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국적 자본에겐 무한자유, 민중에겐 죽음, 뉴라운드의 막이 올랐다!
- 4차 WTO 각료회담의 주요 합의사항과 전망-
투자협정·WTO반대 국민행동 사무국
지난 11월 19일부터 14일까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4차 WTO 각료회의를 통해 뉴라운드 출범이 성사회었다. 99년 시애틀에서 열렸던 3차 각료회의까지만 해도 협상의제와 방식을 놓고 미국과 EU, 일본등 중심부 국가간의 이견이 심했으나, 지속적인 세계경제의 위기상황과 9.11 사건 이후 증폭된 정치 경제적 불안정성을 돌파하기 위해 별반 선택의 여지가 없는 중심부 국가들은 추가적인 무역자유화를 유일한 대안이라 여기며 이견을 최소화하여 뉴라운드 출범을 성사시키는 데에 힘을 모아왔던 것이다.
농업협정, TRIPs 협정 등 몇가지 협정에서의 진통으로 회의 기간이 하루 연장되는 등 약간의 난항이 있긴 했으나, 중심부 국가간의 이견을 최소화하고 제3세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움직임이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2년전의 실패는 반복되지 않았다. 이미 EU 정상회의, APEC정상회의 등의 계기가 있을때마다 미국을 비롯한 중심부 국가들은 뉴라운드 출범을 지지하는 공동선언문을 속속 채택하며 분위기를 모아왔고, 34페이지에 402개 미해결문안을 담고 있었던 시애틀 각료선언문에 비해, 20페이지에 13개 미해결문안을 포함하는 것으로 최대한 간결하고 추상적으로 작성하여 각국의 반발의 소지를 최소화 했던 것이다. 이로써 WTO 회원국은 2002년 1월 1일자로 협상을 개시하여 2005년 1월 1일까지 3년간 4차 각료회의 선언문을 통해 합의된 의제와 방향, 방식으로 새로운 무역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협상에 돌입하게 된다. 이번 각료회의 선언문 서문에서는 뉴라운드의 공식 명칭을 '도하개발의제(Doha Developement Agenda)'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르과이라운드와는 달리 '개도국과 최빈국이 이익을 고루 나누어 가질 수 있는' 협상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건강, 안전, 환경등의 문제를 민중들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라고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유무역의 원리를 해칠 수 있는 요소'로 규정하고 있는 것 만으로도, 이름과는 달리 초국적자본의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것임은 충분히 드러난다.
4차 각료회이 선언문에 근거하여 향후 3년동안 진행될 뉴라운드 협상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농업협정
농업협정은 뉴라운드 출범여부에 상관없이 2000년부터 후속협상을 진행하기로 정해진 의제였다. 이를 둘러싸고 농산물 수출국 모임인 '케언즈 그룹'과 농업의 비교역적 관심사항을 강조하는 NTC그룹간의 입장차이가 있었고, 또한 '수출보조금'문제를 둘러싼 유럽연합의 강력한 저항이 있었으나, 결론은 케언즈그룹의 입장을 대폭 반영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NTC그룹에 속해있는 한국정부는 이렇다할 입장개진이 없었음은 언론을 통해서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선언문에는, '시장접근의 실질적 개선', '수출보조의 단계적 폐지를 목표로 한 감축', '국내보조의 실질적 감축'을 협상의 3대목표로 하여 5차 각료회의까지 이행계획서(양허안)을 제시하고, 2005년까지 협상을 종결시킬 것을 명기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농업시장의 전면개방을 의미한다. 이미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으로 한국은 2004년까지 10년간 24%의 관세 인하와 13.3%의 국내보조금 축소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뉴라운드에서는 농업협상에서의 한국의 '개도국'지위가 인정되지 않을 전망이어서 감축폭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협상이 마무리되는 2005년 이후부터는 농산물 수입이 더욱 늘어나고 정부추곡수매 등 정부의 지원도 불가능하게된다. 우루과이라운드를 통한 농산물시장 개 방으로 이미 대부분의 농가가 빚더미에 올라앉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농민 들이 줄을 이을 정도로 한국의 농업은 파탄의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쌀 시 장까지 개방되고 정부의 지원마저 사라지게 되면 이 땅의 농민들은 더 이상 발 딛을 틈조차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 서비스협정
농업협정과 마찬가지로 기설정의제(Built-In Agenda)인 서비스협정은 2000년 2월부터 후속협상이 시작되어 이미 1차협상이 끝난 상태이다. 이번 각료회의에서는 1차협상의 내용에 만족을 표명하며, 서비스 개방 요구사항을 2002년 6월 30일까지, 양허안을 2003년 3월 31까지 마련하는 협상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서비스 협정의 개방요구분야는 12개분야 155개 사항이고, 금융, 통신, 시청각, 법률, 교육, 의료, 에너지 등이 포함된다. IMF 구제금융 이후 서비스분야는 이미 대폭 개방이 된 상태여서, 당장 내년부터 진행되는 협상에서는 개방화조치가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할수 있도록 하는 '국내법 개정'이 협상테이블에 오르게 된다.
