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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번 : 반병희/韓-日 FTA와 동북아 중심론
글쓴이: 동아일보 등록: 2003-05-27 16:00:01 조회: 863
[데스크 전망대]반병희/韓-日 FTA와 동북아 중심론  
[정치] 2003년 05월 25일 (일) 17:27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다음달 6일부터 나흘간 일본을 방문한다.
미국 방문의 성과에 자신을 얻은 노 대통령은 이번 방일(訪日)에도 대단한 의
욕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밥이나 먹고 사진이나 찍는’ 의전적인 만남이 아
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현안을 논의하겠단다.

바람직한 일이다.

두 정상이 만나 고민하고 협력을 다지는 모습은 북핵 문제와 갈수록 나빠지는 
경제상황에 불안해하는 국민들에게 믿음을 줄 것이다.

특히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공조’ 외에 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
결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협력과 ‘동북아경제중심 구상’에 대한 일본의 지지 
유도가 주 의제가 될 것이라고 하니 ‘실무성 회담’인 것만큼은 틀림없어 보
인다.

일본 언론들은 벌써부터 FTA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한국 정부도 이번 회담
에서 상당한 진척이 있을 것으로 자신하는 분위기다.

여기서 노 대통령이 잊으면 안 되는 사실이 있다.

FTA 체결과 동북아 경제 중심은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처럼 떼
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한중일간 FTA 체결 없이 동북아 경제 중심은 성
공할 수 없다. 한국이 물류 금융 정보산업에서 중심에 서려면 FTA의 본질인 3
국간 비관세장벽 철폐, 과학기술 협력, 자유로운 투자 및 인력 이동 보장은 필
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과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하기에는 당장 각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고, 따라서 3국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

우선 일본은 중국과의 FTA 체결에 소극적이다. 농산물을 비롯한 주요 생필품에
서 가격 경쟁력이 뒤지고 동남아 화교경제권을 아우르는 중국의 ‘파워’가 부
담스럽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기술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
는지 대단히 적극적이다.

중국은 겉으로는 ‘한국 및 일본과의 조속한 체결’을 말하고 있지만 막상 본
격적인 협상 개시에는 주저하는 모습이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을 먼저 경
제 우군으로 만들어 뒷마당을 튼튼히 한 뒤 한국 일본을 끌어들여도 늦지 않다
는 심사다. 또 FTA가 체결되면 기술이 앞선 한국과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 폭
이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는 사실을 부담스러워 한다.

한국은 일본과의 선(先)체결을 선호하는 측과 중국과의 체결을 먼저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
며 두 나라를 상대로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이라
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본질은 이런 방법론이나 절차상의 기교가 아니라 한국 정부의 솔직하고
도 진지한 ‘자세 갖추기’임을 노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노조 우위의 ‘기형적’ 노사관계, 노동시장의 경직성, 농업분야의 강력한 저
항 등에 대한 해결 없이 FTA와 동북아 경제 중심론을 떠들어 봤자 상대방에게
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에 임하는 노 대통령은 ‘나를 다지고 다음 상대를 공략해야 한
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반병희 경제부 차장 bbhe424 at 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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