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에 따르면 여성 노동력은 농업에서 40%, 산업에서 25% 그리고 서비스 분야에
서 3분의 1을 차지한다. 오늘날 개도국에서의 여성 농부들은 세계 식량의 50%를 생산하고
일부 아프리카에서는 80%를 생산한다. 유엔보고서는 매일 행해지는 노동시간의 66%가 여
성에 의해 이뤄지는 반면 여성은 세계 전체 소득의 10% 그리고 전체 부동산의 1%만을 소
유하고 있다. 전체 세계 빈곤층 13억 가운데 70%가 여성이다. 여성의 노동 담당량과 그들
이 누리는 경제적 이익간의 큰 괴리는 각 정부와 국제 기구들이 조치를 취해야 할 문제이
다. 지난 20여년간만 하더라도 빈곤 상태에 있는 도시 여성수는 50%가 증가했으며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와같은 경제적으로 가장 가난하고 정치적으로 의사결정권이 거의
없는 여성들에게 다자간 무역투자협정과 한미,일투자협정등의 협상은 더욱 위협을 가하는
음모가 아닐 수 없다.
다자간 무역투자협정이나 한미,일 쌍무간 무역투자협정이 체결되면 여성에게 미치는 영
향은 무엇일까? 이미 멕시코를 비롯한 많은 국가의 선례에서 그 영향을 짐작할 수 있고,
국내에서 마산수출자유지역의 설치가 여성노동에 미친 영향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이중의 착취, 모성의 박탈
제 3세계를 겨냥하는 초국적 자본들은 기본적으로 싼 인건비를 목표로 여성들을 집중고
용하는 산업에 투자하고 있고 투자유치국 정부가 여성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는커녕 투
자자의 권리를 비호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은 멕시코와 동남아시아권 국가들에서 명확히 드
러나고 있다. 앞서 마산수출자유지역이나 구로공단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여성노동자들이
산업역군이라는 이름하에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 노동착취를 당해왔다. 쌍무간투자협
정과 다자간투자협정등 초국적 자본의 세계화가 여성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
으로 정리해보자.
첫째, 여성의 이중노동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IMF로 인한 민중의 고통은 말로써는 형용하기 힘들겠지만, 고통의 유형중 가장
엽기적이고 절망감을 안겨다준 것은 바로 아내와 아이들의 목숨을 한번에 앗아가는 가족
동반자살일 것이다. 여성들은 사회노동에 참여하면서도 육아와 가사노동 등 노동력 새쟁산
을 전담하고 있으며 여성의 이러한 이중노동은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의해 당연시되고
있다. 자본의 세계화는 남녀 노동자에게 심각한 여향을 미치지만 여성에게는 가부장제라는
또다른 장벽에 시달려야 한다는데 있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성차별적 분업이 더욱 강조되어 여성우선해고가 당연시되고 실직남
편 기살리기와 같은 감정노동 강요, 여성들이 전담하다시피 해온 노동력재생산 노동의 양
이 엄청나고 불어나는 등 여성들에 대한 이중의 굴레는 삼중 사중의 굴레가 되어 덧씌어
지기 때문이다.
둘째, 여성노동의 주변화와 빈곤의 심화가 나타난다.
한국은행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정부, 기업가계의 빚은 불어나고 있다. 98년 9월
현재 1,150조원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97년말의 1,129조원보다 1.8%나 늘었다. 한국은 국가
적으로 가난해지고 있고 그 중에서도 여성들은 더욱 빈곤해지고 있다. 일자리 자체를 잃거
나 저임금의 비정규직으로 주로 고용되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집중해 있는 직종의 파견화,
파견노동의 여성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영세사업장의 노동자, 가내노동자, 임시직, 파트타
이며, 파견 노동자등이 우리사회의 저소득층은 이미 여성들로 채워지고 있다. 또 많은 여
성들이 결혼후 계속근무를 원하지만 가능성은 더욱 줄고 있다.
