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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미투자협정의 문제점과 그 비판 : 미국의 1994년 표준안
양자간 투자협정과 관련 미 국무성 경제기업국(Bureau of Economic and Business Affairs)은 1998년 12월 1일 발표된 공식 문건에서 양자간 투자협정이 갖고 있는 '6가지 기 본 장점'을 강조하고 있다.
첫째, 양국간 투자협정은 미국기업에게 자신의 경쟁자에 못지 않은 최혜국(Most Favored
Nation) 대우 자격을 보장한다.
미국은 현재 43개의 양국간 투자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위의 문건은 "미 정
부는 경제개혁이 진행중인 국가와 그리고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자유주의적 정책 채택
에 있어 우리가 중요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믿고 있는 나라들과의 양국간 투자협정 협상
에 우선권을 두고 있다. 양국간 투자협정은 또한 APEC과 미주 자유무역지대에서의 우리
의 투자자유화 이니셔티브를 보완하고 지원한다. 나아가, 양국간 투자협정은 OECD와 경우
에 따라서는 WTO에서의 보다 광범위한 이니셔티브를 위한 정책적 기초라 할 수 있다."
(1) 미국의 표준안은 전문과 총 16조 그리고 부속문서(Annex)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이 표준안에서 말하는 투자의 정의부터 보자. 제1조 (d)항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d) 국민 혹은 기업에 의한 '투자'는 모든 종류(every kind of)의 투자를 의미하며, 그 투자
는 그 국민 혹은 기업에 의하며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소유 혹은 통제되는 것이며, 다음과
같은 형태를 띠는 투자를 포함한다.
이렇게 본다면 사실상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거나 가지게 될 유무형의 거의 모든 것 이 무제한적으로 '투자' 개념에 포함되고 따라서 투자협정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미 여 기서부터 투자와 투기(speculation)의 구분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명백히 투기적 목적을 가진 해외 단기성 자금이 국내에 유입되더라도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법적으로 원천봉쇄된다는 말이다. 둘째, 한미투자협정이 이전의 투자보호협정과 비교해 갖는 결정적인 차이가운데 하나는 그것이 예를 들어 투자를 목적으로 기업을 설립하거나 취득하는 투자전 단계 (pre-establishment)에서 부터 '내국민대우'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표준안 2조 1 항을 보자. "1. 적용투자의 창설, 취득, 확장, 경영, 관리, 운용, 매각, 및 다른 형태의 처분에 관하여 각 체약국은, 동일한 상황에서, 자국민 혹은 자국 기업에 의한 자국 영토에서의 투자에 대해서 부여하는 대우와 동일한 대우를 부여하는 것 (이하 '내국민대우'라고 한다)과 제3국의 기업 혹은 국민에 대하여 부여하는 대우와 동일한 대우를 부여하는 것 (이하 '최혜국 대우'라 한 다) 중 가장 유리한 대우를 부여하여야 한다. (이하 '내국민 및 최혜국 대우(national and most favored nation treatment)'라 한다.) 각 체약국은 자신의 국영기업이 재화와 용역을 공급 함에 있어 적용투자에 대해서 내국민대우 및 최혜국 대우를 부여하도록 하여야 한다."
물론 과거에도 한국과 다른 나라와의 투자협정 체결시 내국민 및 최혜국 대우는 존재하
였다. 그러나 한미투자협정의 경우와는 달리 투자는 어디까지나 정부의 '허가'사항이었다.
