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개방 `로드맵`만 있을뿐 부처간 눈치보기로 답보상태 
 
[매일경제 2004-04-27 17:35] 
 
◆新 개방시대 (2)◆

"전투적인 한국 노조문화는 시장을 지나치게 보호했기 때문에 생겨났다 ."


올해 초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농민 시위를 지켜봤던 외국
계 투자은행 임원이 내놓은 진단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도 "칠레보다는 일본과 먼저 FTA를 체결했다면 자동차 노사 
분규가 감소했을 것"이라고 공감했다.

일본 수입차가 무관세로 수입된다면 '생사기로'에 놓인 노조가 강도 높은 노
동 쟁의에 나서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 최근 10년 동안 예산 82조원 '헛발질'＝정부는 올해부터 10년 동안 119조
원 규모 투ㆍ융자 예산을 배정해 '농심 달래기'에 나선다.

이와는 별도로 FTA 후속협정을 위해 앞으로 7년 동안 8000억원 규모 특별기금 
도 배정했다.

농림부는 이 같은 예산집행을 통해 2013년까지 농가소득이 연평균 12%씩 증가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퍼붓기식' 예산지원은 농촌 경쟁력 강화에 실효성이 거의 없는 것으
로 나타났다.

우루과이라운드(UR)를 체결한 92년부터 2002년까지 농촌에 정책자금으로 총 
82 조원이 투입됐다.

이 가운데 농민 부담금 10조원과 지방비 10조원 등 20조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금액은 모두 국민세금으로 충당됐다.

그러나 농가부채는 지난해 말 현재 가구당 2697만원으로 10년 전보다 오히려 
4 배 이상 늘어났다.

쌀시장을 닫은 10년 동안 △농민인구 고령화 △국내외 쌀가격차 확대 △영농 
규모 영세화 등 구조적인 문제도 더욱 심각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용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후 시장개방에 대한 당위성은 높
아 졌지만 정치논리가 개입되면서 정책순위에서 번번이 밀려났다"며 "정부가 
모호 한 태도를 취하는 동안 농업 경쟁력은 갈수록 후퇴하고 말았다"고 지적했
다.

◆ 시장개방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정부는 5월 이후 세계무역기구(WTO) 
쌀시장 개별협상과 외국 병원ㆍ학교 유치를 1순위 과제로 추진한다.

이와 함께 연내에 한ㆍ싱가포르 FTA를 체결하고 내년 말까지 한ㆍ일 FTA도 맺 
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로드맵'만 제시했을 뿐 대부분 개방과제가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시장개방은 필연적으로 이해상충과 구조조정 
비용이 든다"며 "정부는 이해집단 눈치를 보지 말고 보다 강력하게 개방정책
에 무게를 실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장개방 협상을 놓고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재경부 외교통상부 산업자원부 농림부 등 관련 부처가 서로 눈치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시장개방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4ㆍ15 총선을 통해 여야 각 정당은 △스크린쿼터 현행 유지(열린우리당) 
△쌀수입 개방 신중 검토(한나라당) △한ㆍ칠레 FTA 비준 반대(민노당) 등을 
선거공약으로 제시했다.

<채수환 기자 / 황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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