먼저 금융분야의 경우 은행업 중 예금, 대출업무와 생명보험, 손해사정, 보험계리, 보험중개, 보험대리업 등 현재 개방에서 제외되어 있는 '자본거래'가 따르는 국경간 공급이나 해외소비 분야가 협상테이블에 오를 것이다. 또한 이 협상으로 외국계 은행에 대한 지점 설립 인허가 요건 등 간접 제한조치가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통신의 경우에는 외국인 지분제한의 확대 문제가 쟁점이 될 것이다. 현재 한국통신의 경우 외국인 지분 제한이 49%로 되어있는데, 만약 50%가 넘게되면 외국인이 이사, 감사를 선임하는 등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영상·음향·시청각서비스분야에서도 종합유선방송과 위성방송 사업(33%) 전송망 사업(49%)등이 개방대상으로 거론되고 있고, 스크린쿼터 제도 또한 맹공격을 받을 것이다. 교육분야는 학교설립 제한에 대한 완화 압력이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현재에도 외국인이 국내에서 대학을 설립하지 못한다는 명문화된 규정은 없으나, 학교를 설립하더라도 그 수익금을 해외로 송금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립학교법'으로 인해 사실상 학교를 설립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앞으로 진행될 서비스 협상에서는 학교에서 발생한 수익을 학교밖으로 내보낼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을 개정할 것이 요구될 것이다. 또한 해외 의 거대 의료자본 국내진출이 실질화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국내 의료법과 각종 법적 규제완화 역시 협상의 대상이 될 것이다.
○ 지적재산권
선언문에서는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과 생물다양성협약(CBD)간의 관계, 전통지식보호, 비위반제소, TRIPS가 신기술 발전을 수용하는 문제에 대해 TRIPS 이사회가 계속 관심을 가지고 다룰 것에 동의한다고 명기되어있다. 이에 따라 특허·상표·의장 등을 비롯한 지재권의 배타적 독점권이 국경을 초월하게 될 것이다. 한편 아프리카 그룹의 제기에 따라 TRIPs 협정과 공중의 건강에 대한 '도하 각료선언문'이 별도로 채택되었다. 이의 주요내용은 'TRIPs가 공공보건을 보호하기위한 조치를 막아서는 안되고 TRIPs는 WTO 회원국들이 공공보건을 보호하는 것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해석되고 이행되어야 한다는 원칙의 확인과 의약품 특허에 대한 각국의 '강제실시권을 부여할 권리'에 대한 강조이다. 이는 의약품 특허에 대해 강제실시권을 발동하더라도 의약품을 직접 생산할 능력이 없는 많은 국가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별 의미가 없다. 현재 TRIPs 규정은 '강제실시권은 국내 수요를 주목적으로 발동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도국 그룹에서는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권'이 가능하도록 각료선언문이 밝힐 것을 요구하였지만, 이 부분은 각료선언문에서 바로 해결하지 않고,
일반이사회(general council)에서 내년말까지 해결책을 찾도록 미루었다
○ 싱가포르이슈
96년 싱가포르 각료회의를 통해 작업계획이 제출되었던, '투자, 경쟁, 정부조달투명성, 무역원활화 등의 이슈'에 대해서는, 개도국들의 거센 반발로 5차 각료회의에서 결정되는 협상방식에 따라 5차 각료회의 이후 협상을 개시하도록 했다. 이는 2년 내에 전세계 민중의 거센반발로 실패하였던 MAI(다자간투자협정)와 유사한 내용을 가지는 협상을 WTO를 통해 다루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편, 뉴라운드 출범의 조건으로 남반구 국가들이 제시한 기술이전, 기술협력, 최빈개도국에 대한 특별대우 등의 문제가
이와 연계되어 사실상 봉쇄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미 한미·한일 투자협정을 통해 '투자자유화'는 곧 노동권, 환경권, 건강권 등 민중의 기본권을 초국적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과 맞바꾸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 환경
유럽연합의 강력한 제기로, 환경관련 규제가 뉴라운드의 의제로 다루어지게 되었다. 주요 내용으로 '회원국의 무역정책에 대한 자발적 환경영향평가', '국제환경협정(MEA)과의 연계 강화'등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WTO의 자유무역규범과 국제환경협약상 무역규제 조치의 상호관계에 대해 실무협상을 개시하게 되고, 환경오염방지시설 등 환경상품과 환경영향평가 등 환경 서비스에 대한 무역장벽의 완화와 제거에 대해서도 협상에 들어가게 된다. 이는 사실 초국적 기업에게 환경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지키도록 강제하는 것으로 활용되기 보다는, 선진국이 제3세계로부터 자국 상품을 보호하는 수단이자, 환경상품, 환경서비스에 대한 무역자유화의 수단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 지역무역협정의 가속화
선언문에는 '전세계 무역 자유화의 토대로서 지역무역협정의 중요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무역협정 체결이 가속화 될 것이다. 현재 정부는 칠레와 정부간 협상을 진행중이고, 일본과는 비지니스 포럼을, 태국, 뉴질랜드등과는 국책연구기관 공동연구를 진행중에 있다.(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은 3단계로이루어지는데, 1단계가 국책연구기관간 공동연구, 2단계는 비지니스 포럼-기업들간 필요성 검토, 3단계가 정부간 협상이다) 뿐만아니라, 한+중+일 간의 자유무역지대 설립을 위한 공동연구가 개시되었으며, 11월 초 ASENA+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동아시아지역 13개국을 한데 묶는 자유무역지대(EAFTA) 설립을 검토키로 함. APEC 차원에서도 2020년까지 투자 및 무역자유화를 추진키로 하는 등 지역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움직임도 이미 개시된 바 있다. 뉴라운드의 출범으로 이러한 흐름은 더욱 본격화 될 것이다.
결국, 뉴라운드의 출범이 세계경제의 지속적인 위기상황에 대한 탈출구가 됨과 동시에 그 효과가 남반구로 돌아가 남반구 국가들이 빈곤문제를 해결 하고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허상에 불과한 것이다. 민주 주의와 인권, 환경을 파괴하며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을 초국적 자본의 이윤 추구의 대상으로 삼고 이들의 고삐를 풀어 무한한 자유를 제공해주는 것이 WTO가 추구하는 가치인 이상.
|