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권은 ‘한미투자협정’ 망령에서 벗어나라!
국민행동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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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최근 ‘한미투자협정(BIT)' 체결을 기정사실화 하는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BIT의 협정 문안은 82년 미국이 자신의 구미에 따라 만든 후, 네 번의 수정과정을 거쳐 95년 완성한 것이다. 김영삼 정권 시 경제관료부처에 의해 ‘한미투자협정’ 체결이 처음 제기되었으나 한국사회에 미칠 엄청난 파괴력으로 인해 자체 폐기되었다가, IMF 외환위기 속에 출범한 김대중 정부가 미국에 ‘한미투자협정’ 체결을 다시 제안하면서 그 실체를 드러냈다. 그러나 투자협정문의 제6조, ‘이행의무부가금지’ 조항에 관련된 스크린쿼터문제로 영화인과 문화예술인들을 중심으로 시민사회단체들이 강력한 투쟁을 전개함으로써 한미투자협정은 폐기된 사항이다. 그럼에도 신자유주의 신기루를 쫒는 친미사대주의 관료들의 주술에 빠져 노무현 정부가 ‘한미투자협정’을 재진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참여정부’를 자칭하는 정부가 공론화 과정을 통한 사회적 합의도 없이 이를 밀실에서 은밀하고 추진, 진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분노를 금치 않을 수 없다.
‘한미투자협정’ 법문은 95년부터 OECD 가입국들간에 추진되었던 다자간협정(MAI)법문과 동일하다. 비밀리에 추진되던 MAI는 지난 98년, 인터넷을 통해 그 파괴적 내용이 공개되면서 전세계 환경, 문화, 노동단체 등 NGO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되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마당에 이미 휴지조각화 된 MAI와 동일한 ‘초국적 자본의 이익을 위한 권리헌장’인 ‘한미투자협정’의 체결을 주장하는 자들의 의도는 도대체 무엇인가?
‘한미투자협정’을 이루는 16조항, 두 개의 부속서 속에는 노동권, 환경권, 인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들이 가득하다. 미국의 노동조합연합체인 AFL-CIO는 BIT전문과 동일한 다자간MAI가 노동인권에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하였다. 캐나다노동총연맹 역시 BIT와 동일한 MAI의 반환경성을 비판하였다. 이들 투자협정들은 일정한 환경관련 규제조치가 투자자의 재산을 감소시키는 경우 보상을 지급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하여 금전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국가의 환경보호조치에 중대한 제한을 가하는 것이다.
하바드 법과대학의 연구원과 로버트 캐네디 인권센터가 합동으로 조사한 보고서에서도 BIT와 동일한 MAI는 국가가 독립적으로 정책을 결정할 권한을 제약할 뿐 아니라 자연자원으로부터 얻어지는 이익을 국민이 나누어 가질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강력히 반대하였다. 또한 이러한 투자협정은 자원의 처분 및 투자에 관련된 분쟁의 해결에 있어서 개인의 참여를 배재하는 것으로 자연자원의 처분이 전국민적 복지를 위해 이루어지도록 규정하는 국제 인권법에 정면으로 상치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미투자협정’에는 GATT, OECD규약도 인정하고 있는 세이프가드조항 - 국제수지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는 경우와 같이 경제적 필요가 있는 경우 조약상의 의무에 대해 일시적 면제를 허용하는 조항 - 조차 담겨져 있지 않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한미투자협정’ 상의 투자의 개념은 너무 포괄적이며, 사실상 투자로서의 의미가 없는 투기적 행위까지 보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정부 산하 연구기관들은 BIT를 체결하면 외국인직접투자가 32억4000만 달러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맞다. 김대중 정부와 그를 이은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각종 규제철폐와 자유화 조치로 외국인직접투자는 지난 몇 년 동안 급격히 증가했다. 그러나 이런 외국인직접투자가 사실상 대부분 “투기”자본이었다는 사실을 정부도 잘 알지 않는가? 이미 여러 경제학자, 정치인들에 의해 이런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는가? 결코 이런 투자가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지 않았고, 오히려 경제 불안을 부추겨 빈부격차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가 잘 알지 않는가?
‘한미투자협정’ 체결을 주장하는 일부 경제관료들이 말하고 있는 ‘40억불의 투자효과’의 정확한 근거와 정체를 밝혀야 한다. OECD 선진국들 중에 미국과 투자협정을 체결한 나라는 한 나라도 없다. 지금까지 미국과의 투자협정을 체결한 나라는 몽골,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최빈국을 포함한 발전도상국들과 알바니아, 아르메니아, 크로아티아 등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체제를 전환한 나라들뿐이다. 이들 나라들이 미국과의 투자협정을 통해 산업자본을 유치하고 경제를 활성화하였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투자협정을 맺은 아르헨티나는 채무불이행(디폴트)의 국가부도 사태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한국이 미국과 맺고 있는 특수한 군사적 정치적 관계를 고려해 볼 때 한미투자협정의 경제적 파급력은 더욱 심각하게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지난 5년간 국민의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신자유주의 정책은 한국경제의 대외종속을 구조적으로 심화시켰다. 주식시장의 40% 이상을 초국적 자본이 장악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안정적인 경제운용을 불가능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뉴욕증시가 재채기를 하면 한국 증시는 몸살을 앓고, 국제 정체․경제의 작은 변화에도 휘청거리고 있다. 한미투자협정은 한국 경제를 송두리째 미국 등 초국적 금융자본에 팔아 넘김으로써 국가위기를 부채질하는 ‘제2의 을사조약’에 다름 아니다.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노무현 정권이 한국사회를 초국적 금융자본의 놀이터로 만들뿐인 ‘한미투자협정’ 체결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 현재, 제 시민사회단체들은 경제자유구역법 폐기, 한칠레자유무역협정, 그리고 WTO 등 각종 신자유주의 개방화, 자유화 조치에 대한 강력한 공동 투쟁을 전개할 것을 결의하고 있다. 당장 한미투자협정 체결 시도를 중단하지 않으면, 우리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한미투자협정에 대해서도 문화계에 국한되지 않는 광범위하고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음을 경고한다.
2003. 6. 5
자유무역협정 WTO 반대 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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