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만의 세계화도 이제 그만! 공권력의 살인도 이제 그만! 1. 인간 사회에 재앙이 있다면 그 재앙의 가장 큰 규모는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당하는 재앙이 될 것이다. 오늘날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의 삶을 살벌한 경쟁과 파탄으로 내몰고 있는 이른바 세계화는 바로 이런 이름에 값하는 유례없는 대재앙으로 불러 마땅하다. 세계화는 '돈의 세계화'이자 '미국의 세계화'이다.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가능하게 했던 모든 환경이 오로지 '돈'이라는 가치 아래 해체되어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붙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되어 주었던, 수십억년 우주진화의 결과물인 이 지구의 생태계가 '눈앞의 돈' 외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이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고 있다. 또한 세계화를 통해 세계적 규모로 확대된 적자생존과 돈의 이데올로기는 돈이 되지 않는 모든 것, 우정, 신뢰, 사랑이라는 가치를 유린하고 인간을 물질과 경쟁의 노예로 만듦으로써 인간들을 내면적인 공황상태로 내몰고 있다. 현재의 이 세계화는 또한 '미국의 세계화'이다. 유사이래 몇 번의 세계적인 규모의 대제국이 건설된 적이 있었지만 미국과 몇몇 강대국의 주도아래 이루어지고 있는 세계화만큼 강위력하고 또 집요하게 전세계의 인간들을 지배하지는 못했다.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이토록 획일적이고 폭력적인 삶의 조건 아래 살아본 적이 있었던가.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전세계는 깡패 국가 미국의 하수인이 되든지 아니면 그들의 불쌍한 먹잇감이 되어가고 있으며, 세계인들은 부박하기 이를데 없는 미국식의 가치관과 문화를 내면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는 20%의 부자 나라들과 그 나라들의 20% 부자들이 모든 부와 권력을 소유하는 20대 80의 사회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네들의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장치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면서 자신들의 지배력을 유지하고 확대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따라서 전세계의 풀뿌리 민중들이 한줌밖에 안 되는 미국과 강대국들의 부자들을 위해 전세계를 지옥으로 내모는 이 세계화에 대해 '이제 그만!'을 외치며 저항하는 것은 극히 당연할 뿐 아니라 정의로운 것이다. 2. 1999년 겨울, 미국의 시애틀로부터 시작되어 스위스의 다보스, 호주의 멜버른, 체코의 프라하, 대한민국의 서울에 이르기까지 WTO, IMF, 세계은행, ASEM, G8정상회담 등등 부자 나라들의 부자들이 자신의 지배를 위해 만들어 운영하는 기구들의 모임들에 대해 전세계의 풀뿌리 민중들은 격렬하게 저항해왔다. 그들은 전세계의 생태계와 토착적인 삶의 방식을 파괴하는 다국적기업과 그들의 첨병인 이들 기구들을 해체할 것을 촉구했다. 그리고 그들에 의해 가난한 나라 민초들이 억울하게 지고 있는 빚을 탕감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싸움들은 부자들의 앞잡이인 공권력들에 의해 저지당했다. 그리고 결국 올해 이탈리아의 제노바에서 열린 이른바 서방선진국 정상들의 모임에서 모인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과정에서 한 사람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선혈이 낭자한 채 아스팔트 바닥에 쓰러진 카를로 줄리아니라는 젊은 대학생의 시신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깊은 슬픔과 충격에 사로잡힌다. 올해 스물세살에 불과하다는 이 젊은이는 왜 경찰력의 엄청난 탄압을 감수하고서도 이탈리아의 제노바에 왔고, 지금 이 아스팔트 바닥에 싸늘한 시신으로 누워있는가. 이탈리아의 경찰은 왜 별다른 무장도 하지 않은 이 시위대들에게 발포했고, 과격시위를 막기 위한 정당방위였다고 변명하기에 급급하는가? 이 젊은이는 이 폭력적인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점점 지옥으로 변해가는 세상을 온몸으로 연민하다가 죽어간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그리고 그의 죽음은 한 개인의 죽음을 넘어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의 죽음은 이 세계화가 바탕에 깔고 있는 무지비한 폭력성을 상징하는 것이며, 그들에 저항하는 민초들의 죽음을 무릅쓰는 격렬한 저항을 상징하는 것이다. 3. 우리는 이 스물세살의 젊은이에게 발포한 이탈리아의 공권력과 그 배후에 있는 이른바 세계화의 주도세력들에 대해 말할 수 없는 분노감을 느낀다. 이미 그리스와 프랑스와 캐나다에서부터 시작하여 세계 도처에 이르기까지 살인 만행을 저지른 이탈리아의 공권력을 규탄하는 성난 민초들의 몸부림을 지켜볼 수 있었다. 시위대에 발포하는 만행을 자행하고도 반성하지 않는 그들은 결국 전세계 모든 풀뿌리 민중들의 격한 저항 속에서 포위될 것임을 우리는 이 자리에서 엄중하게 경고하는 바이다. 카를로 줄리아니는 이곳 한반도로부터 수만킬로미터 떨어진 이탈리아 어느 곳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누워있지만 우리는 그의 죽음을 지극한 형제애로, 연민과 슬픔과 분노로 지켜보았다. 그의 죽음은 실상 우리의 죽음이며, 같은 세계에서 같은 힘에 의해 삶을 유린당하는 전세계 모든 형제들과 함께, 그리고 인간다운 삶을 꿈꾸는 전세계 투쟁하는 민중들의 가슴 속에 그는 언제나 살아있을 것이다. 2001년 7월 23일 시민 이계삼, 손영익, 변홍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