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또다른 밀실협상, 한일 투자협정
한미투자협정의 다른 편에서 또한 아무런 공론적 합의없이 일사천리 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한일간 투자협정이다.
한일 투자협정, 또는 자유무역협정은 관세-비관세 장벽을 허물고 투자를 자유화해 궁극
적으로 한국과 일본을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하자는 취지이다. 수입처 다변화 해제가 제도
적으로 진입을 봉쇄해 온 일본제품에 '빗장'을 푼 것이라면, 이 협정은 관세-비관세 장벽을
폐지하여 '입장료'조차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일투자협정 속의 '분규해결' 규정
지난 4월,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이 한국과 체결협상
중인 '한일 투자협정'과 관련, 노동문제 중재기관이 공평하게 분쟁을
처리하도록 하는 규정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요구는 과거 한국진출 기업들이 격렬한 노사분규에 휘말렸던
경험이 한국투자의 최대 장애요인으로 남아있는데 따른 불안감을 불
식하기위한 목적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 정부안에 따르면 1) 기업의 요청이 있을 경우 문제해결에
진지하게 대응하고 2) 중재기관은 합리적, 객관적, 공평한 태도로 중
재에 임하며, 3) 이러한 조치가 자국기업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내
국민 대우'를 한다는 것 등이다. 일본은 이와함께 한국의 관련제도
자체의 개정도 요구할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 진출하는
기업에 대해 일부 자체체가 일정비율 이상의 경영간부 및 종업원 현
지채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금지하게 된다.
스크린쿼터가 분명한 피해당사자가 있어 사회이슈화될 수 있었던
데 반해, 이 사안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주목되지 못하고 말았
다. 그러나 양국간 협정에 이러한 규정이 포함되는 것부터가 세계적
으로 극히 이례적일뿐만 아니라, 말이 좋아 '공평한' 분쟁 처리이지
실제로는 기본적인 노동권과 지역공동체의 권리를 모두 침해할 수
밖에 없는 항목들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외자유치를 강조하면서 "한
국에 와서 외화벌어주고 한국 종업원에게 월급주면 그게 다 한국기
업"이라고 했던 이야기는 진작에 무색해졌다. 이미 한국정부는 일본
과 연내에 투자협정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발등에 불씨가 타오르
고 있다.
|
물론 협정이 체결되
면 한국제품이 일본에
진입할때도 같은 혜택
을 받는다. 일본측이
먼저 제의한 이 협정
은 지난해 11월 김종
필 총리와 오부치 게
이조 일본총리가 공동
연구에 합의함으로써
가시화되었고, 얼마전
연내 체결에대한 동의
에까지 이르렀다.
한일투자협정의 배
경을 조금만 살펴보면
이렇다. 1985년-1995
년 사이의 기간중 내
내 한국은 엔고 덕분
에 일본에 대해 제조
업 수출상의 경쟁력을
확보했고, 그 결과 비
약적인 수출, 투자 및
GDP 성장을 맛보았으
며, 다양한 국제기구
들로 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하지만 1995년과 1997년사이 처음에는 중국이, 그리고 다음에는 일본이 자국 제조
업의 이윤하락 압박이 증대되는데 대한 대응으로 통화를 평가절하시켰다.
이제 한국의 자본가들은 중국의 노동집약적 생산이라는 최저점과 일본의 고기술 생산이
라는 최고점 사이에 끼어 가격하락으로 인한 이윤압박을 경험하게 되었다. 하지만 수출의
존적인 한국기업들의 대응은 제조업시장의 과잉공급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인 확장의 나래
를 펼쳤다. 확장의 속도를 더욱 촉진하는 과정에서 한국기업들은 세계자금시장으로의 대규
모 접근을 단행했고, 그 결과 외환에 의해 지배되는 대규모 단기외채를 축적하게되었다.
