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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번 : [해외논단] 칸쿤회의의 실패
글쓴이: 헤럴드경제 등록: 2003-10-01 16:03:46 조회: 716
지난달 초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실패로끝나자 
세계 국민들을 대표한다는 비정부기구(NGO) 활동가들이 박수를 보내는 이해하
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각료회의의 실패는 오히려 가난한 개발도상국 국
민들의 일자리와 소득증대 기회를 박탈할 뿐이다. 선진국과 그들 스스로의 보
호주의에 편승한 유일한 승자는 다른 나라의 기회와 납세자들의 혈세를 대가
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이다.
개도국들은 지난 2001년 WTO 도하선언을 유리하게 관철시킨 이후 근 2년이 지
났지만 유감스럽게도 뭐 하나 얻은 게 없다. 게다가 경직되고 선동적인 수사
(修辭)만 앞세워 칸쿤 회담을 실패로 몰아갔다는 비난마저 듣고 있다. 사실 개
도국들은 칸쿤 회의에서나 그 이전에도 열성적인 무역개혁론자들은 아니었으
며, 성장잠재력을 제고하는 무역자유화를 추구하기보다는 WTO 의무를 면제받
는 데 더 적극적이었다.

자국은 제외하고 다른 나라만 개방시키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낡고 잘못된 
중상주의적 사고가 도하 라운드를 지배하는 개도국들의 전술인 듯하다. 그러
나 부국들의 암울한 행태에 비춰보면 개도국들의 이런 전술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우선 유럽연합(EU)과 일본은 몇 가지 애매모호한 혜택만 개도국들에 부여하는 
옹색한 태도로 도하 라운드에 임했다. 그것도 다자간 투자협정이나 경쟁정책 
등의 의제를 WTO 기본협정에 끼워넣는 조건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의제를 
도하개발아젠다(DDA)에 포함시키는 것이 농업자유화에 반대하는 빌미를 제공하
는 독약이나 트로이의 목마가 될 것이라는 예언이 맞았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하에서 스스로 자유무역을 주창한 지 불과몇 개월
도 채 안 지나 철강 상계관세 부과와 농업보조금 법안을 채택, 신뢰를 잃었
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WTO 모든 회원국들이 수용한 필수의약품 협상에 반대
함으로써 신뢰는 더욱 땅에 떨어졌다. 8개월 후 결국 미국도 양보했으나 개도
국들의 호의를 사기에는 너무 늦었다.

예상했던 바이지만 다자주의를 무시하는 미국의 최근 행태를 보면 무역회의에
서 건설적인 지도력을 발휘하기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정확히 말한다면 
칸쿤 회의를 좌초시킨 걸림돌은 농업이다. 우려했던 대로 일본의 강력한 지지 
아래 EU가 악역을 맡았고, 놀랍게도 최근에는 미국까지 가세했다. 유럽 대표들
은 온갖 미사여구로 농업자유화를 지지했지만 실질적인 제안을 내놓는 데는 인
색하기 그지없었다. 사실 EU는 공동농업정책(CAP)을 수정하는 데 역내 국가들
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정해진 협상기간에 도하 아젠다에 부합하는 협상
안을 마련하지도 못했다.

칸쿤 회의의 실질적인 붕괴는 칸쿤 회의가 시작되기 몇 주 전 EU와 미국이 농
업 분야에서 공동보조를 취하면서 촉발됐다. EU와 미국은 시장개방에는 애매하
게, 국내 농업보조금 개혁은 정확하게 피해가는 공동협상안에 합의했다. 그리
고 며칠 안에 미-EU의 농업보호주의에 대항해 브라질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
화국이 주도하는 연합전선이 이뤄졌다. 이처럼 양극화된 칸쿤 회의가 실패로 
귀착될 것은 뻔했다.

그러면 도하 라운드의 앞날은 어떤가. 지난 2년간 얻은 교훈이라면 농업이라
는 걸림돌이 제거되지 않는 한 도하 아젠다의 어느 한 의제도 타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도하 라운드의 무산을 막기 위해서는 서둘러 농업자유화 협
상을 진지하게 시작해야 하며, 공은 부국들로 넘어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
다. 선진국들은 적극적으로 자국 내 농업보조금을줄이고 농산물 수입장벽을 대
폭 낮추는 전향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또 도하 라운드의 협상시한을 1~2년 정도 연장하고 세부사항보다는 도하 라운
드의 원칙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거쳐 합의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나아
가 도하 라운드를 넘어 세계 번영을 극대화할 수 있는 비전을 가질 필요가 있
다. 늦어도 오는 2025년까지 전 세계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무역장벽을 
없앤다는 비전을 설정하고 선진국과 개도국의 대응능력을 감안, 2015년까지 달
성할 중간목표를 채택하는 것이다.

아울러 정치권이 먼저 이러한 대담한 비전을 수용한다면 도하 무역협상이 다
시 난파하는 사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NGO 활동가들도 이 여정이 전 세
계 빈국들에 진정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올 때까지 환호하기를자제하자.

에르네스트 세디요 현 미 예일대학 세계화연구센터 소장 <전 멕시코 대통령>
[미디어트리뷴서비스=본사특약, 번역=고지희 기자/jgo 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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