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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청한 족쇄, 한미/한일 투자협정

1) 한미투자협정은 IMF 경제위기의 비상구인가?

한미투자협정은 알려진 것처럼 1994년 미국측이 처음 제안했던 것이다. 그러나 김영삼 정권 당시 한국 측은 국내산업보호등을 이유로 이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인바 있다. 그러나 97년 말 IMF 경제위기가 닥치고, 98년 6월 대통령 방미시 이른바 '한국측의 필요'에 의해 투자협정 문제가 새롭게 한국측에 의해 제기되었다. 그리고 현 정부는 당시 투자협정을 대 통령 방미의 성과로 선전한 바 있다. '한국측의 필요'와 관련해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이번 협상은 한국측의 필요에 의해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불평등'이나 '압력'등의 용어를 사용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동아일보} 1998.11.18). 심지어 모 재경부 관리로 부터는 이런 목소리도 들린다.“한미투자협정 문제만 하더라도 부처간에 이견이 많아 경제 장관간담회 같은 데 올려 조율할 필요가 있지만 그런 움직임은 없다. 협정이 체결되면 직 접투자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고 대통령이 말했기 때문에 공개적으론 입을 다물고 있 는 것 같다."({동아일보} 1998.12.23) 결국 이 말대로 라면 '한국측의 필요'와 '대통령의 말' 이 한미투자협정의 핵심적인 추진배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미투자협정의 이른바 '효과'와 관련해 정부실무자, 관변과 경제계의 논객은 한 경제지 좌담회에서 이런 발언을 하고 있다.

사회 = 이번에 추진하고 있는 미국 일본과의 투자협정은 어떤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보는지.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자유화정책을 외국인에게 알리는 것 과 실제 외국인의 한국투자를 늘리는 두 가지 효과로 구분된다. 우리는 IMF사태이후 외자 유치가 경제회생에 필수불가결한 조치로 인식하고 M&A자유화, 외국인투자촉진법 제정, 공 기업 민영화 등 획기적인 조치를 취해왔다. 그러나 외국인들 사이에는 여전히 "한국인 경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일시적인 조치를 취할 뿐 경제가 나아지면 또다시 문을 닫지 않겠느 냐"는 일말의 불안감이 있다. 한미,한일간 투자협정은 이런 불안감을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된 다. 또 투자협정을 통해 외국인에게 내국민 최혜국대우를 해줄 경우 공기업 민영화나 금융기 관 국제매각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 = 내년에는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위해 많은 외자를 필요로 하는 시기다. 외국인들은 정부의 개방정책에 따라 한국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투자협정이 맺어지면 훨씬 안정된 상태에서 들어 올 수 있다. 일본과의 투자협정은 자유무역지대를 만들기 위한 전초전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본은 그 동안 한국에 부품을 많이 팔아왔다. 투자협 정 여부에 따라 앞으로 한국에 투자할 것이냐 아니면 수출만 계속할 것이냐에 큰 영향을 받 는다. 만약 투자를 한다면 취약한 국내부품산업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사회 = 미국의 협정체결이 당초 연말로 예정됐다 미뤄지는 분위기인데 전체적인 추진일정 이 어떻게 되나.

한덕수 통상교섭 본부장= 미국과는 우리측이 먼저 제안해 3차례 회동한 바 있다. 대체적인 의견접근이 이뤄진 상황이나 경제 위기시에 일시적으로 자금흐름을 막을 수 있도록 하는 세 이프가드(safe guard) 조항을 둘러싸고 양국간 견해차가 심해 연말을 넘길 것 같다. 그러나 외자유치가 시급한 만큼 우리정부의 외국인투자자 보호의지가 담긴 투자협정 을 최대한 빨리 체결할 계 획이다. 일본과는 아직 본 격적인 협상이 진행된 것 은 아니고 내년 1월 중순 경에 1차 협상을 시도할 예정이다.


외통부와 재경부, 한번 붙어봐?