그러나 1996년 이후 한국의 기업들은 수익의 급강하를 목도하고 있었다. 이는 특수하게 비
생산적이나 비효율적인 측면 때문이 아니라 대규모의 과잉확장 -- 과잉중복투자, 과잉생
산 -- 을 행하고 세계시장의 수출가격 하락에 직면했기 때문이지만, 그 무렵 한국에게는
불행하게도 동남아 위기가 폭발했고 외국 대부자금은 아시아 지역전체를 엄습한 과잉생산,
과잉설비에 경종을 울리기 시작했으며, 갑자기 자신들의 자본을 철수함으로써 위기를 초래
했다.
이 상황에서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정부와 자본간의 이윤축적의 애로를 타개하기
위한 어쩌면 유일한 방식이었을 것이고,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량해고, 재벌개혁,
탈규제, 자유화, 민영화라 불리우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은 자본의 자기증식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한 안간힘일 것이다.
물론 IMF 구조조정을 통한 세계화논리를 근거로 한 신자유주의적 개방논의는 김영삼
정권시기 OECD가입에서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적대적 M&A일정, 부동산 및 토지개
발에 대한 개방일정, 광업, 직물생산업, 어업, 여객 및 화물운송, 방송, 전신/전화사업 등의
개방일정은 명시되지 않았지만, 이 중 대부분은 IMF를 통해 거의 전면개방되었다. 또한
주식 및 채권투자에 대한 외국인투자한도 규정은 각각 10%, 2%이하 축소로부터 완전 철
폐되었다.
즉 모든 적대적 M&A에 대한 허용 및 합작투자에 대한 완전개방, 주식 및채권시장에
대한 포트폴리로 투자에 대한 자유화는 무역장벽의 개방을 넘어 자본의 자유이동 및 새로
운 축적조건의 창출이라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 및 세계화 경향의 맥락 속에서 진행되
었다. 물론 IMF의 폭력적 구조조정이라는 외압이 존재했지만, 물론 그들에게 위기를 타개
할 대안은 없었겠지만.
그리고 현시기에 있어 이것을 현실적, 실무적으로 구체화하고 구조화하기 위한 전략이
투자협정으로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미투자협정과 마찬가지로 한일투자협정을
이러한 국내자본과 정부의 이윤축적의 애로타개라는 공동의 지반위에서 초국적 금융자본
과 자본주의 국제기구들과의 연대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자신의 판로를 개척하겠다는 명확
한 의도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투자협정을 단순한 통상마찰의 쌍무적 해결과정으로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 명확하게 한국 자본에게 있어서는 축적의 애로타개라는 지상명령력 자기과제의 해결
과 초국적 자본에게 있어서는 자신들의 이윤추구를 위한 국제화의 당연한 귀결로써 바라
보아야만 한다. 초국적 자본 및 한국자본은 분명한 자기지향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기간의
역사를 보아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진행되는 쌍무 투자협정을 통해 자본이동 및 축적구조
에 대한 최고의 형태를 완성시킴으로써 자본의 위기극복과 이윤축적구조를 구조와, 제도화
시키게 될 것이다. 즉 비가역적인 자본이동의 완결형태로서 투자협정의 의미를 부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MAI를 쏙 빼닮은 이 협정의 반민중성이야말로 큰 문제이지만, 한국 정부가 한
일 투자협정의 의도를 충분히 거둘 수 있을지는 안팎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얼마전 산업연구원은 한일 투자협정이 국내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중장기
검토론'을 들고 나왔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 상태에서 두 나라가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철폐할 경우 대일
경상수지는 71억 5천만 달러의 마이너스 효과를 보게되는 반면 다른 나라와의 경상수지는
71억 6천만달러의 플러스 효과를 얻게 된다고 한다. 즉 만성적인 대일 무역역조는 심화되
고, 일본을 제외한 선진국의 대한 통상압력은 커질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결과 보다는 차라리 한국을 걱정하는 아래의 어느 일본인의 목소리
가 더욱 절실한 호소력으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