지의 향상은 국제 주의적 원칙에 어긋난다.
라) 현재의 세계화는 남과 북, 그리고 생태론자 등 모든 민중들을 고통에 빠뜨리고 있으며, 오로 지 소수의 자본가들의 이해만을 보장해줄 뿐이다. 현재와 같은 세계화에 대한 반대는 우리의 분 명한 입장이 되어야 한다.
마) 세계화에 대한 반대와 세계 민중들과의 연대는 결코 '초국적 기구'들에 대한 투쟁만을 의미하 지는 않는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세계 민중들과 연대주의적 관점'을 확립하고, 그에 입각해 국내 의 투쟁 전술을 도출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질서의 변혁은 결국 이러한 연대주의적 관점에서 진행된 국민적/지방적 투쟁의 결과물일 뿐이다.
바) 시장의 지배를 대체할 민주적 규제와 통제를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강화해야 한다. 세계화에 대한 대안이 '또 다른 사회경제시스템'으로 제시되기 힘든 조건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그러한 시 스템, 즉 탈시장 사회시스템으로 전화하기 위한 현단계 조건창출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로 옮겨가야 한다. 대안적인 발전경로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이 되어야 할 것 이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자유무역에 대한 통제, 즉 금융자본 및 생산관계의 세계적 팽창을 국민 적/지방적 경제공간으로 묶어두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대내지향적 경제정책과 그를 기반 으로 한 새로운 국제협력 관계의 모색이 요구된다.
사) 그러나 이것이 '자급자족적 경제공동체'를 곧바로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국제적 관계의 단절, 즉 세계시장으로부터의 단절전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위의 전략의 의미는 오히려 세계화가 초래하고 있는 '엄청난 파괴성'을 최소한 저지하고, 대안의 발전경로를 모색할 시간적/이론적/주체 적 여유를 확보하고자 하는 '방어적 성격'의 전략이다. 물론 이는 이론적 수준에서 '민족경제론', '개방적 자급자족 경제론' 등 자주적/자율적 경영, 대안적 발전이론에 대한 검토도 요구된다. 아) 따라서 세계의 모든 민중운동 한국의 민중운동진영은 신자유주의적 모델에 저항하고, 대안적 경로를 모색하는 모든 민중, 국가 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연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연대 속에서만이 '세계화에 대한 반경향'의 창출이 가능하다.
자) 이상의 전제에 기반하여 볼 때, 한국 노동/민중운동 진영은 무차별적 세계시장 지향적인 수출 주도전략이 한국민중과 세계민중에 얼마나 파괴적인 효과를 낳고 있는가에 대해 폭로하고, 그에 대한 비판을 서둘러야 한다. 따라서 기업경영의 합리화에 불과한 재벌개혁안, 고용파괴전략에 대 한 분명한 반대...
차) 동아시아 민중들과의 연대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일각에서 얘기되어지고 있는 '동아시아 경제협력체 구상'으로 이해되어져서는 안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신자유주의/ 반제국주의라는 테마 속에서, 한국민중블록과 동아시아 민중블록과의 연대를 말함이다. 예를 들 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도네시아 민중들의 투쟁에 대한 연대가 적극 모색되어야 한다. 엄청난 물가폭등과 그에 따른 인도네시아 민중들의 고통은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파괴적 효과를 그 대로 보여준다.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반민중성 폭로, 민중투쟁에 대한 유혈진압 중단 등이 연대 투쟁의 매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차)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모든 민중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그들에 대한 지원, 연대의 방안을 적 극 모색해야 한다. 더 이상 당장 눈 앞의 이해와 연관되지 않는다고, 그것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미국과 NAFTA, 그리고 멕시코 정부에 저항하고 있는 사파티스타 등의 투쟁조직들과의 강고한 연대가 요구된다.



각주
1) Cndido Grzybowski, [Civil Responses to Globalization], 1995 [본문으로]
2) 그레고리 엘보, [세계경제, 시장의 지상명령 그리고 대안들], 이론 17호, 1997 [본문으로]
3) 사미르 아민,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새로운 세계질서를 위하여](당대비평 창간호, 1997) 발췌 [본문으로]
4) 김성구, [IMF통제하의 한국자본주의: 위기와 전망], IMF시대와 노동자의 삶, 1998 [본문으로]
5) 미셸 초스도프스키, [빈곤의 세계화], 당대 1998 [본문으로]
6) 장상환, [김대중정권의 경제적 과제와 전망], 학단협토론회자료집, 1998 재인용 [본문으로]
7) 김성구, 같은 글[본문으로]
8) 민주노총, [IMF협상 결과에 대한 민주노총의 입장], 1997 [본문으로]
9) 김세균, [김대중정권과 노동자-민중운동의 진로], 지식인연대 토론 발제문, 1998 [본문으로]
10) 그레고리 앨보, [세계경제, 시장의 지상명령 그리고 대안들], 이론 17, 1997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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