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의 친신자유주의 성향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해외직접투자만이 살길이니, 대세여서 어쩔 수 없다는 등, 각종 논리를 펼치면서 한칠레자유무역협정 비준을 주장하고,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을 제정해 강행하겠다고 한다. 이것도 모자라, 최근 미국과 일본에 다녀오면서 문제점이 너무 많아 체결이 유보되었던 한미투자협정 체결을 서두르고, 한일자유무역협정 본교섭을 올해 내 시작하겠다고 한다. 이런 양자간 협정의 체결은 초국적 금융자본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를 재편하려는 자본주의 강대국들의 게임에 한국 사회와 경제를 제물로 바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미투자협정과 한일자유무역협정의 실제 내용을 보면 정부의 논리가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알 수 있다. 한미투자협정 법문은 지난 98년, 인터넷을 통해 그 파괴적 내용이 공개되면서 전세계 환경, 문화, 노동단체 등 NGO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되었던 다자간투자협정(MAI)과 동일하다. 정부는 한미투자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국익" 즉, 국민에게 이익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미투자협정은 초국적 투자자의 이윤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노동이나 환경 또는 외국인투자제한 등 우리의 권리와 국가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각종 장치들이 철폐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개별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있다. 또한,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함으로써 기술이전과 고용창출을 이룩하겠다고 하는데, 법문은 이런 의무 부과를 아예 금지시키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한미투자협정' 상의 투자의 개념은 너무 포괄적이며, 사실상 투기적 행위까지 보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한일자유무역협정은 아직 연구 단계에 있다. 그런데, 한일자유무역헙정의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그것 역시 "국익"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재 공동연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전문가들조차 한일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대일 무역적자의 폭이 더욱 커질 것이고, 대일의존도가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이렇듯 예상할 수 있는 불리한 효과를 무릅쓰고서라도 한일자유무역협정을 조속히 체결하겠다고 서두르고 있다. 초국적 자본으로 하여금 '한국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인상을 갖도록 해서 외자를 대폭 유치하는 것이 한국의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자본가들은 특히 한국의 노동운동을 우려하고 있는데, 노동운동을 탄압하기 위한 각종 규정을 자유무역협정에 넣고 싶어 한다. 또한 보건의료 등 각종 공공서비스 시장개방도 원하고 있다. 초국적 기업을 위해 한 나라의 노동자를, 또는 공공서비스 체계를 희생하고 국가 경제 전체를 일본 자본의 손아귀에 넘겨주는 것이 어떻게 "국익"이 될 수 있는가?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이 연이어 개최된 것, 그리고 각각의 정상회담에서 미국 또는 일본 투자자를 후하게 대접해주겠다는 약속을 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의도는 표면적으로 미국과 일본을 잘 구슬려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한국의 충성심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줌으로써 북핵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허구에 불과하다. 한국 정부가 그토록 우려하던 미국과 일본의 대 북한 경제 봉쇄가 현실화되기 일보직전이다. 미국과 일본의 의도는 "평화"에 있다기보다, 필요하다면 무력을 이용해서라도 동아시아에 완전한 친미·친일 신자유주의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라크가 그랬듯이, 북한은 동아시아 한복판에 있는 골치 덩어리인 것이다.
최근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양자간 협정 여러 개가 체결되고 있다. 양자간 협정은 다자간 체제였던 MAI가 실패하고, WTO 협상도 지지부진해지면서 자본주의 강대국들이 채택한 우회로이다. 비록 한 국가와 체결한다는 한계는 있지만 대립과 이견으로 점철된 다자간 체제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유리한) 내용을 관철시켜 체결하기 훨씬 수월하다는 이점을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사실상 본질적으로 초국적 자본과 강대국들에게만 유리할 수밖에 없도록 고안된 양자간 협정이 "우리를 살리는 길"이라 선전하면서 체결을 강행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양자간 협정의 본질과 한국 정부의 허구적 논리를 명확히 인식해야 하며, 한미투자협정과 한일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