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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문화적 예외'는 딴나라 이야기지난 7월부터 근 1년간에 걸쳐 국내에서 진행된 스크린쿼터제 논란을 돌이켜 보면 몇가 지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논란을 통해 스크린쿼터 현행유지를 정책적으로 공식화함 은 물론 한국영화의 생존문제가 국민적 관심을 얻게 되면서 한국영화의 위상이 크게 제고 되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오랫동안 존속해 왔고 국제관행으로도 공인된 한 제 도를 현행 유지한다는 원점으로 돌아온 것뿐, 그리고 미국의 스크린쿼터 축소요구가 철회 된 것은 아니라고 할 때 공허헌 기색이 없지 않다.지난 1년간의 논란을 통해 밝혀졌듯이 문제의 발단은 지난 해 정부가 한미투자협정을 미국측에 제의했고 그에 따라 미국 측의 갖가지 요구에 수세적으로 대응하게 되었다는 것 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협상의 절차와 과정에서 공세적인 입장을 택한다고 반드 시 실리를 얻게된다고 할 수 없고, 그 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제는 한미투자협정이 과 연 우리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오며, 어떤 소실을 동반할 것인가의 손익계산이다. 스크린쿼 터제의 경우 미국측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멀티플렉스에 대한 미국의 투자(5억불 이 언제까지 투자될 지는 분명치 않지만)로 한국 영화시장 자체는 규모가 커질지 몰라도 국내 영화산업의 기반은 조속히 붕괴할 것이며, 동시에 21세기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과 문 화주권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는 점이 분명히 밝혀졌다. 미국의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 루어지는 분야에서 운영자본부족을 일시적으로 해소시켜줄 수는 있지만, 그 대가로 국내 생산자들을 해당산업분야에서 퇴출시키고 생산인프라 없이 소비구조만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둘째는 스크린쿼터의 경우도 영화계가 강력한 집단적 항의를 조직화내지 못했다면, 업 계와의 협의없이 정부의 독단적으로 미국측에 비공식적으로 제시한 단계적 축소안이 수용 되어 파국을 초래할 수 있었다는 점을 심각해게 재고해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 서 자유무역지대화라는 현정부의 구상은 21세기 한국경제와 사회 전반에 대대적인 변화를 초래하며, 마이너스의 효과만을 가져온다는 판단을 반증할 수 없는 한 국민적 합의 없이 정부 관료들이나 집권세력의 정치적 이해에 의거하여 함부로 정책방향으로 채택될 내용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미국측은 이미 오래 전부터 스크린쿼터제에 대한 공략을 계속해 왔던 바 이번 한미투자
협정논의를 계기로 그 압력을 더욱 강회해갈 것이다. 특히 유럽시장에서의 저항이 커지고
있는 만큼 미국의 해외영화수출의 10대 시장의 하나인 한국에서 저항을 무력화하는 일은
(금년 말부터 시작될 '뉴 라운드'를 위해서도)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경제적으로나 상징적
인 의미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영화시장을 보다 확실하게 석권하는 것은 21세
기의 이미지 경제전쟁에서 동북아시아 권역, 특히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
련하고자 하는의도가 짙게 깔려있다. 세계영화시장의 80%를 독점하고 있는 헐리우드에 대
해 실제적으로 25%의 시장점유율을 보장하는 것에 불과한 현재의 쿼터제를 유지하는 것
은 헐리우드의 독점적 시장지배 경향으로부터 자국의 문화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독점
방지장치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분명한 점은 오늘날 풍미하고 있는 전지구적 개방과 경쟁
의 논리가 제로섬게임의 약육강식(새로운 경제적 제국주의화)이 아니라 포지티브섬 게임
(공생차원)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미국의 시혜적 논리는 양의 탈을 쓴 늑
대의 모습에 다름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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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고침 2000/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