그러므로 이 조항은 한국 국가의 경제주권에 대한 심각한 '제약'이라 할 만하다. 국가는 거
시경제적 관점에서 자국 경제의 균형발전을 위해 투자가 요구되는 부문이나 지역등을 선
택할 권리가 박탈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런 각도에서 볼 때 한미투자협정은 분명한 위헌
소지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헌법 제120조 제1항에 따르면 "광물 기타 중요한
지하자원. 수산자원. 수력과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일정한 기간 그 채취. 개발 또는 이용을 특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2항은 "국
토와 자원은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그 균형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계
획을 수립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투자협정에서 사용하는 투자개념에 따라 경
제적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모든 것이 투자의 대상이 된다고 할 때, 헌법 120조 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하자원, 수산자원, 수력과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 또한 그러한
투자의 대상이 된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외국자본의 투자에 대해 국가는 특허권을 행사할
수가 있다. 그런데 여기서 헌법 120조 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국토와 자원"에 대
한 "균형있는 개발과 이용"에 대한 국가의 '계획'은 필요에 따라 국내자본은 물론이고 외국
투자자본에 대해 일정한 의무와 조건을 부과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 국가의 이러한 조
치는 필연적으로 투자협정 제6조의 의무부과 금지조항과 충돌할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표
준안 6조는 그 자체로 위헌적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셋째, 그렇다면 투자협정에서 규정된 '투자자' 의 지위는 어떠한가를 보자 (제7조).
"1. (a) 외국인의 입국 및 체류에 관한 법에 관하여, 각 체약국은 투자의 창설, 발전, 관리 혹
은 투자의 운영에 관한 조언을 위하여 그들 혹은 그들을 고용하는 타방 체약국의 기업이 상
당한 양의 자본 혹은 여타 자원을 책임지고 있거나 책임지고 있는 중에 있는 경우, 다른 체
약국의 국민을 자국의 영토에 입국시키고 체류하도록 허가하여야 한다.
위에서 이미 언급한 것처럼 투자협정은 최고경영진에 대한 국적조항을 무효화함으로써, 예컨대 특정 국가기간 산업 관련 공기업의 장이나, 신문, 통신, 잡지등 현행 '정기간행물의 등록등에 관한 법률', '방송법'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적조항은 사문화되어야 한다. 이는 미국의 초국적 자본의 이해를 정확히 반영한 것에 다름 아니며, 나아가 투자자와 그에 고 용되어 있는 외국인 즉 핵심인력에 대해 입출국과 체류여부에 대한 제한을 완전 제거함으 로써 이 들에게 사실상 외교관에 맞먹는 면책특권을 부여하고 있다. 넷째, 의무이행 강제의 금지 조항(6조)이 문제가 된다.
"각 체약국은 적용투자의 창설, 취득, 확장, 경영, 관리, 운용의 조건으로서 다음과 같은 어떤
조건(정부의 허가 혹은 인가를 받는 것과 관련된 의무 혹은 약속도 포함된다)도 명령하거나
강제해서는 안된다.
이에 따라 해당 국가는 자국의 발전 전략에 입각한 여러 정책수단, 예컨대 기술이전, 현 지 생산품(local content) 사용 의무, 구 수출자유지대 경우처럼 국내생산물의 전략 수출 의 무 등은 완전히 금지된다. 그리고 바로 이 6조에 근거해 문제가 되는 것이 스크린쿼터제 다. 즉 극장업에 투자한 투자가에게 한국 정부가 '영화진흥법'에 의거 영화산업 보호를 위 해 부과한 국산영화 의무 상영 일수라는 현지 생산품(local content) 사용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예를 들어 담배인삼공사를 인수한 외국인 투자자에게 한국 정부는 이전처럼 '담배사업법'에 따라 담배인삼공사와 계약한 연초경작자의 잎담배를 전량 수매할 하등의 의무도 소멸된다. 또한 제지회사를 인수한 외국 투자자는 한국의 '재활용촉 진법'에 입각한 원료 55%이상의 폐지 사용 의무 역시 사라진다. 그런데 이행의무 금지와 관련 사회복지부문과 노동부문에 미칠 영향은 더욱 심각하다. 예를 들어 한국의 철도 민영 화에 따라 한국 철도를 인수한 외국 투자자는 한국정부가 지금까지 노인복지 차원에서 시 행해 온 경로우대 즉 요금 할인 혜택과 같은 의무를 이행할 아무런 의무도 없다. 마찬가지 로 인수합병된 국내기업의 실업 및 노동조건의 경우, 국내기업을 인수한 외국자본은 이 조 항에 따라 '고용승계의무', '현지인 일정비율고용', '노동기본권 보장'그리고 '환경기준'등의 의무로부터 사실상 자유롭다. 이는 특히 한일투자협정 협상개시와 관련 일본측에서 정리해 고관련 노동법을 문제삼는 것이나, 주한 미 상공회의소 99년 연례보고서 초안에서 한국 개 정 노동법상의 정리해고 요건인 '경영상의 불가피한 사유' 조항에 시비를 거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이로써 정리해고 그 자체에 반대해 전국적 항의를 조직한 바 있는 한국의 노동운동으로서 투자협정과 함께, 정리해고 완전 자유화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다섯째, 지나치게 넓게 설정된 해당국 정부의 투자자산에 대한 수용(expropriation)과 그 에 대한 보상 규정 역시 우려를 낳고 있다. 표준안 제3조의 1조와 2조를 보자.
