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 : [성명서] 5월 29일 일본 모리 총리 방한에 즈음하여 |
글쓴이: 국민행동 |
등록: 2000-05-26 18:22:22 |
조회: 877 |
한·일 양국 정부는 한·일 투자협정/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모든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오늘(29일) 일본 모리 총리가 한국을 방문하여, 김대중정부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부 수반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의 대북 정책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번 일본 총리의 방한이 단지
남북정상회담 관련 사항들만을 논의하기 위함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한일
양국정부는 이미 작년 10월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 방문 때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 파트너쉽'을 선언했고, 이러한 선언에 기반하여 한일투자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비밀리에 진행해왔다. 또한 지난 24일에는, 한일 양국 정부의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 연구원과 아시아 경제연구소가 공동세미나를 통해,
투자협정보다 한단계 더 높은 수준의 자유화·개방화를 강제하는 '한일 자유무역
협정'을 공식 제안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이번 일본 총리의 방한을
결코 예사롭게 보아넘길 수 없다. 한일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투자협정은 사실상
'체결' 단계로 넘어갈 것이며, 나아가 자유무역협정의 체결 가능성까지
타진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한일 양국정부는 98년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시발로 하여, 그동안 '한일
투자협정'을 위한 실무회담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왔고, 이를 통해 외국인 투자
제한 업종에 대한 약간의 의견차이를 제외하면 대부분 합의되었다고 한다. 일 외무성
관계자에 따르면, 한일 투자협정은 앞으로 한 두차례의 실무협상 후 곧 체결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한일투자협정 및 자유무역 협정이 노동자·민중들의
더 큰 희생을 강요하고, 초국적자본의 잇속만 채워주는 안전장치에 다름아니라고
주장한다.
일본 및 한국 언론에 보도된 한일투자협정의 기본 골자를 볼 때, 그것은 초국적
자본의 권리를 정부·지역사회·시민·노동자 그리고 환경의 권리보다 훨씬 우위에
놓고 있다. 특히, 한일투자협정에는 지금까지 어느 투자협정에도 유래가 없는
'진지조항'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항은 "한국에 진출한
일본계 기업이 노사분규를 맞을 경우 한국 정부는 '공정하고'
'진지한' 해결을 보장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 정부는 80년대
마산수출자유지역에서 벌어졌던 수미다 전기 노동자들의 투쟁을 예로 들면서,
'진지조항'의 필요성을 강변하고 있다. 수미다 노동자들은 팩스 한 장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한 일본 자본가의 횡포에 맞서 생존권을 지키고자 일본원정투쟁을
전개했는데,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당시 한국 정부가 노사분규에 대해
'진지하게'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미다 전기 노동자들이 일본까지
와서 말썽(?)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는 '진지조항'이 무슨 의도로
제안되었는가를 단적으로 나타내준다. 그것은 다름아닌 노조결성, 파업권 등 노동
기본권을 말살하고,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폭력적인 탄압을 조장하고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일투자협정은 민중들의 삶의 질 향상을 고려하기는 커녕, 보건의료,
교육 등 공공영역의 자유화·개방화까지 강요할 것이며, 단기성 투기자본까지
보호해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해외직접투자를 생산적인 성격의 투자로 유도하는
각종 정부 정책도 '이행의무부과금지'라는 원칙아래 금지시키고 있다.
여기에는 '국내부품사용의무', '내국인고용의무',
'기술이전 의무' 등이 포함된다. 최근 제안된 한일자유무역협정도 당연히
'투자협정'을 포함하기 때문에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볼 때, 투자협정 혹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면, 일본의 기술협력 및 직접투자의 확대, 고용창출, 규모의
경제 달성 등으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는 정부의 선전은 근거없는 낙관에
불과하다. '진출기업의 고용에 관한 국적요구 금지', '자재·부품의
현지조달 및 기술이전 등을 요구하는 이행의무 부과 금지'등의 조항에 의하여
결코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투자협정 및 자유무역협정은
'고용불안'을 가중시키고, '실질임금'을 축소시킬 뿐이다. 이는
자유무역협정의 원조격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예만 보더라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NAFTA로 인해 미국에서 약 42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공장폐쇄를
위협수단으로 한 자본가들의 횡포 때문에,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연평균 4,400
달러가 하락했으며, 멕시코의 경우 2만∼2만 8천개의 중소기업들이 초국적기업들과의
경쟁으로 인하여 도산, 200만의 일자리가 사라져버렸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한일투자협정 및 자유무역협정은 국민경제적으로도 노동자·민중의
삶의 질 향상에 있어서도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초국적자본의
'투기' 활동을 구조적으로 조장하여 국내 금융시장을 극도로 불안정하게
만들어, 제2의 외환·금융위기 발발 가능성을 높여줄 뿐이다. 또한 무역역조를
심화시키고 제조업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는 양 일간에서의 우려와 같이 고용불안,
실질임금 축소, 중소기업의 도산 등의 파괴적 결과만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을 엄중히
경고한다. 이에 우리는 한일 자유무역협정 뿐만 아니라 한일투자협정의 체결에도
반대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 특히 한일자유무역협정은 시기상조라고 말하면서,
대신 한일투자협정을 어물쩍 넘기려는 정부의 시도를 경계한다. 우리는
한일자유무역협정과 투자협정은 노동자·민중들에게는 본질적으로 똑같은 것이라
확신하며, 다음을 요구한다.
첫째, 김대중 정부는 밀실교섭으로 진행되온 한일투자협정 협상의 전 과정을 즉각
공개하라!
둘째, 정부는 한일투자협정 및 한일 자유무역협정이 양국의 노동자/민중의 권리,
사회·환경·발전에 미칠 영향에 양국의 시민·사회단체 및 노동조합의 전면적인
참여속에서, 우선적으로 조사·평가하라!
셋째, 위의 과정이 전면적으로 실현되기 전까지는, 초국적기업의 투기를 보장하고
노동·환경·인권을 억압하고 국가주권을 침해할 뿐인 한일투자협정 교섭, 그리고
한일자유무역협정 체결 기도를 즉각 중단하라!
넷째, 이상의 요구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한국 민중들은 일본 민중과 연대하여,
한일투자협정 반대투쟁, 나아가 자유무역협정 반대 투쟁에 전면적으로 나설 것임을
천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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