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셈 투쟁 평가에 부쳐
저희들은 전북지역에 있는 정치 조직 "노동의 미래를 여는
현장연대(추)"이라는 조직입니다. 이번 아셈 투쟁을 보면서 여러 가지를 느낀 바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민주노총 게시판과 각 단체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대중들의
분노와 평가에 대해 저희 조직 또한 평가를 해 보는 것이 올바를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전국에 계신 동지들과 공감하고자 이 글을 올립니다.
1. 아셈 투쟁 평가
아셈 투쟁이후 민주노총 게시판은 지도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당일 투쟁의
무기력함으로 인한 노동자·민중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이는 대중들이
이번 아셈 투쟁을 통해 무엇인가를 획득해야 하며, 투쟁의 파고를 열어야 한다는
측면이 강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민주노총이나 시민사회단체-시민운동을 중심으로 한 운동 단체로 명확히
제시하겠습니다-의 분명한 한계가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즉 민주노총이라는 조직과
시민 사회단체 조직을 변혁운동 세력으로 동일시해 버리는 오류를 같이 범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우리는 이런 조직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분명히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아셈 투쟁 전반에 대해 조목조목 평가해 보고자 합니다.
①투쟁 전술의 명확성이 부재했다.
아셈 투쟁의 핵심적인 투쟁 전술이 무엇인지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 자꾸만
연출되었습니다. 즉 아셈 회의 자체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이었는지 아니면 아셈
회의에 대해 단순히 우리도 이런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투쟁 전술 자체가 명확했다면 현재 같은 엄청난 비판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구호에서 보았듯이 "시애틀, 프라하 그리고 서울"이라고
한다면 이는 분명히 아셈 회의 자체를 저지하겠다는 기조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투쟁 전술가 아니라 그저 모아놓고 생각하겠다는 안일한 상태에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런 식으로 불명확한 투쟁 전술 때문에 대오의 투쟁 열기를 거세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애초부터 투쟁 전술은 명확해야 했습니다. 아셈 회의 완전 저지이든지
아니든지 둘 중의 하나이어야 했습니다. 또한 투자 협정이나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유포하는 다양한 협정 체결 회의에 대해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중단케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해져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아셈 회의는 반드시 저지 투쟁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기조를 전면에 걸고 투쟁했다면 투쟁 전술이 불명확한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투쟁 전술의 명확성은 앞으로 대규모 집회에서는 가장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것입니다. 이 부분은 명확히 평가되어야 합니다.
②변혁운동 세력과 시민·노조 조직과 동일시 될 수 없다.
변혁운동 세력과 기층 노동자·민중과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직'그 자체만을 두고 볼 때 변혁운동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과는
차이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과연 어떤 운동을 하기 위해 모였으며, 그 주장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해 볼 때 변혁운동 세력과 시민사회단체 및 노동 조합의 조직
형태는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무작위적으로 지칭한 시민사회단체라고 해서
오해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시민 운동 경향에 빠져 있는 운동들에 대한 비판입니다.
더 정확히 언명해 보자면 총선연대를 구성했던 조직들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물론
총선연대에 들어 있는 조직이 다 그렇다고 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그래서 이번 아셈
투쟁에서는 변혁운동 세력은 따로 조직되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민주노총 등을 비판하고 있는 많은 동지들이 이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즉 민주노총의 노조 조직이 일상적인 투쟁 주체이기는
하나 변혁운동 주체가 되기는 아직은 그 역량이 다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동일시함으로써 과도하게 민주노총이나 시민 사회단체에 기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즉 이번 아셈 투쟁을 통해 변혁운동 세력이 보다 분명한 입장을 개진해야
했으며, 그 주체 또한 새롭게 구성되어야 한다는 점이 먼저 평가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현 민중운동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상태에서 계속된 평가가 단순히 투쟁을 열정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평가가 모아질 것이라고 판단하지 않으나 표면적으로 볼 때 이런 것이라면
우리가 진중한 평가를 수행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 운동의
위치와 조건에 대한 면밀한 판단과 전망을 세워나갈 때입니다..