"1. 체약국은 공익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고는 수용 혹은 국유화와 거의 동등한 조치를 통하
여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적용투자를 수용하거나 국유화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 수용은 비
차별적 방법으로 행해져야하고, 즉각적이고 충분하며 유효적절한 보상이 주어져야 하며, 적
법절차 및 제2조 제3항에 규정된 대우의 일반원칙에 부합하여야 한다.
여기서 이른바 '공익적 목적'의 범위와 내용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이 조항은 해당국
정부의 직접 수용뿐만 아니라, 간접적 수용까지도 포함하는 사실상의 외국인 투자자산에
대한 수용금지라 할 만하다. 이로 인해 해당국 정부나 지방 자치 정부에 의한 사회적 또는
환경보호적 이유에서의 외국인 투자자산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간접적 수용으로 해석될
위험을 감수해야하고, 따라서 국내 투자자산은 거의 신성불가침적인 것으로 변할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 대표적인 사례가 1997년 4월 캐나다의회가 미국의 에틸사(Ethyl
Corporation)가 생산한 벤진첨가제 MMT가 환경 및 건강유해적으로 판정, 이의 수입과 운
송을 금지시킨 조치에 대한 에틸사의 대 캐나다 제소사건이다. 이와 유사하게, 한국정부가
환경보호라는 공익적 목적으로 외국인 투자 부동산에 대해 그린벨트틀 설정한다든지, 투기
억제라는 공익적 목적으로 토지거래허가제를 실시할 경우, 이 모든 조치는 투자협정에 따
라 간접 수용에 해당되어 한국 정부는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하고, 결국 이는 국
민의 세금으로 전가될 것이다. 따라서 에틸사 대 캐나다 사례가 명백히 보여주는 것처럼,
수용에 대한 포괄적 정의는 앞서 언급한 투자에 대한 지나치게 넓은 정의와 더불어 국가
의 공익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공적 기능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여섯째, 앞서 언급한 것처럼 투자협정에 따르면 투자자는 일종의 치외법권적 지위를 갖 는다. 마찬가지로 투자협정은 특히 투자분쟁시 놀라운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우선 표준안 의 제9조 1항을 보자. "1. 이 조약의 목적실현을 위하여, 투자분쟁은 이 조약에 의하여 적용투자에 관하여 창설되고 인정된, 투자인가, 투자합의 혹은 부여된 어떠한 권리에 대한 주장된 침해와 관련하여서 또 는 이로부터 생겨나는, 체약국과 다른 체약국의 국민 혹은 기업(a national or company) 사이 의 분쟁을 의미한다."
