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26일부터 서울에서는 한일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제3차 정부간 협상이 진행된다. 몇 달전 농민들의 완강한 저항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한칠레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을 강행한
정부의 태도를 볼 때, 한일자유무역협정의 협상과 체결에도
상당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03년 9월 WTO 5차
칸쿤 각료회의가 무산되고 도하개발의제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미국과 유럽연합을 비롯한 각 국이 관세 철폐, 투자
자유화 등 WTO 도하개발의제를 통해 실현하고자 했던 조치들을
지역별,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획득하려는 구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한일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또한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 실현을 위해 일본 자본의 투자유치
확대를 기대하고 있는 정부에게 한일자유무역협정 체결은 더욱
사활적인 과제로 보인다.

하지만 한일자유무역협정은 대일경제종속과
대일무역역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또한 한일자유무역협정은
노동 기본권, 고용, 임금 및 삶의 질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이는
자유무역협정의 원조격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참담한
결과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 나프타는 미국과 멕시코 양쪽
모두에서 고용 파괴, 실질 임금의 하락, 후생 복지의 하락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로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약 214,902명의
미국 노동자들이 나프타에 의해 해고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애초 나프타 찬성론자들이 약속했던 200,000개의 고용 창출
약속을 깨뜨린 것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고용조건을
악화시켰다는 것을 증명한다. 또한 자유무역협정이 경쟁열위
국가의 노동자들에게 임금인상의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하지만, 이 주장 역시 나프타 하에서 실현되지 않았다. 오히려
나프타는 직장 이전의 위협을 통해 노동조합의 협상력과
노동자들의 단결력을 약화시킴으로써, 실질임금을 하락시켰다.
1997년 7,771,607명의 멕시코인들이 멕시코의 법정최저임금인
하루 3.40달러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1993년보다 20%나 늘어난 숫자이다. 또한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멕시코 제조업분야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은 미국
노동자의 9.6%에 불과한데, 이는 1980년과 비교해볼 때 22%나
하락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에서 우리는 자유무역협정이
고용과 임금 조건을 구조적으로 하락시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경향에 더해 한국 경제의 전통적인
대일종속성을 고려한다면, 한일자유무역협정의 영향은 더욱
파괴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한일 자유무역협정이 노동권에 미칠 영향을
심각하게 우려한다. 이는 한일자유무역협정의 보고서 부록으로
첨부된 '비관세장벽 철폐위원회' 자료에서 알 수 있다. 일본은
이 보고서를 통해 첫째, 한국의 노동위원회가 노동쟁의를
해결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 둘째, '무노동 무임금' 원칙
준수. 셋째, 휴가수당에 대한 사용자의 의무 철폐. 넷째, 퇴직금
산출 유연화. 다섯째,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한 엄격하고 신속한
대응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일본 자본가들이 노골적으로
한국의 전투적/민주적 노조운동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일본 자본가들의 주장은
한일투자협정의 협상과정에서도 '진지조항'이라는 이름으로
제기된 바 있어, 이번 자유무역협정 협상 과정에서 일본측이
더욱 강경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근원에서 부정하는 것이며,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
자유무역협정이 얼마나 반노동자적일 수 있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한일자유무역협정의 체결은 한일 양국
노동자들에게 치명적이며, 양국 민중들의 경제적/민주적 권리를
공격한다. 한일자유무역협정 반대 투쟁이 절실하다.
*사진 : '한일FTA 협상개시 규탄 기자회견', 외무부 앞,
200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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