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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번 : 주주자본주의의 그늘
글쓴이: 사무국 등록: 2002-04-15 11:53:15 조회: 1361
주주자본주의의 그늘


 
1990년대 초 주요 선진국 대기업 최고경영자의 경영의식을 조사한 한 연구에
서, 경영상태가 좋지 않으면 배당금을 축소하더라도 고용안정을 유지할 건지, 
아니면 종업원을 해고하더라도 주주 배당을 유지할 건지를 물었다. 그 결과 미
국과 영국의 경영자들은 90%가 종업원을 해고하더라도 배당을 유지해야 한다
고 한 반면 독일과 프랑스 경영자들은 40%만 이에 동조했다. 이런 차이 때문
에 영·미자본주의를 주주자본주의, 유럽 대륙의 자본주의를 이해당사자자본주
의라고 구분한다. 
그러나 금융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강화되면서 유럽에서도 주주자본주의가 급
속히 확산됐다. 주주가치경영이 확산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설명된다. 첫
째 주주가치경영을 펴면 주가가 상승해 기업의 신용등급이 오르고 직접금융 자
금조달 비용이 적게 든다. 둘째 세계화로 기업간 경쟁이 격화하면서 생존을 위
해 덩치를 키우는 인수·합병이 늘어나고 있는데, 인수·합병에서는 주가가 높
은 기업이 주가가 낮은 기업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다. 셋째 스톡옵션
이 일반화하면서 경영자들은 자기 이익 때문에 주주가치경영을 중시하게 된
다. 

많은 사람들은 주주가치경영이 기업의 효율을 증가시킨다고 하지만 세 가지 요
인을 조목조목 따져보면 꼭 그렇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우선 기업 효율에 변화
가 없더라도, 이해당사자를 중시하는 경영에서 주주이해를 중시하는 경영으로 
바꾸면 주가는 당연히 오를 것이다. 즉 주가 상승은 기업 효율 증대가 아니라 
종업원 이해를 무시하고 주주이해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재분배의 결과일 
수 있다. 종업원의 헌신성을 약화시켜 기업의 장기적 수익성을 떨어뜨리더라
도 재분배를 통해 단기수익성을 높인다면 주가는 상승할 수 있다. 

주식시장이 발달하고 세계 최고의 분석가와 펀드매니저가 몰려 있는 미국에서 
엔론사태가 발생한 것을 보면 주가가 기업의 장기 내재가치를 제대로 반영한다
고 보기 어렵다. 또 인수·합병은 시장지배력 강화를 통한 독점이윤을 추구하
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효율성을 높인다고 볼 수 없다. 스톡옵션도 처음에
는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좋은 제도로 각광받았지만, 최근에는 
무분별한 스톡옵션 확대가 단기적 주가 극대화 위주의 경영을 심화시켜 기업
의 장기적 경쟁력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경영자가 주주 재산을 합법적으로 탈
취하도록 한다는 주장을 주주단체들이 제기하는 실정이다. 

신자유주의가 심화할수록 고용불안이 커지고 `20 대 80'의 사회로 나가는 것
은 주주자본주의와 관련이 있다. 주주자본주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와
는 거리가 있는 듯하다. 

조영철/국회사무처 예산분석관

정규표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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