한미투자협정은 기본적으로 국가간(inter-state) 즉 국가 대 국가의 관계를 규율하기 위
한 국제법적 효력을 갖는 조약이다. 그런데 이 투자협정은 이처럼 체약국 국적을 가진 개
인(a national) 또는 사기업에 상대편 국가를 제소할 수 있는 국제법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
다. 바로 이 점이 투자협정에 내포된 전형적인 급진 자유주의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는 대
목이다. 기존의 국제관계는 절대주권으로 무장한 국가간 관계에 기초하고 있다. 마찬가지
로 국제법 역시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즉 "국제인권규약 B규약", 그것도 해당국가가
개인청원절차에 관한 의정서에 서명한 경우에 한해서만 개인의 국제법적 인격성을 인정하
고 있다. 그러나 투자협정은 개인이 투자자적 개인인 한에 있어 개인의 국제법적 주체성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다. 개인은 투자자인 한에 있어 국가와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것
이다. 투자는 이로써 인권이 갖는 보편성을 획득하게 되고, 근대 주권 국가의 위상은 투자
자로서의 개인의 그것으로 급하강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투자협정에서 규정되어 있는
투자자로서의 개인은 신자유주의의 국제법적 완성 시도라 할 만한 것이다. 일곱째, 표준안 제 5조는 투자와 관련한 자유로운 송금을 규정하고 있다. 그 대상이 되 는 것으로
"(a) 투자자본
그리고 14조는 투자협정 적용의 예외를 다루고 있다. "1. 이 조약은 체약국이 국제 평화 및 안전의 유지, 회복, 자국의 필수적 안전의 보호에 관하 여 그 의무를 수행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한미간 협상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문제중 하나
인 이른바 일시적 외환거래 제한 조치 즉 세이프가드 문제이다. 위에서 보듯이 미국 표준
안은 국제평화, 국가안보 즉 군사적 측면에 대한 예외를 제외하고, 예컨대 IMF등 첨예한
외환위기나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가의 일시적 외환거래 제한 조치를 전혀 인정하고 있지
않다. 반면에 마찬가지로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다국간 투자협정의 경우는 이와는 달리 심
각한 지불불능상황이나, 또는 "예외적 상황에서 자본 흐름이 거시경제적 조정이나 특히 통
화 및 환율정책상에 심각한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또 초래할 수 있을 때"에 한해, 그리고
IMF의 허락과 체약국들의 동의, 6개월 간격의 심사를 조건으로 한시적으로 자본거래 제한
이 인정된다. 물론 다국간 투자협정의 경우에도 그 자체로 볼 때 지극히 불충분한 예외의
인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나마 이러한 미미한 예외 마저 한미투자협정에서는 인정
되지 않는 다는 것이 문제이다.
여덟째, 표준안의 15조는 이 조약이 체약국의 지자체와 같은 하위 정치단위에도 적용 됨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또한 문제가 되는 것이 1항 (b)의 내주민 대우문제이다. "(b) 미합중국의 주, 준주 혹은 속령에 의하여 부여되는 대우와 관련해, 내국민대우란, 동일 한 상황에서, 미합중국에 거주하는 국민 혹은 미합중국의 주, 준주 혹은 속령의 법률 혹은 규칙하에서 적법하게 구성된 기업의 투자에 대해서 부여되는 대우와 동일하다는 것을 의미 한다." 즉 연방국가로서의 미국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예를 들어 A주와 B주 또는 A주와 속 령이 투자자에게 부여하는 대우가 다를 수 있다. 만일 A주가 B주에 비해 투자보장의 정도 가 낮을 경우, A주에 투자한 한국 기업은 B주에 투자한 한국 기업에 비해 열등한 대우를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표준안에서 미국이 의미하는 내국민 대우란 결국 내 주민(內州民)대우에 불과한 것이다. 이 조항은 한미투자협정이 담고 있는 또하나의 전형적 인 불평등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홉째, 한미투자협정은 10년간 효력이 지속되고, 이 기간 중의 투자에 대해서는 다음 10년간 유효하다. 또한 조약이 발효되는 시점에 이미 투자된 부분에 대해서도 조약은 적용 된다.