③서울 행동의 날 준비위 지도부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 수행되어야 한다.
이번 준비위는 "민중대회위원회, 투자협정반대 WTO반대 국민행동,
아셈민간포럼2000"이라는 연대 단체가 준비하고 투쟁을 계획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연대 단체의 핵심에 서 있었던 민주노총 지도부의 안일한 투쟁 방법과 대응,
그리고 조직 대오에 대한 불확실성 등은 당연히 강력하게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도부의 안일한 대응은 대중들의 폭발적인 투쟁 열기를 거세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더 나아가서 민중대회위원회, WTO국민행동 등에 속해 있는
단체들의 지도부 또한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이번 아셈 투쟁 평가는 단순히
민주노총만의 문제가 아님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민주노총 대오가
절대적이라고 해서 민주노총 지도부만의 책임이라고 할 수 없으며, 민주노총 지도부가
안일한 투쟁방향을 제시했다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더욱 치밀하게 제기하고,
설득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소위 서울 중심으로 이뤄진 연대 조직 안에 다른 많은
단체들이 있을텐데 이런 단체들의 나약함에 대해서 너그러워진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민주노총 지도부뿐만 아니라 "서울행동의날
준비위원회"지도부 전체를 비판하고, 이들의 무책임한 투쟁 전술과 정세 인식의
문제점에 대해 강력히 비판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번 투쟁을 통해 한 조직에 대한
과도한 책임성 추궁이 얼마나 무의미한가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재 민주노총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많은 비판과 질타에 대해 민주노총
지도부 뿐만 아니라 당일 투쟁을 계획하고, 조직했던 지도부는 아무런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대중들의 의지를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아셈 투쟁에서의 무기력감에 대해 그 어떤 조직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런 사태에 대한 지도부의 안일한 행동들은 이후 전체 대오에 대한
불확실성으로까지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런 식에서는 어떤 투쟁도 조직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지도부에게 알려야 합니다. 현 사태에 대해 지도부는 관성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지도부의 입장을 보면 한심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한 번의 투쟁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해도 실제 이런
투쟁으로 대오에게 신념을 부여해 줄 수 있으며, 지도부를 신뢰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합니다. 또한 이런 상황에 대해 책임있게 답변해야 합니다. 현재 상황에 대해
반성하고, 비판받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되며, 지도부는 당연히 반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지도부의 반성은 요원하기만 하다는 점에서 안타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④지도부가 아셈 타워까지 행진 할 수 있었다면 대오도 당연히 움직일 수 있다.
여러 조건이 있었겠지만 지도부가 아셈 타워까지 행진 할 수 있었다면 대오 또한
행진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이미 우리 대오가 경찰 병력에 의해 완전히 포위된
상태라고 할지라도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투쟁이 무모하다고
판단한 지도부의 관성적인 대응은 비판되어야 합니다. 이는 이미 앞서 비판을
진행했습니다. 우리 대오에 대해 먼저 신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전야제부터 그
투쟁의 열기를 고양시키며, 결의를 세워나가는 장이 되어야 하지만 관성적으로 모아
놓는 행위는 이제 더 이상 지양되어야 한다고 판단됩니다.
⑤신자유주의 반대가 전면적인 기조였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은 자본주의 본질에 대고 하는 투쟁입니다. 그렇다면 이제야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의 열기가 한껏 모아졌다고 판단됩니다. 즉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이 시기 ·사안적인 투쟁이 아님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런 투쟁은 이후
신자유주의 반대의 함성을 뒤로 밀어내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을 통해 나타난 결집력이란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이 대중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는 점도 같이 인식되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이 가지고 있는 함의를 보다 확고히 하면서 투쟁 수위를 높여가야 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긍정적인 평가를 해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가 더
관건적입니다. 시기·사안으로 묻혀버리지 않게 투쟁을 지속적으로 이끌어 내는
사업이 진행되는 것, 그것이 관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으로 평가해 볼 수 있는 것은 이 정도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찜찜하게 남아
있는 것은 지도부의 행동입니다. 지도부가 과연 이후 하반기 구조조정 반대 투쟁과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불신은 이미 대중적으로 확산된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도 걱정됩니다. 앞으로 투쟁에서 상당히
지도부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합니다.
