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서 방콕까지, 세계화에 저항하라! 이창근(투자협정·WTO 반대 국민행동 정책위원,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제3차 WTO 각료회의를 결렬시킨 '시애틀 전투'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 다. 1980년대 이후 "대안은 없다(There Is No Alternative)"라는 신자유주 의자들의 선전에 무기력했던 세계 민중들은, 세계화가 불가피한 과정이 아 니라 제국주의자들과 초국적자본의 '정치적 프로젝트'임을 서서히 깨닫고 있다. 실제로 지난 95년 WTO가 출범할 때 공언했던 '국제적인 부의 재분배'와 '고용기회 확대'는 기만적인 수사에 불과했으며, 오히려 지난 5년 동안 WTO는 남반구와 북반구간, 계급·계층간에 극도로 불평등한 관계를 끊임 없이 만들어냈고, 민중들의 기본권을 약탈해갔으며, 고용을 파괴했다. 그래서 시애틀 거리는 노동조합, 농민, 인권활동가, 생태주의자, 원주민, 학 생 등 세계 각지의 다양한 사회운동 그룹들에 의해 점령당했다. 우리는 'WTO반대, 뉴라운드 반대'라는 시애틀의 함성에서, WTO체제, '자 유'무역 체제가 실제로는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무역이 아니고 '강요된' 무역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민중들에게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동조합에서부터 생태의 자, 페미니스트, 인권활동가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운동세력들이 세 계화에 반대하지만, 그 구체적인 방법과 입장에 있어서 명료한 '합의'가 이 루어져 있지 않다. 예를 들어, '노동기준'을 WTO 체제 내에 편입시켜야 한다는 세력이 있 는가 하면, 그것에 반대하는 세력도 존재한다. 또한 초국적기업과 강대국 중심의 국제무역질서를 어떠한 대안적 질서로 재편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각국 활동가들은 지난 2월 7일∼12일까지 제10차 유엔무역발전회 의(UNCTAD)를 계기로 태국 방콕에 모여들었다. '시애틀의 정신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많은 논쟁들이 진행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공동의 요구를 이끌어 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외채 문제에 있어서, 영국에 기반을 둔 '쥬빌리(Jubilee) 2000'은 '제3세 계의 불법적인 외채'만의 탕감을 주장한 반면, '쥬빌리 남반구(Jubilee South)'는 '모든 외채의 조건없는 탕감'을 주장했다. 또한 미국노총(AFL-CIO)은 노동기준을 WTO 체제에 편입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반면, 남반구 노동자 및 사회운동단체들은 그것에 반대했다. 또한 대응 방법에 있어서, 국제기구에 대한 '압력'과 '로비(Lobby)'를 중 요시하는 NGO와 직접행동·대중동원 전략을 중요시하는 사회운동세력들 간의 차이도 커 보였다. 그럼에도, 이번 방콕 NGO 포럼에서 '합의'되었던 사항들도 적지 않다. '농업협상을 WTO에서 제외시키고', 외채를 빌미로 구조조정을 강요하는 'IMF와 세계은행을 폐쇄'하고, 초국적투기자본의 횡포에 맞서 '금융거 래에 대해 과세하고', '사회적·공공적 서비스(교육, 보건의료, 상수도 등) 의 자유화 및 생명 특허'에 반대한다는 것들이 동의되었다. 견해와 관심사의 차이 속에서도, 이처럼 공동의 요구를 이끌어 낼 수 있 는 조건은 현재 극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반대한 다는 큰 전제를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애틀 각료회의의 결렬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25일 WTO 서비스 후속 협상이 시작되었다. 3월 23일∼24일에는 농업협상이 개시된다. 또한 초국적자본의 권리만을 절대적으로 보장해주는 '한미·한일투자협 정'의 체결을 위한 협상이 비밀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자본주의 체제에서 '배제'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넘어, 우리의 삶과 기본권을 다시 되찾기 위한 투쟁에 나설 때이다. 우리에게는 "수백 가지의 대안이 있을 수 있다." (There Are Hundreds and Thousands of Alternati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