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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2-15 02:37: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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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좌담> WTO각료회의 평가 |
<특집 좌담> WTO각료회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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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NGO·의회 긴밀 연대 국제협상에서 위상 높이자”
- 정부·NGO 대표간 협상결렬이유·전략평가 엇갈려
- 이제는 NGO를 세계질서 파트너로 인정할 때
- 정보공유 통한 세계 NGO 연대 돋보여
◆사회 - 이용성 시민의신문 취재부장
◇토론
- 장원석 ‘농업·환경·생명 보전을 위한 WTO협상 범국민연대’ 대표
- 정우성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
- 이창근 ‘투자협상·WTO밀레니엄라운드 반대 민중행동’사무국장
전세계 정부와 시민사회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던 시애틀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뉴라운드를 출범시키지 못한 채 결렬됐다. 각료회의에 반대하는
비정부기구(NGO)들의 반대시위로 사상 최초로 국제회의 개막식이 취소되는 사태도
빚어졌다.
한국정부와 NGO들은 각료회의를 어떻게 평가할까. 본지는 이용성 취재부장의 사회로
지난 10일 시애틀 현지를 다녀온 정부 NGO 대표들과 함께 WTO 각료회의 평가대담을
가졌다. 장원석 ‘농업·환경·생명 보전을 위한 WTO협상 범국민연대’ 대표와 정우성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 이창근 ‘투자협상·WTO밀레니엄라운드 반대 민중행동’
사무국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은 미국 땅에서 맡아본 최루탄 향기로부터 얘기를
시작했다.
△사회 : WTO 각료회의가 소득없이 끝났습니다. WTO 각료회의에 반대해온
비정부기구들에겐 기쁜 소식이지만 정부는 입장이 또 다르리라고 봅니다.
평가대담이니만큼 WTO 협상의 결렬 이유부터 얘기해 봅시다. 목소리가 커진 제3세계와
NGO, 미국의 리더십 부재, 경제협상의 정치화 등 다양한 이유들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정우성 국장 : 저는 결렬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봅니다. 첫째, 다루는 의제가 너무
많았다는 점입니다. 제네바 사전회의에서 합의된 것이 거의 없어서 모든 것이
본회의에서 논의되느라 집중적인 논의가 불가능했습니다. 두 번째는 몇가지 쟁점에서
주 회원국간 입장이 너무 첨예하게 대립했다는 점입니다. 미국이 농업·서비스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려 했던 반면, 유럽연합과 한국·일본 등은
투자협정·정부조달투명성·경쟁정책 등 신통상의제들을 포괄적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한국 등이 강하게 제기한 반덤핑 의제는 미국이
결사반대였죠. 세 번째는 제3세계와 비정부기구의 활약입니다. 과거엔 미국이 막판에
힘으로 누르는 정책을 썼지만 이번엔 그것이 관철될 수 없었습니다.
△장원석 교수 : 저는 비정부기구의 목소리가 커진 것을 가장 큰 이유라고 봅니다.
제네바 사전회의에서도 각국 NGO들의 저항과 압력 때문에 합의를 이룰 수 없었습니다.
시애틀 현장의 분위기는 더했죠. 과거 산발적으로 허술한 활동을 보여오던 NGO들이
아니었습니다. 정보화시대를 맞아 정보교환과 사전논의를 통해 연대의 폭이 넓고
깊어졌습니다. 이미 수개월전부터 현지 프로그램을 확인할 정도였습니다. 각국 정부도
과거와 달리 NGO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구요. 세계질서에서 NGO를 파트너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인 것 같습니다. 협상이 결렬된 두 번째 이유는 미국의 헤게모니가
약화됐다는 점입니다. 사전조율이 안 된 것도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이창근 국장 : 사전조율 미흡이나 유럽연합과 미국의 갈등은 오히려 기술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협상결렬의 근본적인 이유는 WTO체제에 의한 자유무역의 혜택이
공평히 분배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제3세계 정부와 전세계 비정부기구가 이러한
인식을 공유하고 저항했습니다. 제3세계 정부들이 기존 협정에 대한 검토와 개정까지
주장한 것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제3세계 국가들은
투자협상·경쟁정책·정부조달투명성 등을 협상의제에 포함시키는 것에 끝까지
저항했습니다. 지적재산권 협정에서 생명특허를 배제해야 한다는 아프리카정부그룹의
입장 발표도 같은 맥락입니다. 비정부기구들은 이미 올 3월 제네바 사전회의에서부터
협상유보를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특히 농업·문화·환경·공공서비스 등 인류 삶의
필수부분이 자유무역협상 의제에 포함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들의
목소리는 각국 정부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해 정부 대표단이 쉽게 협의를 이끌기
힘들게 했습니다.
