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미국 등 농축산물 수출국만 배불리는 WTO 농업협상 중단하라!

지난 12월 시애틀에서 세계 민중들의 'WTO반대'투쟁에 의해 WTO 3차
각료회의가 결렬된 후 'WTO반대'의 물결이 전세계를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오늘(3월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WTO농업협상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농업파괴, 환경파괴, 세계적 빈부격차 심화 등 WTO체제가 가져다 주는 후과와
UR협상이후 농업의 황폐화와 농민의 몰락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농업을 지킬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마저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는 WTO농업협상을
반대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WTO체제이후 농업관련 무역수지에 있어서 농산물 수출국들은 적자에서 흑자로,
흑자에서 더욱 큰 흑자로 나아가고 있으며 개도국들을 포함한 농산물 수입국들은
흑자에서 적자로, 적자에서 더욱 큰 적자로 돌아서고 있다. 

그리고 농축산물 수입국은 국내 농산물이 남아도는 상황에서도 MMA물량을 반드시
수입하도록 해놓고 수출국은 언제든지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도록 허용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보면서 전세계 개도국 등 많은 나라들이 WTO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WTO체제에 대한 비판이 날이 갈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다.

[식량안보 및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포함하여 비교역적 관심사항을 고려한다]는
농업협상의 서문이 무색하게 대부분의 농산물에 대한 관세화와 관세인하, 농업보조금
감축 등만을 상세하게 다루었던 농업협상! 농산물 수입국들에게는 치명적이고 미국과
농산물 수출국들만 신나는 잔치판, 그들만을 배불리는 WTO 농업협상을 전 농민의
이름으로 반대한다.

특히 농산물 수출로 떼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국가들과 함께 WTO에 대한 찬양의
목소리를 높이고 '공산품을 수출하기 위해 농축산물 수입개방은
불가피하다', '공산품을 팔고 값싼 농산물은 사다 먹으면 된다'는
논리로 농업포기, 농민말살을 획책하며, 국가와 후세의 삶에 전혀 책임지지 않는
김대중정권의 한심한 작태에 대해 우리는 강력히 규탄한다.

갈수록 식량자급기반이 무너지고 농산물 수입증가로 국내농업이 파탄나고 있는
현실에서 수입개방에 대한 어떤 대책도 없는 WTO체제의 확대와 농업협상은 농업농민의
몰락 뿐 아니라 국민경제를 말아먹고 민족의 자주권을 포기하는 망국적인 행태인
것이다. 

우리는 김대중정권이 농업협상을 즉각 중단하고 '미래산업',
'생명산업'인 농업에서 자급기반을 확충하며 식량이 무기화되는 미래사회의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의 대전환을 이룰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00년 3월 23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정광훈(鄭光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