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국과 쌀협상 시작 "美수입쌀 가공용外 일반판매요구" 
 
[조선일보 2004-05-07 18:39]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가장 난관 
관세화 유예하려면 최소수입량 늘려야
[조선일보 박종세 기자] 우리나라 쌀 시장의 운명을 결정하는 쌀 협상이 시작
됐다. 

우리나라는 지난 90년대 초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당시 모든 시장을 개방하면
서 쌀만큼은 예외로 인정받았다. 그 시한이 올해로 끝난다. 우리 정부 대표단
은 6일 미국측과 쌀 시장 개방 여부를 좌우할 협상을 개시했다. 

◆험난한 쌀 협상 예고=한국측 대표인 이재길 외교부 DDA(도하개발아젠다) 협
상대사는 1차 협상을 마친 뒤 “미국측이 미국산 쌀의 한국 시장에 대한 안정
적이고 실질적인 시장접근이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
에 우리 대표단은 한국에서 쌀 산업의 중요성과 쌀 재배농가의 어려움을 설명
하고 관세화 유예조치를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측의 주장은 현재 가
공용으로만 쓰이는 미국 수입쌀을 일반 소비자가 직접 사 먹을 수 있도록 해달
라는 요구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미국 수입쌀은 5만
5000t으로, 전량 가공용으로 사용됐다. 한·미 양측은 협상 마감시한인 오는 9
월까지 협상을 계속한다. 

우리 정부는 중국과도 쌀 협상에 돌입한다. 쌀 전문가들은 중국을 가장 까다로
운 협상 상대로 꼽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쌀 생산량의 31%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쌀 생산국이고, 최근에는 ‘동북 3성’을 중심으로 고급 쌀을 만들어내
고 있다. 특히 t당 생산비가 80~90달러로 미국의 절반에 불과하다. 

또 이달 중 호주와 태국과 별도 협상을 벌이며, 다음달에는 이집트·인도·아
르헨티나·파키스탄·캐나다 등 나머지 5개국과 차례로 협상에 나설 계획이
다. 우리나라가 쌀의 관세화를 재유예받으려면 협상에 참여한 모든 국가들로부
터 동의를 받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최소 시장 물량과 관세 수준이 관건=쌀 협상의 핵심은 쌀 시장을 전면 개방
하지 않는 대신 우리나라가 얼마만큼의 쌀을 반드시 수입해야 하느냐이다. 우
리나라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이후 쌀 시장 관세화 유예조치를 받았지만, 이
른바 ‘최소시장접근물량(MMA)’이란 명목으로 쌀 소비량의 4%(작년 20만
5000t)를 외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협상 상대국들은 관세화를 유예해주는 
대신 이 물량을 늘려달라고 요구할 것이 틀림없다. 

문제는 일단 MMA 물량을 늘려 놓으면 WTO(세계무역기구)의 규정에 따라 늘어
난 물량을 반드시 수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쌀의 재고량이 갈수록 늘어나 비용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쌀 수입을 의무적으로 늘릴 경우 정부로서는 엄청
난 부담이다. 일본과 대만도 쌀 관세화를 유예하는 대신 MMA 물량을 8%까지 늘
리기로 외국과 협상했다가 폭증하는 재고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각각 지난 
1999년과 작년에 관세화를 받아들였다. 

만약 쌀에 관세를 붙이는 조건으로 시장을 개방할 경우, 수입쌀에 대략 400%
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DDA 협상에서 최고 관세율 수
준과 단계별 관세 감축폭을 협의 중이며, 이 협상 결과에 따라 우리의 쌀 시
장 개방 여부가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박종세기자 jspark at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