2. 집결 투쟁에 대한 입장
이번 투쟁을 통해 하반기 민중 운동이 그렇게 수세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현재 대중들의 분노는 그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대중들이 지도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제출한다는 것은 그 만큼 조직에 대한 애정이라고 판단합니다. 그러나
상경 투쟁이 관성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상경 투쟁은
전술적으로 전국적인 동력을 모아 위력적인 투쟁을 조직함으로써 자본과 정권에 대해
일격을 가하기 위해 조직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수도권의 동력이나 전국적인 동력이
동시다발 투쟁을 전개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만 하는 것이라면 너무나 수세적인
투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 아셈 상경 투쟁이나 이후 상경
투쟁은 정확히 그 상경 투쟁의 의미를 부여하고, 대중에게 인정되는 수준에서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난 시절 전국적인 상경 투쟁은 바로 이런 지점을 고려하여
진행되었습니다. 즉 전국적인 집결 투쟁을 통해 자본과 정권에 대한 강력한 투쟁의
일격을 통해 이후 민중운동 진영 전체에게 숨통을 틔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상경 투쟁은 의례적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것은 전국적인 집결 투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더 나아가서는 지역별 투쟁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즉 이런
식의 관성적인 집결 투쟁으로 인해 그나마 남아 있는 지역 투쟁 역량을 소비하게 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번 집결 투쟁이 그것을 생생하게 말해주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이후
노동자회 대회가 그럴 것이고, 민중대회가 그럴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누가 비싼
경비를 내고 투쟁에 나서겠습니까? 항상 집결 투쟁을 통해 정세 자체를 민중운동
진영으로 바꿔 놓겠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최소한 집결을 통해 우리 대오가 만만치
않다고 말하고자 한다면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아셈 투쟁에서 보여주었던
그런 안일하고, 관성적인 집결 투쟁이나 정세인식에 대해 다시 한번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첫째, 집결 투쟁의 의의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집결 투쟁이 앞서 말한바와 같이 그저 그렇게 모아내는 것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더욱
더 집결 투쟁을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당시 투쟁 방향과 투쟁 전술을 분명히
하고, 이에 대해 단호히 집행해야 하며, 대오에 대한 확신을 분명히 해주어야 합니다.
둘째, 투쟁 기조와 맞아 떨어져야 합니다.
투쟁 기조는 있는데 하는 집회 및 투쟁은 다른 방향이라면 글쎄 이것을 제대로 된
집회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즉 투쟁 기조와 투쟁 전술을 동시적으로 연관되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투쟁 기조와 투쟁 전술이 따로 떨어져 있다면 아마도 아셈
투쟁과 같은 과오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셋째,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이 전면화되어야 합니다.
앞서 평가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했듯이 이제는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을 전면에
걸고, 각종 반노동자적·반 민중적인 투자 협정, WTO반대 투쟁으로 나서야 합니다.
이런 투자 협정 반대 등은 반드시 회의가 열리는 곳에 대한 집중 투쟁으로 회의 저지
투쟁으로 이어지는 것이 올바를 것입니다. 이렇듯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이 단순히
시기·사안적 대응으로 이뤄지는 것은 안된다는 것을 다시 제기하는 바입니다.
각 종 투쟁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지금 지도부는 반드시 사과와 해명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 많은 대중들이 "짜고 치는 고스톱정도"로 파악하고
있다면 그것은 이후 투쟁을 질곡으로 밀어낼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에 솔직하고,
책임있는 해명과 사과가 있을 때 비로소 운동은 건강해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에 있어 많은 동지들과 함께 할 것을 약속하며, 정리합니다.
2000. 10. 27
노동의 미래를 여는 현장연대 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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