△장 교수 : 한마디로 국제 자유무역이 공정하지 못했으며 강대국의 이익만
관철시켜왔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사회 : 각료회의 결렬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시애틀 현지에서 NGO들의
역할까지 설명이 된 것 같습니다. WTO자유무역체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이견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들려주시지요.
△장 교수 : 한국 입장에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나 WTO 협상은 모두 불필요합니다.
WTO체제는 사회·경제·정치 환경을 오염시킨 체제입니다. 하지만 공기가 오염됐다고
해서 숨을 쉬지 않을 순 없죠.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이 체제에 참여해야 하고
참여하는 한 최대한 이익을 확보하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정 국장 : 우루과이라운드와 WTO체제 곧 자유무역체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시민사회 혹은 재야와 정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정부는 체제의 피해보다는
이익이 더 많다는 입장입니다. 당연히 체제를 강화해야죠. 물론 정부는 NGO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최대한 반영할 것입니다.
△장 교수 : 정부의 NGO에 대한 극단적인 시각은 시정돼야 합니다. NGO들도 WTO 체제
가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협상내용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이 국장 : 민중행동은 현 자유무역체제에 반대합니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언론이 NGO들의 입장을 보호무역주으로 매도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교역·거래는 필요합니다. 다만 현 체제는 혜택이
계층·계급·국가별로 불평등하며, 사회적 약자의 이해가 무시되고 있습니다. 또한
뉴라운드는 자유무역에 포함돼서는 안 될 농업·문화·교육 등을 다루려 하기 때문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장 교수 : NGO 입장은 한마디로 자유시장 경제를 근간으로 하되 시장의 실패는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가 치유·보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 : 시애틀 WTO 각료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보여준 협상전략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먼저 정국장님이 정부의 협상 원칙을 말해주십시오.
△정 국장 : 알려진 대로 매우 단순합니다. 뉴라운드에서 신통상의제를 비롯 많은
의제가 포괄적으로 다뤄지기를 바라고 농업분야는 특수성을 인정해 자유화·개방화의
폭·속도를 달리해야 하며 서비스의 경우 민간부분에 대해서는 별도 고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국장 : 농업만 적극 고려했을 뿐 나머지 분야에 대한 준비가 미흡합니다. 우선
기존 협정이 한국 사회에 미친 부정적 영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우리 정부가
평가필요성을 제안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정부가 인류 삶에서 매우 민감한
영역인 환경(상수도) 공공서비스(교육 보건의료) 등을 협상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오류입니다. 예외 입장을 명확히 밝혔어야 합니다. 유럽연합 문화장관들은 회의 전에
만나 ‘문화적 예외’를 확인했지 않습니까. 우리 정부가 투자협정 등 신통상의제에
너무 적극적인 것도 우려되는 점입니다.
△정 국장 : 해외직접투자가 좋은 거냐 아닌거냐에 대해서 정부와 재야는
평행선입니다. 서비스분야에 대해서는 약간의 오해가 있는 것 같군요. 우리 정부의
입장은 모든 서비스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은 뒤 민감한 것은 집어 넣자는 것입니다.
예외 운운은 서비스협상이 시작됐을 때 나올 얘기죠. 각료회의 선언문에서는 큰
틀에서 얘기가 나와야 합니다.
△장 교수 : 시애틀 회의까지는 상당부분 우리 요구가 관철됐다고 봅니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죠. 우리는 정부가 농업·환경 분야 등을 희생해 공산품·서비스 분야
이익을 얻으려 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습니다. 우루과이라운드 등에
대한 평가부터가 그렇습니다. 정확하게 평가하자면 득보다 실이 큰데도 정부 입장을
강화하는 불공정한 연구물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냉정하게 평가하고 WTO협상에서는
이를 보완한다는 협상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NGO는 잘하는 부분은 정부와 밀착해서
돕고 못하는 부분은 비판할 것입니다. 예전처럼 거리를 두고 비판만 하는 자세는
바뀌어야 합니다.
