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2번 : [네트워커] 자유무역협정, 각국의 자율적인 문화 정책의 걸림돌 |
| 글쓴이: 국민행동 |
등록: 2004-07-27 21:03:31 |
조회: 1517 |
자유무역협정, 각국의 자율적인 문화 정책의 걸림돌
지적재산권 강화로 이용자의 권리와 공공성이 후퇴하게 될 위험성 높아
네트워커/오병일
한·칠레 FTA 자체는 지적재산권과 관련해서 상세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는 않
다. 그러나 이 협정은 기본적으로 WTO 지적재산권협정(이하 TRIPS)에 기반을
두고 TRIPS 보다 더 강력한 보호를 가능하게 했으며, 상표 및 지리적 표시의
보호에 관한 추가 조항을 두고 있다(이를 TRIPS plus 방식이라고 한다). 그리
고 한·칠레 FTA를 시발로, 한·일 FTA, 한·싱가폴 FTA 등 추가적인 FTA 협상
이 진행되고 있어, FTA 협상을 통한 지적재산권보호가 점점 더 강화될 전망이
다.
FTA, 이용자의 권리 제한 우려
FTA의 지적재산권 조항이 어떠한 내용을 포함할 것인지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
는 미주자유무역지대(이하 FTAA)의 지적재산권 조항을 보면 알 수 있다. WTO
TRIPS는 1995년 발효됐는데, FTAA는 95년 이후의 지적재산권 관련 쟁점들을 포
함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1996년에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서 채택한
저작권 조약과 실연음반 조약이다. 이 두 조약은 디지털 환경에서의 저작권 보
호를 주 내용으로 하고 있어 일명 ‘디지털 신조약’으로도 일컬어진다. 구체
적으로는 ▶공중전달권(예를 들어,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파일을 올리거나
내려받는 것을 공중전달권으로 규제할 수 있다) 부여 ▶암호를 깨는 기술이라
든가,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 기술을 규제하기 위한 기술적
보호조치 조항 ▶컴퓨터 기억장치에 일시적으로만 저장되는 것도 복제의 개념
에 포함시키는 조항 ▶실연자나 음반 제작자와 같은 저작인접권자의 배포권 인
정 등이 있다.
미국의 시민단체 IP Justice(http://www.ipjustice.org)는 ‘FTAA의
지적재산
권 장(章)을 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라는 문서에서, FTAA의 지적재산권 조
항이 음악 파일을 공유하는 수백 만의 시민들을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위협하
고 있으며, 기술적 보호조치 조항을 통해 과학적 연구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
킬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데이터베이스와 같이 이전에는 저작권의 대
상이 아니었던 사실(Fact)과 과학적 데이터에도 저작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저
작권 위반 혐의자의 이름을 사법적인 판단없이 저작권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
록 함으로써 이용자의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갈수록 길어지는 보호기간, 축소되는 공유정보
또 다른 문제는 권리의 보호기간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TRIPS에서는 저작권 보호 기간을 저작자 사후 50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FTAA
는 이를 70년, 자연인이 아닌 경우에는 95년으로 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상표
권의 경우에도 TRIPS에서는 7년인데 FTAA에서는 10년으로 할 것을 제안하고 있
다.
지식과 정보는 기본적으로 사회의 공공재로써, 저작권을 통해 ‘일시적으로’
창작자에게 독점적인 권리를 부여하지만, 보호기간이 끝나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로 환원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보호기간이 늘어
나면, 그만큼 지식의 공적 영역은 축소될 수밖에 없게 된다. 애초에 저작권 보
호기간이 14년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저작권 보호기간이 현재 얼마나 확대되
었는지 알 수 있다.
지적재산권의 집행이 강화될 가능성 커져
그런데 한국의 경우는 우리가 체결하는 FTA에 위와 같은 조항이 포함되더라도
WTO에 가입할 때와 같은 급격한 충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
면 WTO에 가입하면서 한국의 지적재산권 법제는 TRIPS를 수용한 골격을 갖추
고 있기 때문이며, TRIPS 이후의 쟁점들도 계속된 법제 개정을 통해 이미 수용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WIPO 저작권 조약에 가입하기 이전부터 이미
그 내용을 국내 저작권법에 반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2004년 3월
24일 WIPO 저작권 조약에 가입하였으며, 3개월 후인 6월 24일부터 가입국으로
서의 권리와 의무를 지게된다. 따라서 법제의 개정을 통해서보다는, 외국 정부
나 기업을 통한 ‘실제 집행의 강화’에 초점이 맞추어질 가능성이 크다. 2004
년 3월 주한유렵연합상공회의소의 지적재산권위원회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법
제 정비 및 개선은 WTO/TRIPS 등 국제적 규범에 비교하여 상당한 진전을 보여
주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한국 당국의 집행 관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
하고 있다.
FTA의 지적재산권 조항이 미칠 수 있는 가장 큰 부정적 영향은 이와 같은 국
제 협정이 많아질수록 자국의 자율적인 정책을 시행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이
다. 이미 한국의 정부 관료들은 저작권법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을 때마다 “국
제협정 때문에 국내법을 바꿀 수 없다”는 답변?내놓기 일쑤다. 그런데 저작권
법이 그 대상으로 하고 있는 지식이나 문화는 단지 ‘산업’으로만은 볼 수 없
는 영역이다. 즉, ‘시장 논리’에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역사적, 사
회적 맥락에 따라 다양한 공공 정책이 시행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
의 스크린쿼터 제도와 같이 시장 개방의 요구에 맞서 ‘문화적 예외’를 주장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TRIPS에 이어 수많은 FTA가 체결되면, 국내의 지식
·문화 정책은 한국 민중의 요구가 아니라, 다른 나라의 기업이나 정부 관료
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
2004년07월20일 18: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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