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경제문제와 시민운동 김항섭(천주교대안경제연대 공동대표) 90년대 초중반에 어쩌다 신자유주의를 들먹이면, 대부분의 반응이 "아 직도 그런 거 이야기하고 있냐?"는 투였다. 하긴 당시 아시아의 용이니 호랑이니 하면서 잘 나가던 때였으니 그런 칙 칙한(?) 이야기에 관심 가질 리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보았더라면, 김영삼 정부가 처음 들어섰을 때 경제 각료들의 면면이 "시카고 보이들", 즉 신자유주의자들 일색이었다 는 것을 주목했을 것이고, 그리고 80년대에 중남미와 유럽을 휩쓸었던 신 자유주의 물결의 맥락에서 음미했더라면, 적어도 김영삼 정부의 무지한 세계화 이해가 곧 - 80년대 이후 세계 100여 개 국가를 휘젓고 다닌 - 외환, 금융 위기를 예비하는 것임을 내다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욕심이라면 최소한 위기가 터졌을 때 위기를 올바르게 진단하고 나름의 대응책을 제시하거나, 아니면 IMF식 처방에 대한 체계적인 비판 의 목소리라도 높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어쨌든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긴 하지만, 우리는 IMF의 칼바람 속 에서 비로소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아픔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화나 신자유주의가 갖는 문제의 중대성이나 심각 성에 비추어 여전히 논의가 미진하고, 설혹 논의를 하더라도 기존의 틀에 박힌 시각에 얽매여 있거나, 아니면 적절하게 이해할 틀을 발견하지 못하 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 실천의 차원으로 내려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경제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시민사회단체가 거의 없을뿐더러, 그나마 있는 단체도 국내 경제의 개혁 문제를 사안별로 산발적으로 다룰 뿐, 오 늘날 세계의 정치경제학적 지평을 바꾸어 놓고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희 생과 파괴로 내모는 세계화의 문제, 그 매개로서 구조조정, 그 이론적 틀 로서 신자유주의의 문제에 대한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고민은 없는 것 같 다. 80년대 들어 제3세계 국가들의 민정 이양을 필두로 세계적인 차원에서 형 식적인 민주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80년대 말 동구권의 붕괴와 더불어 냉전 구도가 무너지면서 정치적 이념을 둘러싼 배타적인 대립이나 갈등이 상대적으로 수그러들었다. 그와 더불어 - 80년대의 정보통신혁명 등 다른 요인들에 힘입어 - 사회 각계 각층의 다양한 목소리와 이해 관계들이 표 출되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것을 다원화라 불렀다. 그러나 80년대 말 이미 정책적 실패로 판정이 난 신자유주의가 동구의 붕 괴 앞에서 극적으로 기사회생해 전세계적 차원에서 확장되면서 경제 문제 가 사회의 중심을 틀어쥐었다. 물론 근대 문명이 기본적으로 경제를 중심으로 판이 짜여져 있었지만, 신 자유주의에 이르러 모든 게 경제,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시장경제를 중심 으로 급속히 재편되었다. 그리고 구제 금융과 구조조정과 관련해 IMF와의 관계에서 명백히 드러났 듯이, 이 새 판에서 국가나 정치 권력이 할 수 있는 일이 크게 제한됨을 보았다. 시장경제가 모든 것을 틀어쥐고 모든 것을 결정하는 상황에서, 그리고 이를 감시하거나 통제할만한 국내적, 국제적 매개나 장치가 극히 미비한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시민사회운동의 역할이 강조된다고 할 수 있 다. 물론 시장경제가 시민사회에 직접적인 책임이나 의무가 없기 때문에 - 형 식적 민주주의를 통해 - 시민사회에 일정한 책임과 의무를 갖는 국가를 통해 시장경제를 기본적으로 감시하고 통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신자유주의에 의해 무장 해제되고 있는 국가의 역 할을 재정립할 필요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시장의 실패를 국가를 통해 치 유할 수가 없다. 이는 또 다른 실패, 즉 국가의 실패를 가져올 수 있음을 이미 역사적으로 보여졌고, 더구나 우리는 권위주의 정부에 대한 쓰라린 기억을 안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시민사회가 단지 국내적 차원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차 원에서 시장경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국가에 일 정한 요구와 압력을 가함으로써 시장경제의 폐해나 부작용을 바로 잡아가 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형태로 삼자가 각자의 기능이나 역할을 찾아가는 가운데 이뤄지는 일정한 균형 위에 우리는 새로운 대안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