△정 국장 : 농업 분야의 손실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다른 분야에서 많이
얻어야 합니다. 농업과 서비스 말고 다른 분야까지 협상에 포함시키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국장 : 개인적으로 투자협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투자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해외직접투자가 유리한가 불리한가가 아니라, 포괄적으로 해외직접투자를 어떻게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우리에게 유리하게 쓸
수 있는 조절수단과 통제수단을 사실상 포기하고 있습니다.
△정 국장 : 조절과 통제를 하면 돈이 안들어오니 문제죠. 우리나라는 IMF를 맞으면서
거의 다 풀었습니다. 이제 남의 것을 풀어야 할 때죠. 사실 그 부분에서 우리는
부담이 없습니다.
△이 국장 : IMF이후 대부분 시장이 개방됐으니 이제 타국에 요구할 것만 남았다는
입장을 가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자유화 개방화 정책 자체가 국가경제나 대다수
국민들에게 유리했냐는 문제도 따져봐야 합니다. IMF이후 소득격차가 커진 것은
하나의 증거가 되겠죠. 자유화 개방화 정책을 경제회복이라는 기조하에 밀어붙이는
것은 잘못입니다.
△사회 : 해외 NGO들과 자국 정부 대표단 사이의 관계는 어땠습니까.
△장 교수 : 유럽연합과 NGO들은 대외적으로 한 목소리였습니다. 스위스는 남한의
2/3에 불과한 작은 국가지만 회의에서 목소리는 큽니다. NGO와 의회 정부가 뭉쳐 있기
때문이죠. 우리의 경우, NGO는 정부와의 대결에서 생명력을 인정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국회의원들과도 마찬가지죠. 정치·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내부에선 갈등관계에 있더라도 국제적인 협상자리에 가서는 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내년부터 사안별, 품목별 협상에 들어가므로 이제부터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된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정 국장 : 정부가 NGO의 목소리를 협상전에 충분히 들어야 하는 건 맞습니다.
그러나 협상은 정부가 하는 것이므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협조해야 합니다.
△이 국장 : 선영향평가 후협상 입장이므로 협상단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습니다.(웃음) 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자유무역체계의 최대 수혜국가가
한국이라는 입장을 갖고 있는데 이 평가가 적당한지 냉정히 살펴봐야 합니다. 사회적
차원의 문제 즉 인권·생존권까지 계량한 것인지요.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나
노동조합과 사회적 합의를 이끌기 위한 토론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사회 : 다들 시애틀 각료회의에 다녀오셨는데 현지에서 어려웠던 점과 앞으로의
전망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 국장 : 민중행동에선 6명이 참가했는데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다. 정부가
앞으로의 협상에서 자유무역 의제가 될 수 없는 것에 대한 예외입장을 분명히
가져줬으면 합니다.
△정 국장 : 글쎄요. 시애틀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반덤핑 의제를 1백34개국이
요구했지만 오직 한 국가 미국의 벽에 부딪쳐 무산된 것이었습니다. 회의 첫날 시위로
회의장 출입도 어려웠던 것도 생각나는군요. WTO를 부수자는 건지 답답할 따름입니다.
정부로서는 조속히 협상이 시작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장 교수 : 시애틀 현장에서 느낀 바는 한국의 입지가 매우 제한적이고 약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NGO·의회가 함께 해야 합니다. 이번엔
한국 NGO들이 출발·준비 등이 늦었지만 앞으로는 연대에 힘써야 합니다. 협상단
구성에서도 정부의 협상력이 취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농림수산분야의 경우 전문
관료가 4명뿐이었는데 일본은 35명이 참여했어요. 우루과이라운드에서 전문성
부족으로 실패한 경험을 되풀이해서는 안됩니다.
<정리 강혜정 기자 kanghj at kngo.net>
<사진 권우성 기자 nicapo at kng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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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작성자:관리자
기사작성시간:99-12-13 17: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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