무역협상에 대한 한국정부의 입장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인 김철수 전 상공부장관(전 WTO 사무차장)은 최근 "국제 경제사회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는 새로 운 다자간 협상인 '밀레니엄 라운드' 협상에 적극 참여해야 한 다"고 말했다. 앞으로 다자간 무역체제의 약화로 법의 논리보 다 힘의 논리가 앞설 수 밖에 없어 개도국에는 불리하지만 이 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다자간 협상에는 적극 참여해야 한다 는 것이다.
또 그는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무역에 집중하고 있는 우리 나라로서는 다자간 협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약화되면 그만큼 무역을 확대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며 협상 참여가 "대외 이미지 개선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지난 해 제 2차 WTO 각료회의에 한덕수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선진국 그룹의 입장을 지지하는 연설을 했다. 그런데 이 러한 입장들이 정부 차원의 어떤 구체적인 전략에 기반한 것 같지는 않다. 다만 강대국들이 주도하는 논의틀을 따라가야 하 지 않겠느냐는 입장이 이러저런 수사로 표현되는 것으로 보인 다.
정부 부처 내의 이견은 정책적 혼미를 더욱 극명히 보여준 다. 9월말 열리는 제 2차 한미투자협정 실무회의의 한 현안인 '세이프가드' 구축문제를 놓고 재정경제부와 외교통상부는 논 전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항 삭제 요구에 대해, 외통부는 애초 에 효용성 없는 제도라며 해외로부터 시장경제 원칙을 의심받 기 보다는 과감히 외환거래를 자유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미국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외국환거래법과 함께 폐지된 구 외국환관리법에도 각종 안전장치가 있었지만 지난 외환위기때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면 재경부는 외환위기 때의 안전장치 구축은 MAI, WTO 등 대부분의 국제협정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적기대응조치라는 점을 들어 미국의 주장이 무리한 요구라고 일축하고 있다. 재 경부는 새 외국환거래법 도입으로 외환거래에 대한 규제가 대 부분 풀린 상황에서 외화자금의 급격 유출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얼마전 IMF마저 말레이시아의 자본통제 대책이 위 기극복에 적절했다고 평가하는 상황에서도, 우리나라의 어느 정부부처도 외환거래나 투자협정에 대한 더 단호한 입장과 통 제조처를 제안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이 원장 = 우리가 먼저 투자협정을 제안했을 때는 미국이 다른 국가와 맺고 있는 형태를 충분히 검토 했을 것이고 별 문제가 없 기 에 추진한 것으로 판 단된다. 그렇다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협정을 맺 는 게 대외신뢰도를 높이 는 길이라고 본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세이프 가드조항의 경우 명분과 실리의 싸움이라고 생각한 다. 명분상으로는 외환시 장을 통제하는 주권이 우 리에게 있다는 점에서 긍 정적이다. 그러나 실제 외 환위기때 이 조항이 얼마 나 도움이 될 지에 대해서 는 회의적이다. 외자유치 가 절실한 시점에서 실리 에 무게를 두는 게 바람직 하지 않나 생각한다. ( ... )

한 본부장 =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해야 국익에 도움 이 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미국 일본 기업의 장단기 투자를 유치해 이들 선진기업과의 전 략적 제휴를 맺는 게 급선무이고 이를 위해서는 이들이 안심하고 한국에 투자할 수 있는 여 건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이처럼 자금의 흐름을 규제할 수 있는 조항을 둔다면 그들은 한 국시장을 결코 `매력있게' 보지는 않을 것이다.

({매일경제} 1998.12.18)

외교통상부는 투자협정 체결에 따른 이른바 '기대효과'를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

- 미국투자가들의 한국정부에 대한 신뢰 제고
- 전략적 제휴 촉진 : 미국기업의 첨단기술과 한국기업의 지역기반의 결합
- 한국기업과 투자자의 한반도 안정에 기여, 미국내 투자활동 보장
- 한국내 사업활동의 투명성 제고 : 진퇴 자유화를 통한 사업 안정성 확보
- 아시아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 마련
- 한국시장에서의 법적 안전장치 확보
- 동북아 안보에 기여"(매일경제 98.6.11)

위에서 보듯이 예컨대 스크린쿼터제의 경우처럼 외교통상부와 -- 문화자본의 입장을 어 느 정도 반영할 수밖에 없는 -- 문화관광부사이에서 보듯이 약간의 '부처간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지배블록내에 적어도 투자협정의 필요성 자체에는 일정한 합의가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리고 이러한 -- 물론 단 한번도 공식적으로 확인된 적은 없지만 -- '합의'는 첨예한 외환위기 경험과 '대통령의 말'에 최종적으로 준거하고 있다.
그렇다면 첫째로 이들 찬성론자들이 말하는 '한국측의 필요'는 IMF외환위기와 같은 한 국의 외환부족을 의미한다.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96년 말 332억달러에서 IMF 지원요청 직 전인 97년 11월 20일 가용기준 132억달러, 11월 말 73억달러, 12월 18일 39.4억달러로 최저 치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1999년 1월 말 현재 536억달러, 가용 기준으로는 500억 달러가 넘어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투자자들의 투자동기는 투자 협정체결여부보다는 오히려 해당 국가의 정치적 사회 적 안정이 더 큰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투자협정 체결로 외국인 투자가 몰려 들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기대에 지나지 않으며, 그것보다는 오히려 투자자들의 이윤 극대화를 위해서 요구 되는 정치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데 더욱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지난 4월 1일자로 외환거래 자유화 1단계 조치가 취해졌고, 기타 공기업 주식소유한도를 철폐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투자협정을 맺지 않더라도 외국 인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충분한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 단 체결이 되면 최소 20년 동안 묶여 버릴 수밖에 없는 국제협정을 통해 투자를 유치하겠 다고 하는 것은 실리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결코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한국의 경제위기는 비록 그것이 외환위기의 형태로 표출되었지만 한국의 독점재벌 의 책임부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경제위기는 거시적 관점에서 볼 때 세계적 규모에서의 구조적 과잉축적 위기의 일환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이 말은 마찬가지로 한국 의 독점재벌의 경우 구조적 과잉 위기의 상황에서 제조업 부문보다는 금융부문 특히 부동 산, 증권, 주식 등 갖가지 투기행위를 통해서 부를 축적하고 위기를 모면코자 시도해 왔다 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독점재벌로서는 한미투자협정이 결코 반대만 할 사안은 아닌 것임에 분명하다. 특히 해외 유수 자본과의 결합 내지 합작을 통해서 자신의 해외진출을 더욱 용이하게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장점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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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고침 2000/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