자본의 세계화는 이러한 여성들의 상태를 개선시키기보다는 더욱 열악하게 만들 것이
다. 나프타의 에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세계화를 촉진시키기 위한 국제적인 경제협정에
의해 창출된 대부분의 일자리는 저임금의 단순 노동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성의 지위
향상에는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 사실 여성의 경제적 소외화를 완화하기 위한 목적의 혁신
적인 정책들은 세계화의 진전으로 끊임없는 공격에 직면해 있다.
셋째, 성폭력과 매매춘여성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경제위기로 사회가 붕괴되면 여성과 어린이 등 사회적인 약자들이 가장 먼저 공격받는
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이미 기업 내에서는 여성들의 고용불안을 악용한 직
장내 성폭력이 급증하고 있다. 사회붕괴로 인한 성폭력범죄의 증가는 안전한 밤에 산책을
원하는 여성들의 꿈을 앗아간다. 멕시코는 이미 해가 진 후 해변가나 시내는 안전하지 않
을 분 아니라 대낮에 전철에서도 버젓이 강도나 절도사건이 일어나고 있으며 기업인이나
중간계층을 노리는 유괴산업도 극성이라고 한다. 한국과 동남아 아시아 일대의 인도네시
아, 필리핀, 태국, 중국에서도 IMF이후 한국여성들의 매매춘이 증가하고 있다는 보도자료
가 나오고 있다.
성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문제의 심각성은 경제위기를 겪는 나라들에서는 대부분
생계형이다. 아시아 나라들에서 매매춘은 대부분 불법적인 범죄이지만, 정부는 외화벌이
수단으로 관광산업에 적극적이고 이들의 고통을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넷째, 성차별이 강화되고 모성보호권이 박탈당하고 있다.
양자간 협정체결을 서두루는 투자국의 가장 강력한 요구 중 하나가 공기업 민영화와 재
정긴축이다. 이미 공기업이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여성들의 우선해고가 이루어지는가 하면
여성부서를 폐지하거나 여성들이 집중해있는 부문부터 분할 민영화하려는 시도가 이루어
지고 있다. 재정긴축 또한 공무원의 감원과 고용불안을 강화시키고 있다. 결국 공기업의
민영화와 공공재정의 감축은 장기적으로 여성권리를 향상시킬 수 있는 노동시장이 사라지
고 사라짐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다자간 투자협정이나 미국에 의한 투자협정모델에서 보이는 고용요건 금지 등의
규정은 고용할당제 등의 적극적 조치를 실시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즉, 어떠한 보조금, 원조, 지원금이 지역의 여성 소유기업이나 농업 개발 프로그램을
위해 책정되는 것은 그러한 혜택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동등하게 돌아가지 않는 한 차별
적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내 차별도 강화될 것이다. 이미 파트타임 여성들
에게 차별적인 조기정년의 개념까지 등장했다. 파트타임 여성들이 계약을 연장하더라도 28
세 혹은 40세 이상이 되면 재계약을 할 수 없게 하는 규정을 은행이나 공기업에서 실시하
고 있다. 결혼과 출산을 빌미로 한 퇴사종용이 늘어남은 물론이거니와, 사내부부인 경우도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기업까지 나타났다.
모성보호는 더더욱 사치스런 요구가 될 것이다. 한국의 경우 임신과 출산을 빌미로 한
퇴사종용이 지방발령, 업무과부하, 업무박탈 등의 양상으로 나타났었다면 이제는 아무런
제한없이 해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성차별이 강화되거나 여성의 모성보호가 짓밟힐
때 우리는 아무런 대비책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여성노동자들의 조직과
투쟁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수출자유지역들은 외국인직접투자와 외자유치를 위한 도구로서
핵심적 노동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예가 많다. 동남아시아 국가 대부분은 노동조합의 금지
와 억압이 횡행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의 경우 특별법이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