"1. 이 조약은 비준서를 교환한지 30일 후에 그 효력이 발생한다. 이 조약의 효력은 10년간
지속되며, 제2항에 의하여 종료되지 않는 한, 효력이 계속 지속된다. 이 조약은 발효이후에
창설되거나 취득된 적용투자뿐만 아니라 발효 당시에 이미 존재하던 적용투자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대부분의 투자자본이 단기간에 회수된다는 점에서 볼 때, 이 최소 20년 규정은 투자자 본에 대한 과잉보호라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조항이다. 이 말은 결국 한국국가에 대 해 미국의 투자자본이 20년 동안에 걸쳐 규정력을 발휘한다는 의미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열번째, 표준안의 부속문서에는 우선 미국측의 예외조항이 적시되어 있다.
"1. 미합중국 정부는 다음에 열거된 산업분야 및 사안에 대해서 적용투자에 대한 내국민대우
의 예외를 채택하거나 유지할 수 있다.
다국간 투자협정에 준거해서 볼 때 예외조항은 협정 체결시점까지 신청된 것에 한하고,
이후의 추가 등재는 불가능하다 ('stand-still'원칙). 그리고 일정기간이 경과한 뒤 가능한
사후변경은 이 예외 리스트를 첨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오직 삭제하는 방식으로는 가능하
다 ('roll-back' 원칙). 그러므로 조약이 체결되고 난 뒤의 재협상은 원칙적으로 있을 수 없
으며, 따라서 이 예외조항의 리스트를 작성하는 일은 실무적으로 극히 중요하다. 이와 관
련해 한미 실무협상 과정에서 논란이 된 것이 한국의 공기업문제이다. 한국측 입장에서는
아무튼 가능하면 이 예외조항에 많은 것을 포함시키기를 원한다.
"각 체약국은 자신의 국영기업이 재화와 용역을 공급함에 있어 적용투자에 대해서 내국민대
우 및 최혜국 대우를 부여하도록 하여야 한다. (2조1항)" 한마디로 미국측은 공기업에 대해서도 투자협정의 내국민 대우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포철, 한국통신, 한국전력, 담배인삼공사와 같은 고수 익성 외국인 주식소유 한도설정 공기업들이다. 시장성이 아니라 공공성을 목표로 하는 공 기업이 외국자본에 인수될 때 그 사회적 역기능은 자명한 일이다. 기업으로서의 이윤추구 와 그것의 공공성이라는 이중성에서 볼 때, 공기업은 단순히 시장 논리만으로 설명되지 않 는 측면이 있다. 만일 현재 추진중인 공기업 민영화 특히 그것이 외국 자본에 의한 민영화 로 귀결될 때, 일단 투자협정의 각도에서 보았을 때 그 결과는 대단히 우려될만 한 것이 다. 먼저 미국 자본은 투자협정에 따라 어떠한 노동법규상 의무도 없이 정리해고를 할 수 있으며, 나아가 공공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요금 인상은 당연히 예상되는 수순이다. 이것은 단순히 경제적 문제만은 아니다. 공기업에 의해 제공되는 각종의 서비스는 한국 민주주의 의 물적 기초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할 때 공기업 민영화로 초래되는 공공영역의 축소와 위기는 한국 민주주의의 동요로 그리고 실업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정과 연동될 가 능성이 높다. 한국 국가기능의 공동화와 사회적 해체, 그것은 공기업 민영화로 예상되는 최악의 결과이다. 위에서 보듯 미국은 또한 자국의 금융부문과 한국의 금융 및 외환거래 자유화를 연동 시키고 있다. 현재 전지구적 금융자본의 주요 부문이 대부분 미국계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자국 금융시장이 한국에 개방되더라도 크게 위협적이지 않고, 오히려 한미투자협정을 지렛 대로 한국 금융시장을 개방해 자국의 금융자본의 이해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와 관련해 주한 미 상공회의소(AMCHAM) 1999년 보고서가 상당 부분을 할애해 한국의 금융시장 개방을 촉구하고 나선 점, 그리고 지난 4월 1일자로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고 외 환거래 자유화조치가 시행되어 2000년 말까지 완전자유화된다는 사실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한미투자협정은 개방된 한국의 금융시장이 미국의 다국적 금융자본의 헤게모니 하 에 포섭되는 과정의 법률적 틀거리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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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고침 2000/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